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만대장경에 숨어 있는 100가지 이야기 - 진현종
제1장 이것은 괴로움이다
여섯 번째 이야기 - 바닷가 사람들이 고동을 부는 이유
히말라야 산 위에 한 호수가 있다. 그 호수는 영험하다고 소문이 나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소원을 빌곤 한다. 전설에 따르면 이 호수 속에는 용왕이 살고 있었고, 그 호숫가에는 한 아라한(아라한은 보통 소승불교에서 최고의 깨달음을 얻은 이를 가리키는 말이다)이 살고 있었다 한다. 아라한은 평소 법술을 부려 호수 속의 용왕에게 자기를 공양하게끔 했다. 식사할 때가 되면 아라한은 깔고 앉아 있던 방석을 탄채 용왕이 사는 곳으로 날아갔다. 그 아라한의 시봉을 들던 한 스님이 있었다. 그는 호기심이 많은 자라 방석 가장자리에 새끼줄을 달아 붙잡고선 아라한을 따라 용궁으로 갔다. 아라한은 뒤늦게 그 사실을 알게 되었다.
식사 시간이 되자 용왕은 천상의 음식으로 아라한을 접대하고, 스님에게는 사람들이 먹는 평범한 음식을 주었다. 아라한은 식사가 끝나자 용왕에게 여러 가지 설법을 해주었다. 스님은 평소처럼 스승인 아라한의 발우를 씻고 있었다. 그런데 그 발우 속에는 아라한이 먹다 남긴 음식이 조금 남아 있었다. 스님이 그 냄새를 한번 맡아보자 세상에 비할 데 없는 향긋한 향기가 코를 자극했다. 스님은 이런 맛난 음식을 대접하지 않은 용왕과 그 음식을 나눠주지도 않고 혼자 먹은 아라한에게 앙심을 품게 되었다. 그리고 주술을 써서 용왕을 죽이고 자기가 용왕이 되겠다는 맹세를 했다.
그날 저녁 스님은 아라한과 함께 호숫가로 돌아오자마자 용왕을 죽이려는 주문을 외웠다.그러자 용왕은 갑자기 참을 수 없는 두통이 생겼다. 스님은 주문을 너무 열심히 외운 탓에 그만 그날 밤으로 목숨이 끊어져 곧이어 대룡으로 환생했다. 대룡은 즉시 호수 속의 용왕을 죽이고 용궁을 점거해버렸다. 그러고 나서 대룡은 스승이었던 아라한에게 보복하려고 했다. 대룡은 비바람을 일으켜 아라한이 살고있는 사원을 뒤집어버리려고 했다. 그때 그 사실을 알게 된 가니색가왕은 그 악룡을 물리치고자 아라한이 살고있는 사원에 백 척이 넘는 탑을 세우려고 했다. 그러나 한을 품은 악룡은 폭풍을 일으켜 탑을 여섯 번이나 무너뜨려버렸다. 왕은 크게 화를 내어 군사를 일으켜 호수를 메워버림으로써 악룡을 직접 징벌하고자했다. 악룡은 자기가 살고 있는 호수가 메워지면 갈 곳이 없어지리라는 두려움 때문에 한 바라문으로 변신해서 왕을 찾아가 말했다.
"대왕께서는 숙세에 많은 선업을 쌓으셨기에 그 복으로 지금 국왕이 되신 것입니다. 이 나라에는 감히 대왕을 거스르려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그런데 무엇 때문에 일개 용과 싸우려 하십니까? 용은 그저 동물에 지나지않습니다. 그러나 그 힘은 막강하여 사람의 힘으로 이길 수 있다고 장담하기는 어렵습니다. 용은 하늘을 날 줄도 알고 잠수할 수도 있으나 사람은 그렇지 못합니다. 대왕께서 군사를 일으켜 설령 그 용을 이긴다해도 크게 득이 될 일이 없고, 만약 지기라도 하는 날에는 뭇 사람들의 손가락질을 받게 될 것입니다. 국왕을 위해서 드리는 말씀이니, 군사를 돌리십시오."
그러나 가니색가왕은 그 말을 듣지 않고 계속해서 호수를 향해 진군해 갔다. 이에 악룡도 호수로 돌아갔다. 그리고 폭풍우를 일으켜 주먹만한 돌들을 병사들에게 날려보냈다. 천지가 밤처럼 어두워지고 뇌성벽력이 울리자 병사들은 겁을 먹었다. 가니색가왕은 군사들을 독려하며 부처님께 악룡을 이기게 해달라고 기도했다. 기도를 끝내자 가니색가왕의 양쪽 어깨에서 거대한 불기둥이 치솟아 악룡을 향해 날아갔다. 악룡은 불기둥을 견디지 못하고 물러갔다. 그러자 폭풍우가 그치고 다시 사방이 잠잠해졌다. 국왕은 병사들에게 명령해서 돌을 던져 호수를 메워버리게 했다. 악룡은 다시 바라문으로 변신해서 국왕에게 다가와 말했다.
"제가 바로 저 호수에 살고 있는 용왕입니다. 저는 지금 국왕에게 항복하고자 하니 죄를 용서해주시기 바랍니다. 만일 국왕께서 저를 죽이신다면 또 다른 악연을 만드시는게 됩니다."
가니색가왕은 용왕의 말을 들어주기로 하고 병사들에게 중지하라고 명령했다. 그리고 용왕의 다짐을 받아냈다. 이후에 다시 나쁜 짓을 한다면 다시는 용서받지 못하노라고. 그러자 용왕이 말했다.
"용은 원래 성질이 흉악해서 종종 스스로도 어찌할 수가 없습니다. 대왕께서 탑을 세우고자 하시면 저는 다시는 방해하지 않겠습니다. 다만 저의 나쁜 습성이 발동하는 것을 막기 위해 산 정상에 파수꾼을 배치하여 호수에 검은 구름이 감도는 모습을 보면 큰 소리로 고동을 불게 하십시오. 그러면 제가 그 소리를 듣고 왕과의 약속을 상기해서 스스로를 제어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게 해서 탑을 완성하게 된 가니색가왕은 산 정상에 파수꾼을 배치하여 호수에 이상한 일이 생기면 곧 고동을 불게 했다. 그때의 일이 오늘날까지 이어져 바닷가 사람들이 고동을 불게 된 것이라고 한다.
<대당서역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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