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로 읽는 사마천 사기 2 - 엄광용 엮음
(세상과 나를 바꾸는 지혜 명인 40인의 성공처세학)
오물 먹는 위와 곡식 먹는 쥐는 다르다<이사>
- "아아, 사람의 현명하고 못난 것을 비유하면 저 창고 속의 쥐와 뒷간 속의 쥐가 처한 것과 같구나. 이 세상 모든 일이 스스로 처한 곳에 달려 있는 것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
이사는 초나라 상채 출신으로, 젊어서 군의 하급 관리로 있었다. 어느 날 이사는 아전 숙소의 뒷간에 갔다가 똥을 뒤지던 쥐들이 인기척에 놀라 도망가는 것을 보았다. 뒷간의 쥐들은 몰래 다니며 더러운 오물만 주워 먹으며, 사람이나 개나 나타나면 꽁지가 빠지게 도망가는 것이었다. 더구나 고양이 앞에서는 꼼짝달싹을 하지 못한 채 바들바들 떨었다. 또 어느 날인가 이사는 창고에 들어갔다가 곡식을 먹는 쥐들을 보았다. 그런데 창고 속의 쥐들은 가득 쌓여 있는 곡식을 먹으며 짐짓 여유까지 부렸다. 물론 창고 속의 쥐들도 인기척에 놀라 도망치기는 하였지만, 잠시 후에 눈치를 슬슬 보며 구멍 속에서 기어나오는 것이었다.
"아아, 사람의 현명하고 못난 것을 비유하면 저 창고 속의 쥐와 뒷간 속의 쥐가 처한 것과 같구나, 이 세상 모든 일이 스스로 처한 곳에 달려 있는 것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이사는 조그만 군에서 하급 관리 노릇이나 하는 자신의 처지를 이렇게 쥐에 비유하며 한탄하였다.
그 뒤 이사는 큰 마음을 먹고 순경을 찾아가 배움을 청하였다. '순경'은 바로 성악설을 주장한 유학자 순자를 일컫는다. 이사는 순자에게서 천하를 다스리는 제왕학을 배웠다. 학문을 다 배우고 난 그는 가만히 생각해 보았다. 당시 초나라 왕은 자신이 섬기기에 부족한 것 같았다. 그렇다고 육국은 약소국이어서 섬겨서 공을 세울만한 인물을 찾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그는 당시의 강대국인 진나라로 가기로 하고, 스승 순자를 찾아가 하직인사를 하였다.
"때를 얻거든 게을리 하지 말라는 말이 있습니다. 지금 열국들이 바야흐로 서로 다투는 때이기 때문에 제가 배운 학문을 써먹기 좋은 기회입니다."
"어째서 그렇게 생각하는가?"
순자가 물었다.
"지금 진나라 왕은 천하를 병합하여 제를 일컬으면서 열국들을 수하에 거느리려 하고 있습니다. 지금이야말로 관직이 없는 선비가 출세를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이러한 때에 비천한 사람이 무엇인가 도모를 하지 않고 있다면, 그것은 마치 금수가 고깃덩어리를 보고 탐을 내면서도 사람이 무서워 참고 있는 것보다 더 부끄러운 일입니다. 또한 이 세상에서 곤궁한 것보다 더 큰 슬픔은 없습니다."
"그대는 그렇게도 곤궁한가?"
"저는 오랫동안 비천하게 살아왔습니다. 또한 곤궁한 처지에 있으면서 세상을 비난하고 영리를 미워하였습니다. 대부분의 선비들이 또한 저와 같은데, 스스로 고상한 체하여 욕심이 없는 듯 행동하지만, 그것은 본연의 심정이 아닙니다. 그러므로 저는 장차 서쪽으로 가서 진나라 왕을 설득하여, 그를 장차 천하를 호령하는 군주로 만들겠습니다."
순자는 제자를 붙잡을 수가 없을 것이라고 판단하였다. 그래서 다음과 같이 말하면서 이사가 진나라로 가는 것을 허락하였다.
"내가 그대를 가르칠 때 욕심을 없애는 법을 깨닫게 하지 못하였구나. 자연의 이치는 차면 곧 기울고, 올라가면 곧 내려가고, 강성하면 곧 쇠약해지는 법이다. 그 차고, 올라가고, 강성해질 때를 늘 조심하도록 하라."
마침 그 무렵 진나라는 장양왕이 죽고, 그의 아들 정이 즉위하였다. 이사는 우선 진나라 정승인 문신후 여불위를 찾아가 식객으로 머물렀다. 여불위는 이사를 눈여겨보다가 현명한 인물임을 간파하고, 그를 낭관에 임명하였다. 그리하여 이사는 진나라 왕을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큰 일을 성취하는 사람은 남의 약점을 이용해 잔인하게 행동하는 데 주저하지 말아야 합니다. 옛날 진나라 목공은 패자가 되었으면서도 끝끝내 동쪽으로 6국을 쳐서 병합하지 못했습니다. 그것은 제후들의 숫자가 많고 주왕실의 덕이 아직 쇠퇴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지금의 상황은 다릅니다."
이사는 문득 진나라 왕을 쳐다보았다. 진의를 탐색하려는 것이었다.
"무엇이 다르다는 거요?"
"진나라 효공 이후 주왕실은 쇠퇴를 거듭하였고, 제후들이 들고 일어나 나라를 병합하여 관동의 6국만 남았습니다 .반면 진나라는 승세를 타고 앉아 제후들을 다스려 온 것이 이미 6세나 되었습니다."
진나라 왕은 이사의 말을 듣고 따져보았다. 과연 효공 때부터 시작하여 혜문왕, 무왕, 소왕, 효문왕, 장양왕까지 6대에 걸쳐 진나라는 강국으로 제후국들에게 위엄을 보여온 것이 사실이었다.
"그래서 그대는 지금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 거요?"
"지금 제후들이 진나라에 복종하는 것을 보면, 마치 제후국은 진나라의 한 군현과 같습니다. 진나라의 강성함과 대왕의 현명하심은 밥하는 하녀가 부엌의 솥뚜껑 위에 앉은 먼지를 쓸어내는 것보다 쉽게 제후국들을 멸망시킬 수 있습니다. 이것은 일만 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하는 절호의 기회입니다. 지금 게을리하여 급히 성취하지 않는다면 제후들이 다시 강성해지고, 또한 서로가 합조를 하게 되면 그 기회를 놓치고 맙니다."
이사의 말에 진나라 왕은 매우 기분이 좋았다. 그래서 이사를 당장 비서실장격인 장사로 등용하였다.
이사는 진나라가 천하통일을 할 수 있는 계책을 마련하였다. 그리하여 제후의 명사들 중에서 재물로 매수할 수 있는 자에게는 많은 재물을 주도록 하였고, 말을 잘 듣지 않는 자는 예리한 칼로 찔러 죽여 제후와 신하 사이를 이간질시켰다. 그런 다음 진나라는 대군을 일으켜 약화된 제후국을 쳐들어가 인정을 두지않고 짓밟았다. 물불을 가리지 않는 이사의 이러한 공략전술로 진나라는 제후들을 모두 굴복시켰다. 이 공적으로 이사는 객경의 벼슬에 올랐다. 다른 나라에서 온 사람으로 최고의 벼슬인 재상이 된 것이었다.
안목 : 큰 바다에 나가야 큰 고기를 낚을 수 있다. 높은 건물을 짓기 위해서는 땅을 깊게 파야 한다. 이것이 바로 안목이다. 사업을 시작할 때 업종과 상권을 선택하는 것이나, 학과나 직업을 선택하는 것, 모두가 안목을 필요로 한다.
태산은 한 줌의 흙도 버리지 않는다<이사>
-"태산은 한 줌의 흙도 버리지 않기 때문에 가장 높이 솟을 수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황하나 바다는 아무리 작은 시냇물이라도 버리지 않고 다 받아들이기 때문에 그 많은 수량을 유지할 수가 있습니다."-
제후국들은 점점 강해지는 진나라가 두렵게 되었다. 제후국 중의 하나인 한나라는 진나라를 교란시키기 위하여 정국이라는 사람을 몰래 파견하였다. 정국은 진나라 왕을 설득하여 관개용수를 만들게 함으로써 국고를 바닥나게 하였으며, 부역으로 백성들의 불평불만이 늘어나도록 하였다. 그 음모가 발각되자 진나라 종실과 대신들이 왕에게 다음과 같이 간언하였다.
"제후의 나라에서 온 사람들 중에서 대왕을 섬기는 자들은 대체로 자기 나라를 이롭게 하는 계략만 내놓고 있습니다. 청컨대 모든 객인을 쫓아버리십시오."
이사도 초나라 사람이기 때문에 대신들이 추방하라고 주청한 객인의 명단에 들어 있었다. 위기를 느낀 이사는 곧 진나라 왕에게 다음과 같은 상서를 올렸다.
'지금 종실과 대신들이 다른 나라에서 온 사람들을 추방하라고 주청한다 들었는데, 이것은 큰 잘못이라고 생각합니다. 옛날 목공은 인재 유여를 서쪽의 융 땅에서, 백리해를 동쪽의 완 땅에서 구했습니다. 또한 건숙을 송나라에서 맞아들였고, 비표와 공손지를 진나라에서 불러왔습니다. 목공은 진나라 출신이 아닌 이 다섯 사람을 등용하여 12국을 합병하고 마침내 서융에서 패자가 되었습니다. 효공은 위나라 출신 상앙의 법을 채용하여 풍속을 고치고 백성의 생활을 풍요롭게 하여 국가를 부강한 나라로 만들었습니다. 혜왕은 위나라의 장의를 등요하여 그의 계략으로 삼천의 땅을 함락시키고, 서쪽으로 파, 촉을 병합하였습니다. 또한 남으로 한중을 탈취하여 구이를 포섭함으로써 언, 영을 제어하고, 동쪽으로 성고의 험준한 땅을 발판으로 비옥한 토지를 탈취하여, 결국 6국의 합종맹약을 깨뜨려 이들로 하여금 진나라를 섬기게 하였습니다. 소왕은 위나라의 범수를 얻어 종실과 대신들의 권력확대를 막고, 제후들의 영토를 잠식함으로써 마침내 제업을 달성하였습니다. 이상 말씀드린 네 군주는 모두 다른 나라 사람을 등용시켜 나라를 강하게 만들었습니다. 따라서 다른 나라 사람이라 하여 진나라를 배반한다는 것은 잘못된 의견입니다.'
이사의 상서를 읽어내려 가던 진나라 왕은 머리를 크게 끄덕였다.
"옳은 소리야. 과인이 다른 나라 사람을 중히 쓰는 것에 대해 괜히 종실이나 대신들이 시기하고 있구먼."
진나라 왕은 계속 이사의 상서를 읽어 내려갔다.
'어찌하여 구슬이나 음악은 다른나라 것을 가져다 즐기면서 사람만은 별도로 취급하려 드는 것입니까? 다른 나라 사람이라 하여 그 사람의 됨됨이를 보지 않고 무조건 추방한다는 것은 잘못입니다. 이것은 다시 말하면 사람보다 구슬이나 음악을 더 중하게 여긴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좁은 생각으로 어찌 천하통일의 위업을 달성할 수 있겠습니까?'
"이런! 이사는 과인을 아주 생각이 좁은 인간으로 몰아붙이는구먼."
이렇게 말했지만 진나라 왕은 흡족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이사의 상서는 계속되었다.
'토지가 넓으면 수확량이 많습니다. 나라가 크면 사람들이 많습니다. 군대가 강하면 병사가 용감합니다. 큰 뜻을 품으려면 도량이 넓어야 합니다. 태산은 한 줌의 흙도 버리지 않기 때문에 가장 높이 솟을 수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황하나 바다는 아무리 작은 시냇물이라도 버리지 않고 다 받아들이기 때문에 그 많은 수량을 유지할 수가 있습니다. 왕자도 역시 마찬가집니다. 어떠한 신분의 사람이라도 거절하지 않음으로써 훌륭한 정치를 할 수 있습니다.'
"백번 옳은 말이다."
진나라 왕은 상서를 읽어내려가다 말고 무릎을 탁 쳤다.
'이번 다른 나라 사람을 추방하려는 것은 천하의 인재가 진나라로 들어오는 것을 막아버리는 결과를 가져올 것입니다. 이런 조처야말로 적에게 병사를 빌려주고 도적에게 식량을 대주는 것입니다.'
이사의 이와 같은 상서를 읽고 진나라 왕은 다른 나라 사람에 대한 추방령을 곧 철회하였다. 따라서 이사도 종전의 관직으로 복귀되었다.
활용 : 필요하면 활용하라. 유익하면 귀담아 들어라. 경쟁사건 적대적인 관계에 있는 사람이건 자신의 발전에 도움이 된다면 감정에 얽매이지 말고 활용하라. 지연, 학연, 혈연에 우선하지 말고, 목표달성에 진정 누가 도움이 될 것인가를 생각하라. 그것이 성공의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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