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로 읽는 사마천 사기 1 - 엄광용 엮음
(세상과 나를 바꾸는 지혜 명인 40인의 성공처세학)
글이나 말이나 다 공허한 것 - 노자
"장사를 잘하는 사람은 재물을 깊이 간직하고도 겉으로는 없는 것처럼 보이게 하며, 군자는 마음 속에 덕을 지니고 있으나 그 외모는 바보처럼 보이게 합니다."
초나라 고현 출신인 노자의 성은 이씨이고, 이름은 이다. 그는 주나라 왕실의 서고인 수장실에서 사관으로 일하였다. 어느 날 공자가 찾아와 노자에게 가르침을 받고자 청하였다. 당시 공자는 제자들을 이끌고 이나라 저나라로 옮겨다니며 벼슬 자리를 찾고 있었다.
"그래, 나를 찾아온 이유가 무엇이오?"
"예에 대하여 한 말씀 듣고 싶습니다. 과연 예란 어떤 것인지요?"
노자가 공자에게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이미 옛 성현들의 살과 그 뼈는 다 썩었는데, 오직 그 말만 남은 것이 바로 예입니다."
"무슨 말씀이신지요?"
공자가 다시 물었다.
"그대가 말하는 예란 겉모습일 뿐입니다. 군자란 때를 잘 만나면 벼슬을 하지만, 때를 잘못 만나면 바람에 흔들리는 쑥대처럼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장사를 잘하는 사람은 재물을 깊이 간직하고도 겉으로는 없는 것처럼 보이게 하며, 군자는 마음 속에 덕을 지니고 있으나 그 외모는 바보처럼 보이게 합니다. 그러니까 일부러 덕을 드러내보일 필요가 없다는 말입니다."
"그러면 덕과 예는 어떻게 다른가요?"
"덕은 드러내지 않는 것이고, 예는 드러내는 것입니다. 일부러 드러내다 보니 예에는 가식이 섞이게 됩니다. 그러니 예를 빙자하여 교만한 자나 욕심 많은 자가 되지 말 것이며, 일부러 얼굴과 태도를 꾸미거나 산만한 생각으로 시간을 낭비하지 말아야 합니다. 그런 것은 전혀 자신에게 보탬이 되지 않습니다. 내가 예에 대하여 할 수 있는 말은 이것뿐입니다."
공자는 실망하여 돌아갔다. 그리고 제자들 앞에서 공자는 한숨을 쉬며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나는 새가 잘 난다는 것을 안다. 물고기가 헤엄을 잘 친다는 것도 안다. 네 발 달린 짐승이 잘 달린다는 사실도 알고 있다. 또한 달아나는 것에게는 그물을 칠 수 있고, 헤엄치는 것에게는 낚시를 드리울 수 있으며, 날아 다니는 것에게는 활을 쏠 수 있다는 것도 안다."
"무슨 말씀을 하시려는 것인지요?"
제자가 물었다.
"용이라는 것이 있다. 그것은 달리는 짐승도 아니고, 헤엄치는 물고기도 아니고, 나는 새도 아니다. 그런데 나는 그것이 어떻게 바람과 구름을 타고 하늘로 올라가는 지 알 수가 없다. 나는 오늘 노자를 만났다. 그는 용과도 같은 존재이다."
공자는 이처럼 노자를 '용'에 비유하였다. 노자는 도와 덕을 닦았다. 그러나 그는 그의 학문을 스스로 숨기고 이름이 드러나지 않도록 하였다. 노자는 오랫동안 주나라에 있었으나, 나라가 어지러워지자 스스로 떠났다. 그가 길을 떠나 관에 이르렀을 때, 관령 윤희가 말하였다.
"선생님께서는 지금 어디로 숨으려고 하시는 것 아닙니까?"
"그렇다네."
"그렇다면 이제 더 이상 선생님을 뵐 수가 없겠군요. 어려우시겠지만 저를 위해 좋은 글을 남겨주실 수 없겠습니까?"
"글이나 말이란 다 공허한 것이라네."
"그렇지만 이 세상 사람들을 위해 한 말씀이라도 남겨 주십시오."
윤희의 간청에 의해 노자가 글을 지은 것이 바로 "도덕경"이란 책이다. 이 도덕경은 상하권 5천여 자로 되어 있다. 노자는 도덕경만 남겨놓은 후 홀연히 자취를 감추었으며, 그 이후 그를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다만 공자와 같은 연배의 노래자란 사람이 나타나 책 15권을 지어서 도가를 설법하였다. 그 역시 노자와 같은 초나라 사람이었는데, 그런 여러 가지 사실을 연유로 하여 그가 노자의 제자일지도 모른다는 추측만 할 뿐이었다.
이것도 추측에 의한 것이지만, 노자는 대략 1백60세 혹은 2백 세를 살았다고 한다. 그는 무위의 도를 몸에 지녀 실천하였기 때문에 그렇게 오래 살 수 있었을 것이다. 공자가 죽은 지 129년이 되는 해에 어느 사관이 기록한 것에 의하면, 주나라의 태사 담이 진나라의 헌공에게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고 한다.
"진나라는 주나라와 합한 후 5백 년만에 분리되며, 분리된지 70년이 되면 패왕이 될 자가 나타날 것입니다."
어떤 사람은 이 담이 곧 노자라고 하였고, 또 어떤 사람은 아니라고도 하였다. 노자의 자는 백양이었으며, 시호는 담이었다. 그 시호 때문에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하였는지도 모른다. 아무튼 노자는 숨은 군자였다.
진실 : 마음속부터 진실하라. 드러내려 하지 않아도 자연히 드러나는 것이 진리이고 일부러 감추려 해도 그 실상이 곧 밝혀지는 것이 허위이다. 아침 이슬은 영롱하지만 한나절을 넘기지 못하고 사라지며, 흙속의 보석은 비록 묻혀 있지만 언젠가는 그 빛이 드러나게 되어 있다. 그러므로 다른 사람을 대할 때 일부러 자신을 과장되게 드러내면, 곧 신뢰를 잃게 된다는 걸 명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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