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만대장경에 숨어 있는 100가지 이야기 - 진현종
제3장 이것은 괴로움의 소멸이다
쉰일곱번째 이야기 - 죽었다가 살아난 사람
멀고 먼 옛날 어떤 사내가 불교를 믿지 않고 외도의 사설을 믿고 있었다. 그러다가 나중에서야 외도를 버리고 불교에 귀의했다. 그때부터는 철저히 오계를 지키며 날마다 불경을 읽고 항상 스님들에게 보시하며 가난한 사람들을 도와 공덕을 많이 쌓았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그는 갑자기 큰 병에 걸려 여러 가지 약을 다 써보았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날로 쇠약해져가는 아들의 모습에 부모는 눈물지으며 병수발을 들었다. 어느 날 그 사내는 곧 죽음이 임박함을 느끼고 곁에 있던 부모에게 말했다.
"제가 죽더라도 칠일내에는 매장하지 마십시오."
말을 마친 사내는 이내 숨을 거두었다. 부모는 대성통곡하며 밤낮으로 아들의 시신 곁에서 울며 자리를 지켰다. 그리고 눈 깜짝 할 새 칠일이 지났다. 팔일째 되던 날 아침이 되자 친척들은 그 모습을 보다 못 해 이제는 빨리 장례를 치르고 몸을 추스리라고 죽은 사내의 부모에게 말했다. 그러나 부모는 아들이 마지막 남긴 말을 기억하고 이렇게 말했다.
"아직 시신이 전혀 부패하지도 않았고, 얼굴도 마치 살아 있는 사람같으니 며칠만이라도 더 기다려보도록 하세."
그때 관 속에 누워 있던 사내가 갑자기 눈을 떴다. 그러나 몸을 움직이거나 말을 하지는 못했다. 부모는 아들이 다시 살아났다고 생각해서 기뻐 날뛰며 밤낮으로 그 곁을 떠나지 않았다. 십일째가 되자 사내는 일어나 앉아 말을 할 수 있었다. 부모는 십일 동안 아무것도 먹지 못한 그에게 미음을 끓여주어 원기를 회복하도록 한 다음 도대체 그 동안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물어보았다. 이에 아들은 자기가 겪은 일을 천천히 부모에게 들려주었다.
"내 혼이 몸 을막 떠나려고 할 무렵 귀졸들이 나를 잡더니 으시시하게 보이는 어떤 성으로 데리고 갔습니다. 성문 앞에는 두 명의 귀졸이 파수를 서고 있었고, 성안에는 커다란 감옥이 있었습니다. 그 감옥의 사면은 모두 철판으로 만들어졌으며 사방에서 불이 맹렬하게 타오르고 있었습니다. 감옥 안으로 들어서자 어떤 사람이 불 속에서 비명을 지르는 모습이 보였고, 또 귀졸들이 나무에 묶인 어떤 사람의 살을 도려내는 것도 보았습니다. 실로 그 모습은 공포스럽기 그지없었습니다. 그때 귀졸들은 저를 어느 대전으로 데리고 들어갔습니다. 그곳에는 염라대왕이 무시무시한 귀신들에게 둘러싸인 채 일을 보고 있었습니다. 이윽고 염라대왕이 제게 물었습니다."
"너는 누구냐? 무슨 죄를 지었길래 이곳에 온 게냐? 이곳은 특히 세상에서 불충불효했던 자들을 다스리는 곳이다."
저는 매우 공손하게 대답했습니다.
"저는 어렸을 때 나쁜 사람들의 꾐에 빠져 그만 외도를 믿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술을 마시고 짐승을 죽여 하늘에 제사를 지내기도 했으며 시장에서 보는 눈이 없으면 물건을 훔치기도 했습니다. 그때 저지른 죄가 얼마나 무거운지는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나중에 불문에 귀의한 뒤로는 지금까지 오계를 지키며 부처님 가르침대로 성실하게 살아왔습니다. 대왕께서는 부디 저를 용서해주시기 바랍니다."
제가 하는 말을 듣고 염라대왕은 저를 자세히 들여다보고는 말했습니다.
"불교를 믿는 사람이라면 죽을 때 혼이 천상으로 가는 법이다. 그리고 다시 인간으로 태어난다고 해도 부귀한 집안의 자식이 되는 법인데..."
그리고 염라대왕은 저를 잡아온 귀졸들을 불러 물었습니다.
"저 자가 불제자라고 하는데 너희들은 왜 저자를 이곳으로 데려왔느냐?"
"대왕께서는 모르시고 하는 소리입니다. 세상에는 저 자 같은 사람이 무척 많은데 모두 왕법을 두려워하지 않고 또 행동거지도 일정하지 않습니다. 저 자의 스승되는 스님은 삭발한 머리에 너덜너덜한 가사를 걸치고 있는데 지저분하기 그지없으며 매우 독선적인데도 불구하고 사방팔방에서 널리 제자들을 불러모으고 있습니다. 이런 사람은 벌을 받아 마땅합니다."
"불문에 귀의한 사람은 세상 사람들을 대할 때 부귀빈천을 따지지 않고 동일하게 대한다. 또 스님이 왕법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은 출가자이기 때문이다. 무릇 불법을 믿는 자는 부귀가 무한하게 되고, 믿지 않는 자는 지옥에 떨어져 고통을 받게 마련이다. 너희들은 빨리 가서 장부를 자세히 살펴보고 이 사람의 수명이 정말로 끝났는지 확인해보도록 하라."
귀졸들은 황급히 장부를 들춰보고 나서 염라대왕에게 말했습니다.
"저 자는 아직 이십여 년의 수명이 남아있습니다. 저희들이 착오를 일으킨 것은 저 자가 어렸을 때 저지른 죄 때문입니다."
"부처님은 대자대비로 모든 중생들을 제도하시고 일체의 생명있는 것들을 가엾게 여기신다. 그래서 천지의 모든 신들과 귀신들마저 부처님께 경배를 드린다. 부처님의 법력은 무한하고, 그 은덕은 사해의 바닷물보다 더 많아 결코 없어지지 않는 법이다. 나도 부처님을 믿지 않았던 탓에 이곳에 떨어져 염라대왕이 되었다. 이 사람은 이미 불문에 귀의했고, 또 어렸을 때 죄를 참회했으니 남아있는 수명을 누리게 하라."
"분부대로 하겠나이다."
그리고 귀졸들은 저를 성밖으로 데리고 나와 어느 절벽에 이르더니 나를 밀어버렸습니다. 저는 비명을 지르며 떨어지다가 눈을 떠보니 다시 살아난 것이었습니다."
부모는 아들의 이야기를 듣고 매우 기뻐하며 부처님의 보살핌에 끝없는 감사의 기도를 올렸다.
<제자사부생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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