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 : 나면 죽고, 죽으면 태어난다 - 송지영 역
어보의 동정 - 어보
공자가 울창한 숲*에서 놀다가 행단*위에 앉아 쉬고 있었다. 제자들은 독서를 하고 공자는 노래 부르며 금을 뜯어 음악을 연주하고 있었는데, 반도 끝나기 전에 어보가 배에서 내려 다가왔다. 수염과 눈썹이 희고, 산발을 하고는 팔짱을 낀 채 언덕을 올라 누대에서 멈췄다. 왼손은 무릎에 놓고 오른손으로 턱을 괸 채 듣더니, 곡이 끝나자 자공과 자로를 불렀다. 두 사람이 다가가자 어보는 공자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 사람은 무엇을 하는 사람이오?" 자로가 대답했다. "노나라의 군자요." 어보가 그 성을 묻자 자로가 대답했다. "공씨요." "공씨는 무엇을 하는 사람이오?" 자로가 미처 대답하지 못하자 자공이 대답했다. "공씨는 성품이 충신을 지녔고, 몸으로는 인의를 행하오. 예악을 닦고 인륜을 정하여 위로는 임금께 충성하고, 아래로는 만민을 교화하여 천하를 이롭게 하오, 이것이 공씨가 하시는 일이오." 어보가 물었다. "영토를 가진 임금이오?" 자공이 말했다. "아니오." "제후의 재상이오?" "아니오." 어보가 웃고 돌아가며 말했다. "인은 인이나, 그 몸을 면할 수 없음이 두렵다. 마음을 괴롭히고 몸을 힘들게 하여 그 진실을 위태롭게 하는구나. 오, 도에서 떨어져 있음이 멀구나!"
* 울창한 숲 : 원문은 치유로서, '검은 휘장'이라는 뜻을 가졌다. * 행단 : 학문을 가르치는 곳. 공자가 행단 위에 앉고 제자는 그 곁에서 강학한 고사에서 나온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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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가 울창한 숲속에서 놀다가 행단에 올라 쉬고 있을 때였다. 그의 제자들은 소리 내어 책을 읽고, 공자는 거문고를 뜯으며 시를 읊고 있었다. 그런데 채 한 곡이 끝나기도 전에 어보가 배에서 내려 걸어오는 것이 보였다. 그는 수염과 눈썹이 희고 산발한 머리에 팔짱을 낀 채로 언덕을 올라오더니 누대 앞에 섰다. 그러고는 턱을 괴고 앉아 거문고 소리를 한참 듣고 있더니, 곡이 끝나자 자공과 자로를 손짓해 불렀다. 그는 공자를 가리키면서 물었다.
"저 사람은 누구요?" 자로는 대답했다. "노나라의 군자이십니다." "성씨는 무엇이라고 하오?" "공씨입니다." "그래, 공씨라는 저 사람은 무엇을 하시오?" 여기서 자로의 말이 막히자 자공이 대신 나서서 대답했다. "공씨께서는 충신을 성품으로 지니고, 인의를 몸으로 행하며, 예악을 닦고 인륜을 가르치십니다. 임금께 충성하고 만민을 교화해 천하를 이롭게 하는 것, 이것이 공씨가 하는 일입니다." "영토가 있는 임금이시오?" "아닙니다." "그러면 제후의 재상이시오?" "아닙니다." 그러자 그는 이렇게 중얼거리며 웃고 되돌아갔다. "인이라면 인이겠지만, 아마 그 몸이 견뎌내지를 못할 것이다. 마음을 괴롭히고 몸을 수고롭게 하여 생명의 진실을 위태롭게 할뿐이다. 도에서 등을 돌린 것이 너무도 멀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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