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는 지중해 신화와 전설 - 홍사석
제3장 그리스의 태초 신들
3. 헤라 매우 오래된 옛 여신이며 그리스 이름은 존칭인 헤라(Hera, Juno)로만 통하고 원 이름은 모른다. 유사 전부터 있었던 종교를 그리스인이 내도하여 계승한 것으로 생각된다. 크로노스와 레아의 딸로 제우스의 누이이자 배우자이며, 자식으로는 아레스, 헤베, 헤파이스토스 및 에일레이튜이아가 있다. 올림포스 신 중 신성결혼의 수호신으로서 혼인한 여자의 생활을 각별히 보호하였다. 출생지는 아르고스 도는 사모스라고 전한다. 계절의 세 여신 호라이에게 위탁 양육되었다고도 하고 혹은 오케아노스와 테튜스가 키웠다고도 한다. 아르골리스 지방에서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에 따르면 강의 신인 아스테리온의 세딸들이 길렀다고 하며, 아르카디아의 스튬팔로스 사람들은 바다의 신인 펠라스고스의 아들 테메노스가 보살피며 교육시켰다고 주장한다. 신화적인 이야기에 따르면 헤라는 아버지인 크로노스가 삼켜 버렸는데 메티스가 마력을 가진 약을 주어, 제우스인 줄 알고 돌을 삼킨 크로노스를 토하게 할 때 다시 세상에 나왔다고 한다. 헤라 여신은 새 중에서 매와 거위, 특히 공작을 좋아하였고 꽃으로는 박하, 앵속 및 백합을 좋아하였다. 특히 백합은 원래 사프란색이었으나 제우스가 자고 있는 헤라의 젖꼭지를 어린 헤라클레스에게 물려 빨게 하다 지상으로 떨어진 젖방물로 인해 지금처럼 순백색으로 변하게 되었다고 한다. 청공으로 흐른 젖은 은하(Milky Way)로 되었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이야기다. 한편 신화상에 등장하는 헤라의 결혼생활은 행복하지 않으며 아이들에게도 애정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배우자도 자기가 선택하지 않은데다가 부부싸움이 끊임없고 특히 외도가 심한 남편 제우스에 대한 격분과 질투가 심하여 상대여자는 물론 거기서 낳은 자식도 미원하고 원한을 품어 가혹하게 대하였다.
유사시대에도 사모스 섬과 아르고스 지방에서는 헤라 숭배가 성행하였다. 그녀의 출생지 중 하나로 꼽히는 사모스는 크로노스가 지배할 당시 헤라와 제우스가 비밀리에 처음 사랑을 나눈 곳이기도 해서 헤라 여신과는 관계가 깊다. 이는 아르고스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즉 이 지역에서 전해 내려오는 얘기에 따르면, 아르고스 시에서 10km 북쪽에 위치한 옛 신전 헤라이움에서 제우스가 헤라를 유혹하였다 한다. 즉 어느 날 제우스는 눈부시게 화려한 헤라가 늘 산책하는 아르고스 뒷산에 가서 뻐꾹새로 변신하여 기다리다가 소나기에 흠뻑 젖었다. 소나기가 지나가지 때맞추어 헤라가 나타났고(후에 여기에 헤라 신전이 섰다) 비에 젖은 초라한 모습의 뻐꾹새는 헤라의 무릎으로 살금살금 다가가 몸을 녹였다. 헤라는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온 제우스와 엉키게 된 사실을 곧 알게 되었다. 이는 제우스가 상습적으로 쓰는 유혹 방법으로, 헤라를 자신의 아내로 맞이하겠다고 설득하였다. '일리아드' 속에서 헤라와 제우스는 항상 말다툼을 하고 서로 반대 입장에 서 있다. 헤라는 확고하게 아카이아(그리스) 편을 들었는데, 파리스와 헬레나가 신성한 결혼의 율법을 위배하여 자신을 성나게 하였기 때문이다. 제우스는 중립을 지키느라 애를 쓰면서도 과거 올림포스의 신들이 모두 자기에게 등을 돌릴 때 도와주었던 테티스에 대한 의리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고, 이것을 헤라는 제우스가 자신을 반대하는 것으로 생각하였다. 헤라는 때로 여신 아프로디테로부터 빌린 허리띠를 무기로 남편을 매혹시켜 세력을 약화시키고 고집을 꺾기도 하였다.
아르고스에서 열리는 헤라 축제의 경우는 운동경기도 겸하였다. 일반적으로 헤라는 여라 나라의 여신과도 동일시되는데 특히 로마의 유노는 같은 여신으로 간주된다. 원래 유노는 에트루리아의 여신 우니에 기원하는데 로마인은 그녀를 '충고하는 자'라는 뜻의 모네타라는 별칭으로 불렀다. 오늘날 돈을 뜻하는 money는 이 모네타에서 기원하는 것으로, 옛날 카피톨리움 언덕의 유노 모네타 신전에 로마의 조폐소가 들어서 있었기 때문이다. 헤라는 옛 조각상에서 홀을 쥐고 왕관을 쓴 여왕으로서 혼자 혹은 남편 제우스와 같이 있는 모습으로 표현되었다.
[헤라]
4. 포세이돈 크로노스와 레아의 아들로 해신인 포세이돈(Poseidon, Neptune)은 형제간인 제우스 다음 가는 올림포스의 주신이다. 로마인은 물의 신 넵투누스에 포세이돈의 신성을 결부시켜 마찬가지로 해신으로 하였다. 신화에 따르면, 크로노스가 제우스보다 먼저 태어난 그를 삼켜 버렸으나 후에 제우스가 성장하여 세력을 잡았을 때 크로노스가 다시 토해 내어 세상에 나왔다고 한다. 다른 설에는 크로노스가 포세이돈 대신 새끼 말을 삼켰다고도 하며 혹은 크로노스가 아들을 바다에 던졌다는 이야기도 있다. 또한 포세이돈은 텔키네스와 오케아노스의 딸이 키웠다고 한다. 성장한 후에는 텔키네스의 여동생 할리아와 사랑하게 되어 7남 1녀를 두었는데 딸 이름은 로도스라 하며 여기에서 섬 이름 로도스가 연유하였다. 일리아드 시대부터 포세이돈은 바다를 지배하였고, 그 형제인 하데스는 지하계, 제우스는 천공과 지상을 차지하였다. 해신인 포세이돈은 파도를 조절할 뿐만 아니라 폭풍우를 유발시키고 삼지창을 마음 내키는 대로 휘둘러 지진을 일으켰으며, 해안에 사태를 나게 하고 샘물을 솟게도 하였다. 세력이 바다뿐아니라 샘, 호수까지 뻗쳤던 것이다. 그러나 하천만은 자체의 신들이 지배하였다.
형제이자 최고의 신 제우스와의 관계는 항상 우호적인 것은 아니었다. 한 번은 헤라, 아테나 여신과 함께 신들의 공모에 가담하여 제우스를 쇠사슬로 묶고 쿠데타를 감행하였으나 브리아레오스의 위협으로 실패하였다. 포세이돈은 트로이 전쟁에서도 중요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 일찍이 그는 아폴론 및 인간 아이아코스(제우스와 아이기나의 아들)와 더불어 1년간 귀양가서 트로이 성을 구축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트로이의 왕 라오메돈이 보수의 지불을 거부하자 포세이돈은 그 앙갚음으로 트로이를 황폐화시키는 바다괴물을 불렀다. 이것이 트로이 사람에 대한 그의 첫 분노이며 트로이 전쟁중에 포세이돈은 아카이아(그리스) 쪽에 서서 중재한 이유였다. 그러나 일리아드 전쟁 초에 아카이아 군이 네스토르의 진언을 좇아 원정선 주위에 성을 쌓아 군막을 견고히 하자 신들의 회의에서 그 결정에 항의하였는데, 트로이 성의 건설로 쌓아올린 자신의 명성을 깎는 일이 되기 때문이었다. 당시 포세이돈은 제우스의 위무적 발언으로 일단 물러나기는 하였으나 아카이아 군이 구축한 성을 무너지게 할 것을 다짐하였다. 그리고 얼마간 트로이 전쟁에는 관여하지 않았으나 트로이 군이 우세를 보이자, 아카이아 군을 도우러 와서 칼카스 모양으로 분장하고 아옉스 등을 부추겨 테우케르와 이도메네우스를 몰아내게 하였다. 제우스는 포세이돈에게 곧 전쟁에서 손을 뗄 것을 지시하였다. 그러나 아킬레스가 막 트로이의 아이네아스를 죽이려 하는 참에 아킬레스의 눈 앞을 안개로 덮어 그 위치를 뒤쪽 멀리 이동케 함으로써 아이네아스를 구하였다. 포세이돈이 트로이인을 살려준 동기는 첫째, 운명이 아이네아스의 죽음을 원치 않았고, 둘째 아이네아스가 라오메돈의 직계 후손이 아니고 안키세스, 카퓨스 및 아사라코스를 거친 트로이 가계와 연결되었기 때문이다. 포세이돈은 특히 프리아모스의 후손을 가장 싫어하여 멸망시키고 안키세스의 후손은 보호하여 살아 남게 해주었다.
영생하지 못하는 인간들이 무리를 형성하고 도시를 구성하면 신들은 각기 한 마을 혹은 수개의 마을을 선택하여 수호신으로 취임하였다. 그런데 때로 한 도시를 두세 신이 서로 선택하는 일이 생기면서 신들 상호간에 갈등이 일어나고 동료신이나 인간들에게 중재를 요청하였다. 이 경우에 한해 포세이돈은 대체로 운이 없었다. 예컨대 코린트 지방에서는 그 관할권을 둘러싸고 아폴론과 갈등을 일으켰다. 이 때 심판을 맡은 거인 브리아레오스는 아폴론에게 호의적인 결정을 내렸다. 또한 포세이돈은 아이기나 섬을 지배하기 원하였으나 제우스에게 빼앗기고 말았다. 낙소스 섬에서는 디오뉴소스가, 델포이에서는 아폴론이, 트로이젠에서는 아테나가 포세이돈보다도 우월하였다. 특히 아테네와 아르고스를 원하여 포세이돈은 큰 문제를 일으켰다. 포세이돈은 아티카에 말을 가져와 인간에게 말타는 기술을 알려주었으며 경마의 수호신이기도 하였다. 그래서 진심으로 아테네를 자기 영역으로 삼고자 하여 급기야는 삼지창으로 땅을 찔러 아크로폴리스에 바닷물이 솟아나게 하려 하였다. 파우사니아스에 의하면 이 바닷물을 에렉테움 경내의 소금물 샘이라 한다. 어쨌든 이 소식을 듣고 급히 뒤쫓아온 아테나 여신은 케크로프스를 증인으로 불러 자신이 처음으로 이 고장에 올리브 나무를 심었음을 입증케하고 소유권을 주장하였다. 이 사건의 조정을 맡은 제우스는 아테나가 아크로폴리스 언덕에 최초로 올리브 나무를 심었다고 한 케크로프스의 증언을 인정하여 아테나에게 유리한 판정을 내렸다. 화가 머리 끝까지 치민 포세이돈은 엘레우시스 들판에 홍수를 일으켜 물바다로 만들어 버렸다. 또한 아르고스를 놓고는 헤라와 다투었는데, 이번에도 사건을 맡은 조정관 포로네오스가 포세이돈에게 패배를 안겨주었다. 이 결과에 화가 난 포세이돈은 아르고스 주민을 저주하며 그 나라의 모든 개울물을 말려 버렸다. 얼마 후 다나오스와 50명의 딸들이 아르골리드로 왔는데 마실 물조차 없었다. 다행히 포세이돈이 다나이데스(다나오스의 딸들)의 한 명인 아뮤모네와 사랑에 빠지는 바람에 저주가 풀려 개울물이 다시 흐르게 되었다. 다른설에 의하면 포세이돈이 포로네오스와 이나코스를 괴롭히기 위해 아르골리드를 짠물로 넘치게 하였는데 헤라가 포세이돈에게 재난을 거둘 것을 종용하여 바다를 다시 해안으로 복귀시키게 했고 그 대신 포세이돈은 아틀란티스라는 훌륭한 섬을 완전히 소유하게 되어 만족하였다 한다.
포세이돈의 연애 건수는 대단히 많고 그 소생 또한 많았다. 그러나 제우스에게서 난 많은 아이들이 인정 많은 영웅이 된 것에 비하면 포세이돈의 아이들은 아레스와 마찬가지로 대개는 포악하였으며 일부는 괴물이나 말 모습을 하고 있었다. 예컨대 토오사와 교합하여 낳은 괴물 폴류페모스, 신화에서 흥미로 가득찬 고르곤족 메두사와 관계하여 낳은 거인 크류사오르와 날개달린 천마 페가소스 등이 그들이다. 또한 아뮤모네와의 사이에서 낳은 나우플리오스는 그리스인, 특히 오유세우스의 술책으로 자기 아들이 억울하게 희생된 것에 보복하기 위하여 트로이에서 귀환중인 아카이아 군 오유세우스 일행을 잔인하게 해쳤다. 이피메데이아와의 사이에서는 거인 알로아다이를 두었다. 그밖에 테세우스에게 죽임을 당한 악당 케르큐온과 스키론, 라모스 및 오리온 등이 있다. 또한 할리아와의 사이에서 낳은 아이들도 갖은 악독한 짓을 저지른 뒤 희생자 모두를 땅 속에 매장하여 범죄를 음폐하고 법망을 피한 악인들이었다. 이처럼 수많은 자식을 가졌던 만큼 포세이돈은 엄청나게 많은 가계의 선조이기도 하다. 포세이돈과 데메테르의 연애사건은 가히 특종감이라 할 만한데, 그녀와의 사이에서 태어난 딸의 이름을 언급하는 것은 특히 금기였다. 그 딸이 바로 공포의 여신 데스포이나이며, 그밖에 신마 아레이온도 그 소생이었다. 후에 7명의 명장을 거느리고 테베를 공격하였다가 크게 패하여 몇 명의 생존자와 함께 아테네로 도망친 아드라스토스 왕이 탄 말이 바로 이 아레이온이며, 후에 아드라스토스는 테세우스의 도움을 받아 다시 승리를 거두었다. 한편 포세이돈의 본부인은 요정 암피트리테인데, 그녀에게는 아이가 없었다고도 하고 트리톤과 로도스 형제를 낳았다고도 한다.
포세이돈의 초기 상은 나신, 후기에는 옷을 입은 상에 턱수염을 가진 모습으로 나타나는데 얼굴만으로는 제우스와 구분이 되지 않는다. 그를 제우스와 구분해 주는 가장 특징적인 것은 바로 손에 든 삼지창인데 이는 참치잡이 어부들이 사용하는 무기였다. 또한 그는 황금 이륜마차를 타고 다녔는데 마차는 상반신은 말이고 하반신은 뱀으로 된 괴물이 끌고, 주위에는 트리톤이 배석하였다. 그밖에 어류와 돌고래 및 바다동물이 주변을 에워싸고 있으며 네레이데스, 프로메테우스, 글라우코스 같은 잡신들도 동반하였다. 바다를 끼고 있는 도시국가나 에게해의 많은 섬나라에서는 이 포세이돈의 역할이 막중하였다. 따라서 항해, 바다의 폭력과 음모, 유괴와 해적행위의 견제, 때로는 지진의 신으로 외경 숭배되었으며, 만물, 식물성장에도 관여하고 테살리아에서는 말을 타루는 신으로 존숭을 받기도 하였다.
암피트리테 암피트리테(Amphitrite)는 원래 그리스가 국가를 형성하기 이전에 모시던 삼상일체의 여신이다. 그리스 시대 작가는 바다의 요정으로 기술하고 있으며 신화상에서 암피트리테는 포세이돈의 정실로 되어 있다. 원래 포세이돈은 그녀의 동생인 테티스를 사랑하였으나 테티스와의 사이에서 아들이 생길 경우 그 아들에게 쫓겨날 것이라는 신탁을 받고 암피트리테에게 눈을 돌렸다. 그러나 암피트리테는 포세이돈의 평소 품행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아 숨어 버렸다. 이에 포세이돈은 돌핀을 파견하여 그녀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결국은 아내로 맞이하는데 성공하였다. 돌핀은 이 공으로 별자리에 올랐다. 그러나 이내 암피트리테는 포세이돈이 그의 형제 제우스와 마찬가지로 결혼생활에 성실성이 없자 늘 분노를 터뜨리며 노호를 그치지 않았다. 암피트리테의 의미가 '아우성치다'임은 여기에 기인한다.
[포세이돈과 암피트리테]
트리톤 트리톤(Triton)은 포세이돈과 암피트리테의 아들이다. 소라고동을 불고 파도를 조절하며 파도를 치게 하는 능력을 가진 반인반어의 바다 소신으로 후기에는 포세이돈의 시중을 들었다. 팔라스와 트리테이아가 그의 딸이라고 전한다. 천문학에서는 해왕성 2개의 위성 중 하나를 트리톤이라 한다.
[포세이돈과 트리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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