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만대장경에 숨어 있는 100가지 이야기 - 진현종
아흔다섯번째 이야기 - 스스로 짓고 스스로 받는 법
어느 날 국왕이 잠결에 근처에서 대기하고 있던 두 사람의 내관이 소근거리는 소리를 들었다. 그 중 한 내관이 말했다.
"내가 오늘날 이렇게 살고 있는 것은 모두 왕의 은혜 덕분이다."
그러자 다른 내관이 말했다.
"나는 그렇게 생각지 않는다. 모두 자기의 운명에 따른 것이다."
국왕은 이 말을 듣고 왕의 은혜 덕분으로 산다는 내관에게 상을 내리고자 생각했다. 그러고는 왕후에게 사람을 보내 알렸다.
"내관 한 사람을 보낼 테니, 그가 오면 금은보화와 좋은 옷을 주도록 하시오."
이렇게 지시한 왕은 그 내관을 불러들여 함께 술을 마시다가 반쯤 남은 술잔을 건네며 왕후에게 갖다주라고 시켰다. 왕후가 있는 곳으로 가던 내관은 갑자기 코피가 흘러 멈추지 않았다. 마침 자기 운명으로 산다고 말했던 내관이 지나가기에 자기 대신 그 술잔을 왕후에게 갖다주라고 부탁했다. 왕후는 한 내관이 술잔을 갖고 오자 왕이 내린 명령에 따라 그에게 후한 상을 내렸다. 상을 받은 내관은 왕에게 그 사실을 보고했다. 국왕은 그 말을 듣고 깜짝놀라며 원래 술잔을 맡겼던 내관을 불러 물었다.
"어찌된 일인가? 내가 그대에게 왕후에게 가보라고 했거늘 왜 가지 않았는가?"
"갔었습니다. 그런데 도중에 코피가 흘러 멈추지 않았습니다. 저는 왕후께서 그 모습을 보면 놀라실까봐 다른 내관에게 대신 술잔을 왕후에게 갖다드리라고 부탁했습니다."
전후사정을 알게 된 국왕은 깊게 탄식하며 말했다.
"부처님 말씀이 틀리지 않구나! 스스로 짓고 스스로 받는 법이라고 하시더니... 이것은 결코 변할 수 없는 법칙임을 이제야 분명히 알겠노라."
<잡보장경>
아흔여섯번째 이야기 - 침이 땅에 떨어지기 전
옛날에 돈이 무척 많은 한 장자가 있었다. 그를 따라다니던 자들은 어떻게 해서든지 장자의 마음에 들려고 노력했다. 장자가 침을 땅에 뱉기라도 하면 주위에 있던 자들은 서로 먼저 달려들어 발로 문질러대면서 아첨을 했다. 그때 그 무리 중에서 한 어리석은 이가 이렇게 생각했다. '장자가 침만 뱉으면 저렇게 사람들이 달려들어 바로 문질러대니 다음번에는 내가 먼저 그렇게 해보리라.' 그러다가 장자가 막 침을 뱉으려 하는 모습을 보고 그 어리석은 이는 발을 들어 장자의 입을 짓이겨서 이발을 부러뜨리고 말았다. 장자는 너무나도 기가 막혀 그 어리석은 이에게 물었다.
"너는 무슨 까닭으로 내 입을 짓뭉갠 거냐?"
"어른께서 침만 뱉으면 땅에 떨어지기 무섭게 주위에 있는 사람들이 달려들어 발로 문질러댑디다. 저도 그렇게 하고 싶었지만 항상 기회를 놓쳤지요. 그래서 이제 막 침을 뱉으시려는 것 같길래 바로 문질러 어른의 마음에 들려고 한 것 입니다요."
<백유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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