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 : 나면 죽고, 죽으면 태어난다 - 송지영 역
용요리 - 열어구
주평만은 지리익에게서 용을 잡는 기술을 배우기 위해 천 금의 가산을 탕진했다. 3년 만에 기술을 익히기는 했으나 그 기술을 쓸데가 없었다. 주평만은 지리익에게서 용을 죽여 요리하는 방법을 배웠다. 그것을 배우기 위해 천 금을 탕진했고, 비법을 터득하는 데 3년이 걸렸다. 그러나 용은 흔하지도 않을뿐더러 잡기도 힘들어서 그 기술은 전혀 쓸모가 없었다.
장자의 임종 - 열어구
장자가 죽게 되어 제자들이 후히 장사를 지내려 하자 장자가 말했다.
"나는 천지를 관곽으로 삼고 해와 달을 연벽*으로 삼으며, 별들을 구슬로 삼고 만물로 재송*을 삼을 것이다. 내가 어찌 장구를 갖추지 못했다고 할 것이여, 여기에 무엇을 더하겠느냐?" 제자들이 말했다. "저희는 까마귀와 솔개가 선생님을 먹을까 두렵습니다." 장자가 말했다. "위에 있으면 까마귀와 솔개의 밥이 되고, 아래에 있으면 땅강아지와 개미의 밥이 된다. 저것에서 빼앗아 이것에게 주려 하는구나. 어찌 그렇게 편벽되었느냐? 고르지 못한 것으로써 고르게 하려 하면 그 고른 것이 고르지 못하고, 밝지 못한 것으로써 밝히려 하면 그 밝은 것이 밝지 못한다. 밝은 사람은 다만 남에게 부림을 당할 뿐, 신자만이 밝힐 수 있다. 무릇 밝은 것이 신령스러운 것을 이기지 못한 지 오래다. 그러나 어리석은 사람은 그의 보는 바를 믿고 인위적인 것에 빠져들어 간다. 그 공이 밖에 있으니 또한 슬프지 않으냐?"
* 연벽 : 한 쌍의 옥. 여기서는 관 뚜껑에 장식하는 두 개의 구슬을 말한다. * 재송 : 원래는 '어떤 물건을 보내다.'라는 뜻이지만 여기서는 '부장품'으로 풀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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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의 병이 위중하게 되었다. 임종하는 자리에 모인 제자들은 성대한 장례식을 치를 것을 원했으나 장자는 이를 거절했다.
"하늘과 땅이 곧 나의 널이요, 해와 달과 별은 보배이다. 또 만물이 곧 장례식에 모인 회장자인데, 이 위에 또 무엇을 더할 것이 있겠느냐? 이대로 밖에 버려주었으면 좋겠다."
그러나 제자들은 들으려 하지 않았다.
"그렇게 하면 선생님의 몸뚱이를 까마귀와 솔개가 먹게 될 것입니다."
"물론 땅 위에 놓아두면 새에게 먹힐 것이다. 그러나 땅 속 깊숙이 묻는다고 해도 결국은 벌레밥이 되고 마는 것이다. 굳이 한 쪽에서 빼앗아 다른 쪽에 준다는 것은 공정한 처사가 아니다. 또한 인위적으로 공정을 꾀하는 것은 공정이 될 수 없으며, 의식적으로 자연에 순응하려는 것은 참다운 순응이 아니다. 자신의 영리함을 믿고 지혜를 가진 사람은 그저 무심히 사물에 순응할 뿐이다. 결국 자신이 지혜롭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참다운 지혜를 따를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이치를 모르는 사람들은 자기의 판단에 얽매어 재주를 부리며, 끝내 속박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이보다 더 슬픈 일이 어디 있겠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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