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 : 나면 죽고, 죽으면 태어난다 - 송지영 역
물에 잠기다 - 측양
공자가 초나라에 갔을 때의 의구의 한 주막에서 묵게 되었는데, 그 이웃의 한 부부가 하인들과 같이 지붕 꼭대기에 올라가 있었다. 자로가 물었다. "저 사람들은 누구입니까?" 중니가 말했다. "저들은 하인배처럼 사는 성인들이다. 스스로 백성 사이에 묻히고, 스스로 밭두덩에 묻혀 살고 있다. 저들의 명성은 사라졌으나 그 뜻은 한없이 깊다. 저들의 입은 말을 하지만 그 마음은 말을 하지 않는다. 세속을 등진 채 살고 있고, 마음 또한 세속과 함께 하기를 원치 않고 있다. 이를 뭍에 잠겨 사는 사람*이라 하는데, 저들이 바로 시남의료*일 것이다." 자로가 그들을 불러오자고 청했더니 공자가 말했다. "그만둬라. 저들은 내가 자기들을 알아본 것을 안다. 내가 초나라로 가는 것도 알고, 내가 반드시 초왕으로 하여금 저들을 부르게 할 것으로 알고 있다. 저들은 나를 간사한 사람으로 알고 있다. 무릇 그 같은 사람들은 간사한 사람의 말을 듣는 것조차 수치로 알고 있는데, 그 몸을 보이겠느냐? 너는 어째서 저들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느냐?" 자로가 가서 보니 과연 그 집은 텅 비어 있었다.
* 뭍에 잠겨 사는 사람 : 원문은 육침자로서, 땅속 깊은 곳에 잠기듯 숨어 사는 은자를 뜻한다. * 시남의료 : 초나라의 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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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 일행이 초나라로 유세를 갔을 때의 일이다. 어느 날, 의구의 주막에서 묵게 되었는데, 근처 지붕 위에서 이쪽을 구경하고 있는 부부와 하인인 듯한 사람들이 보였다. 이를 눈치 챈 자로가 화를 냈다.
"무례한 것들! 대체 어떤 놈들이기에 저토록 무례하단 말입니까?"
공자가 조용히 타일렀다.
"저들은 몸을 하인배 속에 묻은 어진 사람들이며, 자진해서 백성들 속에 묻혀 농부가 된 사람들이다. 그들의 이름은 세상에서 잊혀진지 오래지만, 그들의 정신과 자유의 경지를 거닐고 있다. 또한 말과 행동은 세상 사람들과 조금도 다를 것이 없지만, 속마음은 세속을 등지고 허에 편안히 살려 하고 있다. 이것이 '뭍에 잠긴다'는 생활 방법인 것이다. 아마 시남의료가 틀림없을 것이다." "그러면 찾아가 모셔오겠습니다." "공연한 짓이다. 시남의료라면 나를 만날 리가 없다. 그는 내가 초나라의 서울로 가면 초왕을 만나 자신을 등용하도록 권고하지나 않을까 걱정하고 있을 것이다. 그는 나를 남의 비위나 잘 맞추는 그런 사람으로 여겨, 내 말만 들어도 귀가 더러워졌다고 여길 게 틀림없다. 그런 그가 왜 나를 만나려 하겠는가? 너는 그들이 아직도 그 집에 남아 있을 거라고 생각하느냐?" 자로가 반신 반의하며 그 집을 찾아갔더니 과연 한 사람도 남지 않고 텅 비어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