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만대장경에 숨어 있는 100가지 이야기 - 진현종
제2장 - 이것은 괴로움의 원인이다
스물아홉번째 이야기 - 미녀에게 현혹된 왕
우전왕은 대단한 호색한이었다. 그런데 출세에 눈이 먼 어떤 사람이 우전왕의 그런 점을 알고선 비위를 맞추고자 천하절색의 미녀를 구해다가 바쳤다. 그녀는 얼굴이 얼마나 예쁜지 날아가는 새들도 그녀의 미모를 흠모할 정도였다. 우전왕은 그런 그녀에게 빠져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그 미녀가 우전왕의 총애를 받는 바람에 미녀의 아버지는 하루 아침에 대신이 되었고, 미녀를 데려온 그 사람은 한 재산을 모았을 뿐만 아니라 가장 총애 받는 신하가 되었다. 우전왕은 미녀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들어주었고, 새로운 궁전을 지어 수많은 몸종을 딸려주었다. 또 일천 명의 가무 악대를 만들어 미녀가 언제나 감미로운 음악과 춤을 즐기게 해주었다. 그는 미녀에게 완전히 빠져 그녀를 왕비로 삼을 생각을 했다. 그러자 지금의 왕비가 점점 눈엣가시처럼 보이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는 독화살로 왕비를 죽일 작정을 하였다. 왕비는 독실한 불교신자로 여러 해에 걸친 수행으로 수다원의 경지에 이르렀기 때문에 칼과 창으로도 죽일 수 없는 존재가 되어 있었다. 그러나 우전왕은 그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어느날 그는 왕비가 산책을 나가자 독화살을 준비하고 산책로 근처에 숨어 있었다. 이윽고 왕비가 사정거리 안으로 들어오자 우전왕은 독화살을 날렸다. 독화살이 막 왕비의 등에 명중되려고 하는 순간 마치 마술처럼 독화살은 왕비의 몸을 세 바퀴 돌고선 도리어 우전왕의 얼굴 앞에 떨어지는 것이었다. 우전왕은 갖고 있는 독화살을 모두 쏘았지만 그 결과는 매 한 가지였다. 왕비는 우전왕이 독화살로 자기를 죽이려 하는 모습을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지만 화를 내지 않고 도리어 입으로는 염불을 하며 그를 향해 미소를 지어보였다. 이에 우전왕은 왕비의 법력에 깜짝 놀라 급히 독화살을 내던졌다. 그는 미녀에게 넋을 잃고 방탕한 생활을 했던 일을 왕비 앞에서 참회했다.
그후 우전왕은 부처님을 찾아가 계를 받고 자신의 잘못을 용서해달라고 하기 위해서 코끼리가 끄는 수레를 타고 궁을 나섰다. 부처님이 계신 곳에 온 우전왕은 부처님께 에배를 드린 후 고개 숙여 참회했다.
"제가 커다란 잘못을 저질렀습니다. 미녀에게 현혹되어 방탕한 생활을 일삼았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부처님의 제자인 왕비를 죽이려고까지 했습니다. 그러나 왕비는 도리어 무량한 자비심으로 저의 죄를 뉘우치게 만들었습니다. 이제 저는 부처님의 높고 높은 법력을 믿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원컨대 부처님께 귀의하오니, 대자대비하신 부처님이시여, 제가 과거를 뉘우치고 새 사람이 되게 하옵소서."
<불설우전왕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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