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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만대장경에 숨어 있는 100가지 이야기 - 진현종
팔만대장경의 알기 쉬운 해설
1. 팔만대장경이란 무엇인가?
팔만대장경은 고려국신조대장, 즉 고려대장경의 속칭이다. 고려대장경을 팔만대장경이라고 부르는 까닭은 그 경판 총수가 8만여 장이 넘는 데서 비롯되었다고도 하고, 또 불교에서 아주 많은 수를 지칭할 때 쓰는 팔만사천이라는 숫자에서 나왔다고도 한다. 팔만대장경은 1995년 유엔 교육과학문화기구인 유네스코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함으로써 이제는 '트리피타카 코리아나(Trippitaka Koreana)'라는 이름으로 전 세계에 알려지게 되었다. 대장경이란 불교 경전 일체를 총괄하는 말로 일체경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기도 한다. 그것은 부처님의 설법을 담은 경, 불제자들이 지켜야 할 도리를 담은 율 그리고 부처님의 가르침을 연구해놓은 논을 모두 포괄해서 이르는 말이다. 그런데 불교는 세계에서 그 경전 수가 가장 많은 종교이므로 대장경을 결집하는 일은 정말 어렵고도 방대한일이 아니라고 할 수 없다. 그러나 한자 문화권의 각 나라들은 경쟁적으로 대장경을 조성해왔다. 그것은 당시 국력의 평가가 불교문화의 성숙도에 의해 좌우되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중국에서는 10여 차례의 대장경 조판사업이 있었고, 고려에서는 세 차례 그리고 티벳, 만주, 몽고, 거란, 일본에서도 대장경은 여러 가지 모습으로 선을 보였다.
그렇다면 세계에는 여러 가지 대장경이 존재하고 있는데 왜 우리의 팔만대장경만이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것일까? 그것은 한마디로 말해서 완벽한 보존 그리고 단 한 자의 오자도 불허하는 정교함과 가장 잘 정리되어 있는 편제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우리의 팔만 대장경 역시 세계적인 보물이 되기 앞서서 많은 우여곡절을 겪지 않을 수 없었다. 고려 현종때 완성된 초조대장경과 대각국사 의천이 주도하여 고려 숙종 때 완성된 속장경이 몽고군의 침입으로 모두 잿더미가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고려인들은 이에 절망하지 않고 계속 몽고에 저항하면서 왕실과 백성이 모두 힘을 합쳐 부처님의 가호를 빌어 외적을 물리치고자 고종 23년(1236)에 다시 대장경 조판을 시작해서 16년 만에 재조대장경, 즉 지금 우리가 보고있는 팔만대장경을 완성시킨다. 우리 선조들의 각고의 노력이 있었던 탓인지 팔만대장경은 그후 임진왜란과 한국전쟁 같은 대규모 전란 속에서 여러 번의 소실 위기를 맞으면서도 바로 어제 만든 것처럼 완벽한 모습을 보존하고 있다. 실로 경이롭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종교를 떠나 모든 한국인들에게 팔만대장경이 특별한 의미를 갖는 것은 바로 그런 연유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팔만대장경을 이루는 각 경판은 크기가 가로 약 69.7cm, 세로 약 24.2cm, 두께 약 3.6cm이며, 무게는 약 3.5kg 쯤 나간다. 그리고 그 재질은 자작나무와 후박나무로 알려져 있다. 이 경판 위에는 사방 약 1.5cm 크기의 한자가 앞 뒤 양면 합해서 644자쯤 새겨져 있다. 이 경판은 모두 합쳐 81,240판이며 수록된 경전은 1,514종에 총 6,569권에 이른다. 하루 한 권씩 읽는다고 해도 18년이 걸리는 그야말로 방대한양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우리의 자랑스러운 팔만대장경은 근대에 이르러 그 빛을 잃어가고 있는 듯하다. 바로 우리의 팔만대장경을 저본으로 해서 만든 일본의 대정신수대장경이 세계적인 정전으로 불교학계에서 활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대장경연구소가 전 국민의 성원 속에서 팔만대장경 전산화작업을 진행하고 있고, 적어도 2000년에 완성할 전망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그때 새로운 모습으로 태어나는 우리의 팔만대장경이 예전의 그 명성과 지위를 다시 찾기를 학수고대한다. 그리고 해인사의 장경각의 겉모습만 보고 대장경을 직접 보지 못해 안타까워하는 사람들은 동국대 영인본 고려대장경(전48권)을 찾아보는 것도 보람있는 일일 것이다. 그러나 한자로만 되어 있는 것을 감안하면 아무래도 일반인들은 동국대역경원에서 간행한 '한글대장경'을 읽어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이 '한글대장경'은 곧 완간될 예정이므로 이제는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대장경을 완전히 일독할 수 있게 되었음을 알려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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