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만대장경에 숨어 있는 100가지 이야기 - 진현종
제1장 이것은 괴로움이다
세 번째 이야기 - 물거품으로 만든 장신구
옛날, 한 국왕에게 열댓 명의 왕자와 한 명의 공주가 있었다. 국왕은 공주를 특히 총애하여 한시도 떨어지지 않고 곁에 있게 하였다. 그리고 공주가 갖고 싶다는 것은 무엇이든지 구해주었다. 그러던 어느 날 저녁 큰 비가 내려 빗물이 땅에 흥건히 고였다. 그 위에 빗물이 떨어지자 여러 모양의 물거품이 생겨났다. 물거품은 궁궐의 불빛을 받아 마치 휘황찬란한 보석처럼 보였다. 그 광경에 반한 공주가 국왕에게 말했다.
"아버님, 저 물거품으로 장신구를 만들어 머리에 달면 정말 예쁘겠어요."
국왕은 공주의 말을 듣고 웃으면서 대답했다.
"얘야, 저 물거품은 손으로 잡을 수 없는 것인데, 어떻게 장신구를 만들 수 있겠느냐?"
이에 공주가 말했다.
"몰라요! 사람들을 시켜 만들어주시지 않으면, 죽어버리고 말 거예요."
국왕은 공주의 성격을 잘 알고 있는 터라, 황급히 유명한 장인들을 불러모았다.
"너희들은 솜씨가 매우 훌륭해서 만들지 못하는 것이 없다고 들었다. 지금 내 딸이 물거품으로 장신구를 만들어달라고 하니, 서둘러 만들도록 하라. 만일 만들어내지 못하면 죽은 목숨으로 생각하라!"
장인들은 국왕의 말을 듣고 어처구니가 없는지라 서로 멍하니 얼굴만 쳐다보았다. 그리고 이내 물거품으로 장신구를 만들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서둘러 말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한 늙은 장인이 나서서 충분히 만들어낼 수 있노라고 말했다. 국왕은 매우 기뻐하면서 그 사실을 공주에게 급히 전했다.
"물거품으로 장신구를 만들 수 있다고 하는 사람이 있으니, 직접 와서 만나보도록 해라."
그 소식을 들은 공주가 늙은 장인 앞에 나타나자, 그 늙은 장인은 공주에게 말했다.
"공주님, 저는 하잘것없는 사람이라 아름다운 물거품을 분간해낼 수 없으니, 먼저 공주님께서 직접 물거품을 가지고 오시면 장신구를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그러자 공주는 물거품을 가지고 오겠다고 나섰다. 그러나 물거품은 손을 대기만 하면 이내 사라져버려 도저히 잡을 수가 없었다. 공주는 하루종일 애써보았지만 허리만 아플 뿐이었다. 지친 공주는 화를 내며 포기하고선 돌아서버렸다. 국왕은 공주가 돌아오는 모습을 보고 물었다.
"그래, 물거품으로 만든 장신구가 완성되었느냐?"
공주는 자기 볼을 치면서 대답했다.
"전 물거품으로 만든 장신구 따위 필요없어요. 물거품은 실제로 존재하는 것도 아니고 오랫동안 있는 것도 아니에요. 아버님께서 금으로 만든 장신구를 주신다면, 그것은 쉽게 부서지지 않을 테니 밤낮으로 머리에 꽂을 수 있을 거예요."
<출요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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