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만대장경에 숨어 있는 100가지 이야기 - 진현종
제1장 이것은 괴로움이다
열네번째 이야기- 아이를 잡아먹는 귀신
귀자모는 반사가라는 귀신왕의 아내이다. 그녀에게는 모두 합해 일만명의 아들이 있었는데, 그 하나하나가 모두 신체 건강한 장사들이었다. 그 중 막내의 이름은 빈가라로 영리하고 총명한 탓에 귀자모가 특히 아끼는 아들이었다. 귀자모는 성질이 잔악하고 난폭해서 사람의 아이들을 잡아먹는 일을 제일 좋아했다. 그녀는 수시로 인간들이 사는 곳에 가서 아이들을 잡아 산 채로 집어삼켜버리곤 했다. 이 때문에 사람들이 받는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갖은 방법을 다 동원해서 아이들을 숨겨두어도 귀자모의 끔찍한 손길은 피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에 사람들은 부처님을 찾아가 도와달라고 요청했다. 부처님은 그 상황을 이미 알고 있던 터라 법력을 써서 빈가라를 잡은 다음 발우 속에 숨겨두었다. 귀자모는 사랑스러운 아들 빈가라가 보이지 않는 탓에 마음이 몹시 다급해졌다. 그녀는 하늘 끝에서 땅끝까지 사방을 칠일 밤낮 동안 두루 찾아다녀 보았으나, 그 그림자도 볼 수 없었다. 귀자모는 먹지도 마시지도 않고 잠도 못 이루며 하루종일 울고 다녔는데 그 모습은 흡사 미치광이와도 같았다. 그러자 반사가가 그녀에게 말했다.
"듣자하니 부처님은 세상에서 가장 총명하셔서 모르는 것이 없고 또 도와주지 않는 일이 없다 하오. 울고불고 해도 소용없으니 이제 부처님에게 가서 도움을 청해보는 것이 좋을 듯하오."
귀자모는 부처님이 계시는 곳에 가서 무릎을 꿇고 합장한 다음 빈가라가 있는 곳을 가르쳐달라고 부탁했다. 부처님이 말씀하셨다.
"귀자모야, 네겐 아들이 일만 명이나 되는데, 그 중 하나를 잃었다고 해서 그렇게 상심하고 찾아 다니는 이유가 무엇이냐? 사람들은 고작해야 서너 명의 자식밖에 없고 또 자식이 하나뿐인 사람도 있다. 그런데도 너는 아이들을 잡아먹는 것을 즐기지 않았더냐? 귀자모야, 자식 잃은 부모의 심정이 어떠한지 이제 조금이라도 이해할 수 있겠느냐?" 귀자모는 부처님의 충고에 문득 깨닫는 바가 있어 부끄러워하며 대답했다.
"진정으로 참회하나이다, 부처님. 저는 벌을 받아 마땅합니다. 이번에 빈가라만 찾을 수 있다면, 다시는 사람의 아이들을 잡아먹지 않겠습니다."
부처님은 발우를 들어올려 빈가라를 귀자모에게 돌려보냈다. 그후로 귀자모는 다시는 아이들을 잡아먹지 않았고, 사람들은 자식 잃는 공포에서 해방되어 부처님을 찬양했다고 한다.
<잡보장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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