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로 읽는 사마천 사기 1 - 엄광용 엮음
(세상과 나를 바꾸는 지혜 명인 40인의 성공처세학)
군자는 자신을 알아주는 사람에게 뜻을 편다 - 안영
- 어느 날 월석보라는 현명한 사람이 그만 죄를 지어 끌려가고 있었다. 마침 그 길을 지나가던 안영이 발견하고, 자신의 수레를 끄는 왼쪽 말을 풀어 속죄금으로 내어주었다. -
제나라의 영공, 장공, 경공을 섬긴 재상 안영은 근면하고 검소한 것으로 이름이 나 있었다. 그는 정승이 된 뒤에도 반찬으로 두가지 고기를 상 위에 올리지 않았으며, 첩에게 비단옷을 입히는 법이 없었다.
어느 날 월석보라는 현명한 사람이 그만 죄를 지어 끌려가고 있었다. 마침 그 길을 지나가던 안영이 발견하고, 자신의 수레를 끄는 왼쪽 말을 풀어 속죄금으로 내어주었다. 안영은 자유의 몸이 된 월석보를 자신의 수레에 태워 집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집에 도착한 안영은 월석보에게 인사 한 마디 하지 않고 그대로 자기 침실로 들어가 버렸다.
"아니 대체 손님을 데려와 놓고 이런 법도 있습니까? 도무지 앞으로 상종을 못할 인물이로군"
월석보는 화를 내면서 큰 소리로 외쳤다. 밖이 시끄러워 나와 본 안영은 깜짝 놀랐다.
"제가 비록 어질지 못하나 선생을 위기에서 구해드렸습니다. 그런데 어찌 선생께선 절교를 하겠다고 나서는 것입니까?"
월석보가 대답하였다.
"그것은 그렇지가 않습니다. 제가 들은 바에 의하면 '군자는 자기를 이해하지 못하는 자에게는 굽히지만, 자기를 알아주는 사람에게는 뜻을 편다'고 합니다. 제가 죄를 지어 묶이는 몸이 되었을 때, 그 포졸들은 저를 모르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러나 승상께서 깨달은 바 있어 저를 속죄하여 주셨으니, 이는 저를 알고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저를 알면서 무례하게 대한다면 진실로 묶여 있을 때만도 못한 것이 됩니다."
안영은 월석보의 말을 듣고 깊이 깨달은 바가 있어, 그를 귀한 손님으로 우대하였다. 이처럼 안영은 재상이면서도 매우 겸손하였다. 그런데 그의 수레를 끄는 마부는 거만을 떨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인가 마부가 아주 겸손해져 있었다.
"어째서 그리 조신해 졌는가? 예전과 사뭇 다르구나."
마부가 그 연유를 말하였다. 며칠 전 마부의 아내가 문틈으로 남편이 안영을 마차에 태우고 가는 것을 지켜보았다. 마부인 주제에 남편은 기세등등하게 채찍을 휘둘렀다. 일산을 씌운 사두마차를 끄는 것이 그 스스로 자랑스러운 얼굴이었다. 그날 저녁에 마부가 집에 돌아왔을 때 아내가 말하였다.
"우리 이혼합시다."
"아니, 왜? 내가 무슨 잘못이라도 저질렀단 말이오?"
"오늘 아침에 보니 승상은 키가 6척도 못되는데 제나라 정승이 되어 그 이름을 제후들 사이에 드날리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그분은 높은 자리에 있으면서도 항상 스스로 몸을 낮추고 있습니다. 당신은 키가 8척이나 되면서도 마부에 불과합니다. 그런데 당신은 그런 낮은 자리에 있으면서도 무엇이 그리 자랑스러워 어깨를 세우고 으스대는 것입니까? 그래서 나는 당신과 이혼하려는 것입니다."
아내의 말에 마부는 깨달은 바가 있어 그 뒤부터 몸가짐을 바로하고, 누구 앞에서도 거만하게 구는 일이 없게 되었다.
"훌륭하다. 자기 잘못을 뉘우칠 줄 알고 분수에 맞게 겸손하게 사는 것은 대단한 일이다. 마부로 그냥 두기 아깝다."
안영은 자신의 마부를 대부로 삼았다. 한편 안영은 저술 작업에도 힘써 "안자춘추"를 남겼다.
겸손 : 겸손하라. 고개를 세운다고 지위가 높아지는 것이 아니다. 스스로 고개를 숙일 때 상대는 그를 높이 평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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