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만대장경에 숨어 있는 100가지 이야기 - 진현종
제1장 이것은 괴로움이다
열세번째 이야기 - 아름다움의 허상
옛날 부처님이 라열기국기사굴산에 계실 때였다. 그때 성안에는 연화라는 이름의 한 음녀가 있었다. 그녀는 얼굴과 몸매가 아름답기로 나라 안에 견줄 사람이 없었으므로 대신의 자제들이 모두 찾을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그러던 어느 날 연화는 문득 세상을 버리고 비구니가 될 작정을 했다. 그래서 부처님이 계시는 곳으로 가려고 길을 떠났다가 도중에 어떤 샘물앞에 이르게 되었다. 연화는 물을 마시고 손을 씻다가 샘물 위에 비친 자신의 모습이 너무나 아름다운 것을 보고 생각을 바꿨다. '이렇게 아름다운 얼굴을 가졌는데, 왜 세상을 버리고 사문이 되겠는가? 젊은것도 한때인데 마음껏 즐겨야지.' 그때 부처님은 연화가 제도될 인연이 있다는 것을 아시고 부인의 모습으로 변했다. 그 부인의 모습은 우아하고 아름답기 그지없어 연화보다 천만 배는 뛰어났다. 부인의 모습으로 변한 부처님은 연화가 돌아오고 있는 길을 거슬러 올라갔다. 연화는 그 부인의 아름다운 모습에 자못 친근감을 느껴 물었다.
"어디에서 오시는 길입니까? 남편이나 아이들 그리고 시종들은 어디에 두고 홀로 길을 걷고 계십니까?"
"성안에서 나와 집으로 가는 길입니다. 우리는 서로 모르는 사이지만 저기 있는 샘물에 가서 잠시 쉬면서 이야기나 나누는 게 어떨까요?"
"좋습니다."
그렇게 해서 두 여인은 샘물가로 가서 서로 정겹게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그러던 중 그 부인은 잠시 연화의 무릎을 베고 누웠는데 이내 자는 듯 숨이 끊어지고 말았다. 그러자 순식간에 얼굴이 문드러지면서 악취가 나고 배가 터져 벌레들이 기어나왔다. 또 이빨이 빠지고 머리털이 흩어져 사지는 형체를 알아볼 수 없었다. 그 모양을 본 연화는 놀랍고도 두려운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아름다운 부인이 어떻게 갑자기 죽을 수 있을까? 이런 부인의 목숨도 무상한 것인데, 어찌 나의 수명을 장담할 수 있을까? 아, 역시 부처님에게 가야겠구나.' 이윽고 부처님이 계시는 곳에 도착한 연화는 절을 하고 나서 좀전에 당한 일을 말했다. 그러자 부처님께서 연화에게 말했다.
"사람으로서 믿지 못할 네 가지 일이 있느니라. 첫째, 젊음은 반드시 늙음으로 돌아가는 것이요, 둘째는 건강한 것도 끝내는 죽음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그리고 셋째는 부모 형제와 친척들이 모여 화목하게 산다 해도 결국은 헤어져야 하는 법이며, 넷째는 아무리 재산을 쌓아둔다 해도 마침내는 흩어지고 마는 법이다."
그리고 부처님은 다시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늙으면 몸이 쇠약해지고 젊어도 병들면 몸이 무너져 썩고 허물어져 가나니 죽음도 결국은 그러한 것이리라. 이 몸을 어디에 쓰랴 온갖 더러움이 새어나는 곳이거늘 병이 들면 괴롭고 늙음과 죽음의 근심이 떠나지 않는다네. 쾌락만 쫓다가 못된 짓만 하면서 큰 변이 일어날 것을 알지 못하지만 목숨은 무상한 것이라네. 자식도 믿을 바 못 되고 부모형제도 마찬가지리 죽음이 임박하면 아무리 친한 어버이도 의지할 수 없다네."
부처님의 설법을 들은 연화는 신체란 좀전에 본 부인의 목숨처럼 영원한 것이 아니며 오직 도덕과 열반만이 영원한 안락처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리고 곧 부처님에게 비구니가 되겠다고 말했다. 부처님이 칭찬하시자 연화의 머리카락이 저절로 떨어져 비구니의 모습이 되었다. 그리하여 곧 깨달음을 얻어 아라한이 되었다.
<법구비유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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