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만대장경에 숨어 있는 100가지 이야기 - 진현종
제1장 이것은 괴로움이다
열아홉번째 이야기 - 살을 베어 원숭이와 바꾸다
숲속에서 사자와 원숭이가 무척 사이좋게 살고 있었다. 원숭이는 사자를 매우 신임했기 때문에 먹이를 구하러 나갈 때 종종 새끼원숭이 두 마리를 사자에게 맡기곤 했다. 어느 날 굶주린 독수리가 새끼 원숭이들을 발견하고는 사자가 잠든 사이에 발톱으로 나꿔채서 나무위로 날아올라갔다. 얼마 후 잠에서 깬 사자는 사방을 둘러보아도 새끼 원숭이들이 보이지 않자 마음이 무척 다급해졌다. 사방을 둘러 찾아보다가 독수리가 새끼 원숭이들을 붙잡은 채 나무 위에 앉아 있는 모습을 보았다. 이에 사자는 간곡하게 부탁했다.
"그 새끼 원숭이들은 내가 친구 원숭이의 부탁을 받고 돌봐주고 있던 참이었는데, 잠시 잠든 사이에 네가 잡아가버렸구나. 친구의 신임을 저버리게 되었으니 이 일을 어쩐단 말이냐. 나는 백수의 왕이고 너는 뭇 새들의 왕이니 내 체면을 봐서라도 새끼 원숭이들을 돌려다오."
그러자 독수리가 말했다.
"사자야,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냐. 나는 지금 지친 데다가 배가 고파 죽을 지경이라 이 새끼원숭이들을 잡아먹을 참이다. 너의 지위와 체면은 나와 상관없다."
사자는 독수리가 흉폭해서 순순히 새끼 원숭이들을 돌려주지 않으리라 생각하고 자신의 살을 한 움큼 베어주기로 결심했다. 자신의 아픔을 감수하며 새끼 원숭이를 돌려받은 사자는 친구의 신뢰를 저버리지 않게 되었다.
<대지도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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