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만대장경에 숨어 있는 100가지 이야기 - 진현종
제2장 - 이것은 괴로움의 원인이다
서른아홉번째 이야기 - 죄의 근원은 남근이다
부처님이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서 여러 천인들과 사부대중(사부대중은 출가한 비구와 비구니, 집에서 불교를 믿는 남자와 여자를 함께 일컫는 말이다)에게 설법하고 계실 때의 일이다. 그때 한 젊은 비구가 있었는데, 그는 성격이 완고하고 어리석어 도를 알지 못했다. 그리고 항상 탐욕을 떨치지 못했고 또 양기가 왕성하여 주체할 줄 몰랐다. 이 때문에 늘 번뇌에 시달려 깨달음을 얻지 못하자 그는 이렇게 생각하게 되었다. '남근을 끊어버리면 청정한 마음을 얻어 도의 흔적이나마 얻을 수 있을 게다.' 마침내 그는 한 시주의 집에 가서 도끼를 빌려왔다. 그리고 방으로 들어가 문을 닫고 나무 판자 위에 앉아 남근을 끊으려 하면서 생각했다. '이 남근 때문에 나는 무수한 세월 동안 생사를 전전해 왔다. 삼도(삼도는 지옥, 아귀, 축생을 말한다)와 육취(육취는 중생이 업 때문에 윤회하는 여섯 가지 세계로 지옥, 아귀, 축생, 아수라, 인간, 천상을 말한다)는 모두 색욕에서 비롯된 것이다. 남근을 자르지 않는다면 도를 깨닫지 못하리라.'
그때 부처님은 그 어리석은 비구의 마음을 꿰뚫어보시고 이렇게 생각했다. '어리석기 그지없구나. 도는 마음을 제어하는 데에서 얻어지므로 마음이 바로 도의 근원이다. 그런데 스스로 몸을 해쳐 죄에 떨어져 오랫동안 고통을 받으려 하다니...' 부처님은 그 비구의 방으로 들어가 물었다.
"너는 지금 무엇을 하려고 하느냐?"
비구는 도끼를 내려놓고 옷을 걸친 후 부처님에게 예배하고 나서 대답했다.
"도를 배운 지 이미 오래이나 아직 법문에 들어서지조차 못했습니다. 좌선을 할 때에는 곧 도를 얻을 것도 같다가 양기가 일어나 음욕이 생기면 앞뒤를 분간하지 못하나이다. 그래서 스스로 반성해보니 이 모든 일이 바로 남근 때문이라 도끼를 빌려 자르려고 하는 것입니다."
"너는 정말 어리석어 도를 모르는구나. 도를 얻으려면 먼저 그 어리석음을 끊고 마음을 제어해야 하는 법이다. 마음이 바로 모든 선악의 근본이다. 음욕을 끊고자 하면 먼저 그 마음을 제어해야 하느니라. 마음이 안정되고 뜻이 열린 뒤에야 도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부처님은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먼저 그 근본 없애는 것을 배워라
임금이 그저 두 신하만 거느리고 나머지 시종들을 모두 없애버리면 그게 바로 최상의 도인일세."
계속해서 부처님은 그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십이인연(십이인연이란 범부로서의 유정의 생존이 12가지 조건에 의해 성립되어 있는 것을 말하며 12라 함은 무명, 행, 식, 명색, 육처, 촉, 수, 취, 유, 생, 노, 사이다)의 근본은 바로 어리석음이다. 그리고 어리석음은 뭇 죄의 근본이니라. 지혜는 온갖 행의 근본이다. 먼저 어리석음을 끊어야만 마음이 안정되리라."
그러자 그 비구는 몹시 부끄러워하며 자책했다.
"제가 어리석고 미혹하여 오랫동안 고전의 가르침을 이해하지 못하여 이렇게 되었나이다. 지금 부처님께서 하신 말씀은 정말 미묘합니다."
그는 올바른 선정에 들어 뜻을 지키고 마음을 제어하여 부처님앞에서 곧 아라한이 되었다.
<법구비유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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