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 : 나면 죽고, 죽으면 태어난다 - 송지영 역
외물 - 외물
자기 밖에 있는 모든 사물은 필연적인 것이 없다. 그로 인해 용봉이 주살되고 비간은 살육당했으며, 기자는 미치고 악래는 죽었다. 결국 걸과 주도 망했다. 군주는 신하의 충성을 바라지 않는 일이 없지만 충성을 다한다 해서 반드시 믿는 것은 아니다. 그로 인해 오운*은 강에 떠내려 갔고, 장홍*은 촉에서 자살했는데, 그 피를 묻었더니 3년 후에 구슬로 변했다. 부모 치고 자식이 효도하기를 바라지 않는 사람이 없으나 효도한다고 해서 반드시 사랑받지는 못한다. 그러기에 효기*는 근심했고, 증삼은 슬퍼했다. 나무와 나무를 서로 비비면 불이 일어나고, 쇠와 불을 서로 합치면 쇠가 녹아 흐른다. 음양이 잘못 행해지면 천지가 크게 엇갈려 번개가 치고 천둥이 치며, 뇌우가 일면 홰나무가 탄다. 사람도 또한 큰 근심이 있으면 이해에 빠져 도망갈 곳이 없게 된다. 정신의 조화를 얻을 수 없기에 마음은 마치 천지간에 매달린 것 같으며, 위로하고 괴로워하고 빠지고 머뭇거린다. 이해가 서로 들끓어 불꽃을 튀는 일이 지나치게 많아지고, 사람들은 마음의 조화를 스스로 불태워버린다. 달과 같은 인간의 마음이 불을 이길 수는 없다. 이리하여 무너지고 기울어져서 도가 없어지게 된 것이다.
* 오운 : 자는 자서. 오나라 왕 부차에게 충간하다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자결했다. * 장홍 : 주나라 경왕 때의 신하. 간신 탓에 쫓겨난 후 자결했다. * 효기 : 은나라의 태자. 지극한 효성으로 이름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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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밖에 있는 일체의 사물은 어느 하나도 반드시 절대적인 것이 아니다. 그러기에 명성을 추구한 용봉은 하나라 걸왕의 손에 죽었고, 비간은 은나라 주왕에 의해 피살되었으며, 기자는 광인 시늉으로 겨우 죽음을 면할 수 있었던 것이다. 또 권세를 좋아한 악래는 주나라 무왕의 손에 죽어야 했고, 걸왕과 주왕 또한 망하고 만 것이다. 임금들 치고 그 신하가 충성하기를 바라지 않는 이가 없지만 충성을 다했다고 해서 반드시 임금이 신뢰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든다면 오자서는 살해당해 강물에 던져졌고, 장흥은 촉나라로 추방되어 결국은 자살하고 말았다. 장흥이 죽자 그의 죄없는 죽음을 슬퍼해서 그 피를 함께 묻었는데, 3년 뒤에 보니 푸른 구슬로 변해 있었다고도 한다. 또 부모들 치고 자식의 효도를 바라지 않는 사람도 없다. 하지만 효도를 다했다고 해서 반드시 부모로부터 사랑받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면 효기는 계모 탓에 조심하지 않을 때가 없었고, 증삼은 늘 아버지의 미움 속에 살아야 했다.
나무와 나무를 마찰하면 불이 일어나고, 쇠는 불에 닿으면 녹아 흐르게 마련이다. 또 음양의 기운이 그 평형을 잃으면 천지의 변괴가 생기게 마련이어서 우레가 울고 번개가 친다. 그러한 뇌우에 맞으면 거대한 홰나무도 타버리는 수가 있다. 사람들 또한 그와 마찬가지여서 음양과 인도의 근심에 빠진 나머지 어디로 도망칠 곳조차 없게 된다. 정신의 큰 조화가 상실되어서 하늘에 매달린 듯 불안하고, 근심과 욕망에 빠져 이해가 상충하기 일쑤다.
사람들은 이 때문에 본성을 불태우고, 이 불길로 인해 생명마저 불타버린다. 이렇게 하여 도는 찾아볼 수 없게 된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