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는 지중해 신화와 전설 - 홍사석
제5장 포르큐스-괴물의 출생
1. 포르큐스 강한 자라는 의미를 지닌 포르큐스(Phorcys)는 폰토스와 가이아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이다. 원래 당당한 해신으로 해안을 지배하였으며 그 이름은 펠로폰네소스 북부 해안 아카이아의 아륨니온, 이타카 혹은 케팔레니아에 남아 있다. 로마 신화에서는 코르시카와 사르디니아 섬의 왕으로 나타나는데, 아틀라스 해전에서 패배하여 익사였으므로 해신으로 추앙하였다 한다. 포르큐스는 자매인 케도(바다괴물)와 결합해서 괴물들을 낳았는데, 고르곤, 에키드나, 그라이아이, 라돈의 아비라 하며 또한 스큘라와 포오사의 아비라고도 한다. 그의 아들들은 포르키데스라 부른다.
벨로나 벨로나(Bellona)는 포르큐스와 케토의 딸로 혈전과 참사를 좋아하는 전쟁의 여신이다. 아테나와 혼동하는 수가 있으나 벨로나는 전투의 공포와 불안을 조성하고 퍼뜨리며 사납고 싸움에 맹위를 떨치는 속성을 갖고 있어 아테나 여신과는 차이가 있다. 그리스에서는 에뉴오와 동일시하고 별로 신화가 없다. 옛 이름은 두엘로나라 하며 로마에서는 군신 마르스(아레스)와 오누이 또는 마르스의 딸 혹은 부인으로 보았는데, 출전하는 마르스의 이륜전차를 몰로 그녀 자신도 흩어진 머리에 무서운 형상을 한 채 채찍과 횃불을 들고 전투장에서 독전을 하였다. 로마 사람들은 이 여신을 매우 예찬하여 신전을 카피톨 기슭 포르타 가르멘탈리스에 봉헌하였다. 당시 원로들은 이 신전 앞에서 적성국의 사신을 접견하기도 하고 승전한 장군을 신전으로 맞아 들였다. 신전 앞에 세운 작은 기둥은 '전쟁기둥'이라 부르며 선전포고를 할 때 기둥너머를 적진으로 가정하여 창을 던져 적을 멸망시키는 굳은 결의를 표명하였다. 소아시아 카파도키아는 할류스 강, 에우프라테스 강과 에우크시네해(흑해) 사이에 있는 나라인데, 로마의 벨로나와는 다른 속성을 지닌 벨로나 여신을 각별히 모셨다. 특히 코마나 도시에서는 그 숭배가 유별나 남녀 3000쌍의 사제들이 예배를 올렸으며 가장 우두머리 사제의 권력은 강력하여 서열상 왕 다음이었으며 대부분 왕실 가족이 그 자리를 이어받았다. 여신에 대하여 공양은 없었으나 사제들인 벨로나리 중 일부가 쌍날 도끼로 자신의 팔 또는 궁둥이에 상처를 내어 그 피를 공양하였다. 그리고 이에 맞추어 요란하게 북을 치고 트럼펫을 불어 야성적 열광을 고조시킴으로써 전쟁의 혈전을 상징하였다.
에키드나 에키드나(Echidna)는 상반신은 여체요 하반신은 용꼬리를 한 괴상한 영물로 그 기원은 전승에 따라 차이가 있다. 헤시오도스는 포르큐스와 케토의 딸이라 하였고, 다른 설에 의하면 타르타로스와 가이아 또는 스튝스 혹은 크류사오르에게서 출생하였다고 한다. 그녀는 시칠리아 또는 펠로폰네소스의 동굴에 살면서 근방을 지나는 행인을 잡아먹었으나 결국 100개의 눈을 가진 아르고스에게 죽임을 당하였다. 에키드나에게는 많은 괴물소산이 있는데 튜폰과 교합하여 오르트로스(게류온의 개), 케르베로스(지하계를 지키는 개), 레르나의 히드라(50개의 머리가 달린 물뱀), 및 키마이라(사자머리, 양의 몸뚱이, 뱀꼬리를 가진 괴물이며 입에서 불을 토한다)를 두었다. 또한 전승에는 오르트로스가 어미인 에키드나와 관계해서 스핑크스(상체는 여자상이고 날개를 가진 새의 하체를 지닌 괴물)와 네메아의 사자가 생겨났다고 한다. 황금색 양모를 지키는 용과 헤르페리데스 정원을 지키는 라돈도 에키드나의 소생이며, 카우카스스 바위에 묶인 프로메테우스의 간을 찍어 괴롭히는 독수리 불투레도 그녀의 소산이라 한다. 에우크시네 바다 근처에 있는 그리스인 정착 도시에서는 다른 곳과는 전혀 다른 에케드나 전승이 존재한다. 즉 그 곳 이야기로는 헤라클레스가 스키타이를 방문하였을 때 말들에게 풀을 뜯게 한 후 한잠 잔 후 깨어보니 말들이 없어졌다. 이에 사라진 말을 찾던 중 에키드나의 동굴을 지나는데 그녀가 나타나 자기와 한 쌍이 되어준다면 말을 돌려주겠다고 하였다. 헤라클레스가 이 요청을 받아들여 정을 통하니 에키드나는 아카튜르소스, 켈로노스 및 스큐테스를 낳았다고 한다.
라돈 아르카디아의 하신인 라돈(Ladon)은 오케아노스와 테튜스의 아들이다. 스튬팔로스와 결혼하여 다프네와 메토페라는 두 딸을 두었으며 메토페는 하신 아소포스의 부인이 되었다. 다른 설에서는 다프네가 스튬팔로스의 딸이 아니라 가이아의 딸이라고도 한다. 같은 이름을 가진 것으로 괴물용도 있다. 포르큐스와 케토의 소산이라 하며 헤스페리데스의 과수원 특히 황금사과나무를 지키는 일을 맡았다. 다른 설에서는 라돈의 튜폰과 에키드나의 아들이라 하며 때로는 가이아의 아들이라고도 한다. 100개의 머리를 가진 라돈은 헤라클레스가 헤스페리데스 과수원의 사과를 딸 때 죽임을 당하였고 헤라에 의해 별자리에 올랐다.
에키온 에키온(Echion)은 뱀사람이라는 뜻을 갖고 있다. 카드모스가 뿌린 용의 이빨에서 솟아나와 싸움을 벌인 전사들을 스파르토이(뿌려진 자라는 의미)라 하고 이 때 살아남은 5명이 카드모스에 협조하여 테베 성을 구축하였다. 그 중 한 명이 바로 에키온이며 카드모스의 딸 아가베와 결혼하여 아들 펜테우스를 두었다. 펜테우스는 테베의 왕이 되었으나, 초기 디오뉴소스 숭배의 전파를 반대하다 참변을 당하였다. 에키온은 장인의 왕권을 인계받아 테베를 통치하였고 당시의 테베를 에케오니아이, 그 주민들을 에키오니다이라 불렀다. 헤르메스와 안티아니라의 아들도 에키온인데 에우류토스와 쌍둥이 형제이며 칼류톤의 멧돼지 사냥과 아르고 호 원정대에 참가하였다. 또 다른 에키온은 포르테우스의 아들로, 트로이 전쟁에서 목마작전에 가담한 용사 중 한명으로 목마에서 제일 먼저 뛰어내리다가 떨어져 죽었다.
키마이라 키마이라(Chimaera)는 전설상의 괴수로 산양과 사자상을 하고 있다. 꼬리는 뱀모양, 사자머리에 산양 몸체를 하고 있다고도 한고, 다른 설에는 사자와 산양 머리 두 개가 달린 괴수로 입으로 불을 뿜는다고도 한다. 튜폰과 에키드나의 소생이며 카리아의 왕 아미소다레스가 파테라로 끌고 왔다. 리시아의 왕 이오바테스로부터 빈번히 나라를 습격해 오는 이 괴수를 퇴치할 것을 명령받은 벨레로폰은 날개달린 천마 페가소스를 타고 처치하는 데 성공하였다. 즉 벨레로폰은 납덩이를 꽂은 창으로 키마이라의 아가리를 찌른 후 키마이라 자신이 내뿜는 불에 납이 녹게 하여 죽도록 하였다 한다. 생물학에서는 혼합염색체를 가진 생물체를 키메라 또는 모자이크라 부른다.
그리핀 그리핀(Griffins, Grypes)는 독수리 부리에 강인한 날개 및 사자의 몸통을 지닌 전설상의 괴수로 상상의 영조이다. 그리핀은 아폴론에게 바쳐져 북방 정토 주민의 영토, 스키타이 강 황금모래를 빈번하게 약탈하는 외눈박이 아리마스피아인의 습격을 감시하는 임무를 맡았다. 이 사금은 아폴론의 보물이었다. 작가에 따라서는 원래 에티오피아인 또는 인도인의 괴수라고 한다. 그리핀은 디오뉴소스와 관련하여, 끊임없이 흘러나오는 포도주의 술통을 수호하는 동물이라고 하며 후기에는 인도 사막에서 황금 탐사를 못하도록 막았다고도 한다. 어떻든 귀금속을 감시하는 역을 맡아보았으며 또한 금광이 있는 산속에 집을 지어 금광을 보호하였다. 흑해 판티카페움(현 케르치)의 그리스 금화에는 그리핀상이 있는데 매우 다부지고 위협적인 모습을 띠고 있다. 이에 비해 기원전 1500년경 창건된 크레타의 크노소스 궁 알현실 왕좌 뒷벽에 묘사된 그리핀의 프레스코화는 우아하고 품위를 느끼게 한다. 그 옛날 왕궁의 보물을 지키는 상징적 괴수임을 강하게 시사하고 있다.
케르베로스 케르베로스(Cerberus)는 하데스의 명계를 지키는 개로 에키드나와 튜폰 사이에서 태어났다. 헤시오도스에 따르면 50개의 머리를 가진 개라고 하지만 다른 신화학자는 대부분 머리 셋 달린 개라고 한다. 명계 입구를 지키며 살아있는 사람의 출입을 막고, 일단 지하세계에 들어온 영혼은 빠져 나가지 못하도록 감시하는 역할을 하였다. 따라서 영웅들이 살아있는 채로 하데스의 나라를 찾아갈 때는 통상적으로 이 케르베로스의 입에 떡을 물려 짖지 못하도록 진정시키고 있다. 단 오르페우스의 경우는 수금으로 그의 혼을 빼앗았고, 헤라클레스가 알케스티스를 찾기 위하여 명계에 갔을 때는 완력을 사용하여 반쯤 목을 졸라 놓고 알케스티스를 지상으로 데려왔다고 한다.
레르나의 히드라 레르나의 히드라(Hydra of Lerna)는 에키드나와 튜폰의 소산으로 케르베로스와는 형제간이다. 머리가 50개나 되는 큰 물뱀 모양의 이 괴물은 헤라클레스에게 퇴치당하였고, 헤라클레스는 그 담낭에 화살을 꽂아 피를 묻힌 후 독화살로 사용하였다. 후에 이 화살을 뜻하지 않게 케이론을 맞혀 죽게 했고 다른 켄타우로스들을 죽이는 데 사용되었다 당시 화살을 맞은 켄타우로스는 엘리스의 아니그로스 강에서 몸을 씻어 이 화살독을 제거했는데 그 바람에 개울물이 오염되어 모든 물고기에 지독한 냄새가 나서 먹을 수 없게 되었다고 한다. 또한 헤라클레스에게 히드라 독화살을 맞은 켄타우로스족의 네소스는 헤라클레스의 아내 데이아네이라에게 그의 피를 사랑의 미약이라 하여 건네줌으로써 헤라클레스의 최후를 가져오게 하였다.
게류온 게류온(Geryon)은 크류사오르(포세이돈과 메두사의 아들)와 칼리로에의 아들로 허리가 유착된 3두 3신의 괴물 인간이다. 에류티아 섬 가우데스에 사는 왕으로 목장에서 많은 소를 키우며 목동 에우류티온과 머리 둘 달린 개 오르트로스를 두어 지키게 하였다. 헤라클레스는 소떼를 탈취하러 와서 돌진해 오는 오르트로스를 먼저 몽둥이로 타살하고, 다음에는 에우류티온이 덤벼들자 마찬가지로 죽였다. 근처에서 하데스의 소들을 돌보던 메노이테스가 이 사실을 게류온에게 알렸고, 게류온은 안템스 강변으로 소떼를 몰고 가는 헤라클레스를 추적하여 싸움을 벌였으나 죽임을 당하고 말았다(헤라클레스의 열번째 노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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