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만대장경에 숨어 있는 100가지 이야기 - 진현종
제2장 - 이것은 괴로움의 원인이다
마흔여섯번째 이야기 - 미녀들을 걸고 한 내기
부처님이 천 명의 아라한과 오백 명의 보살들과 함께 구류국 분유달수원에 계실 때였다. 그때 성안에는 마하밀이라는 바라문이 살고 있었다. 그는 인색하고 욕심이 많았으며 불법을 믿지 않았다. 그러나 아주 큰 부자로 수많은 재보를 가지고 있었다. 게다가 지혜가 출중해서 그 나라의 스승이 되니 따르는 제자가 오백명이나 되었고 국왕과 대신까지도 그를 존경하게 되었다. 바라문에게는 일곱 명의 딸이 있었는데 모두 하나같이 절세미인일 뿐만 아니라 지혜도 뛰어났다. 그러나 그녀들은 사치스러워서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금은보화로 치장을 하고 수시로 옷을 갈아입으며 항상 오백 명 의 시녀들을 거느린 채 교만을 떨었다. 게다가 그녀들은 말재주가 상당해서 구류국 안에는 상대할 사람이 없을 지경이었다. 그때 분유달이라는 사내가 그녀들에 관한 소문을 듣고 그 바라문의 집에 찾아와 말했다.
"당신의 따님들이 절세미인이라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그런데 내기를 한 번 하면 어떨까요? 뭇 사람들에게 따님들을 보여 혹시 그 아름다움을 인정하지 않는 사람이 있으면 당신이 내게 오백 냥을 주고, 그런 사람이 없으면 제가 오백 냥을 드리도록 하죠."
바라문은 자신만만했으므로 그 사내의 말대로 내기를 했다. 그런데 석 달 동안 국내를 두루 돌아다녔으나 그녀들을 아름답지 않다고 말하는 사람이 한 사람도 없었다. 약속대로 그 사내는 바라문에게 오백 냥을 주었다. 그리고 분유달은 다시 바라문에게 말했다.
"지금 부처님께서 기수원에 계신다고 합니다. 부처님은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의 일을 다 아시는 분이니 거짓말을 하실 리 없습니다. 그러니 이번에는 따님들을 부처님께 보여드리면 어떻겠습니까?"
바라문은 좋다고 하면서 오백 명의 권속과 오백 명의 시녀들을 대동하고 딸들과 함께 부처님이 계시는 곳으로 갔다. 그때 부처님은 수많은 사람들에게 설법을 하고 계셨다. 그들은 각각 부처님에게 절을 한 후 한쪽에 가서 앉았다. 이윽고 바라문이 부처님에게 말했다.
"부처님께서는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셨다고 들었습니다. 그런데 혹시 제 딸들보다 더 아름다운 여인네를 보신 적이 있습니까?"
부처님은 그 말에 바라문을 꾸짖으셨다.
"이 여자들은 모두 추할 뿐 예쁜 곳이라고는 한군데도 없구나."
"어찌 유독 부처님께서만 이 아이들이 추하다고 말씀하시는 것입니까? 온 나라 사람 중에 이 아이들을 밉다고 한 사람은 없었습니다."
"자고로 아름다움이란 눈으로 색을 탐하지 않고, 귀로는 나쁜 소리를 듣지 않는 것이다. 또 코로 향기를 맡지 않고 입으로는 좋은 맛을 탐하지 않는 것이 또한 아름다움이다. 몸으로 부드러움을 탐하지 않으며 악한 생각을 품지 않는 것 역시 아름다움이다. 손으로는 남의 물건을 훔치지 않고 입으로 남을 험담하지 않는 것이 아름다움이다. 교만하지 않고 거짓말을 하지 않으며 나고 죽는 이치를 아는 것이 아름다움이다. 보시한 후에 복이 다름을 믿고 불, 법, 승 삼보를 믿는 것이 아름다움이다. 그저 얼굴이 아름답다고 해서 진정 아름다운 것은 아니다. 몸이나 옷의 아름다움 역시 마찬가지다. 이간하는 말과 거짓말 역시 아름다움이 아니며 바른 마음과 생각이 곧 진정한 아름다움이다."
부처님이 말씀을 마치자 분유달은 바라문에게서 다시 오백 냥을 돌려 받았을 뿐만 아니라 내기에서 결국 이기게 되었다. <불설칠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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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일곱번째 이야기 - 두려움의 원인
부처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어떤 사미승이 스승과 함께 길을 가다가 땅에 금덩이가 떨어져 있는 것을 보고 슬며시 자신의 품에 넣었다. 그러고 나서 그 사미승은 스승에게 말했다. "스승님, 빨리 가시죠. 이곳은 사람들이 없는 곳이라 무서운 생각이 듭니다." 그러자 스승이 말했다. "네가 금덩이를 숨기고 있기 때문에 무서운 생각이 드는 것이다. 그 금덩이를 버리면 무서운 생각이 들지 않을 게다." 사미승은 금덩이를 버리고 난 후 스승에게 절을 하며 말했다. "제가 어리석었습니다. 스승님 말대로 금덩이를 버리고 나니 더 이상 무섭다는 생각이 들지 않습니다." 제자들아, 학인이 도를 탐하길 그 사미승이 금덩이를 탐하듯 하면 어찌 도를 얻지 못하겠느냐?"
<불설처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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