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 : 나면 죽고, 죽으면 태어난다 - 송지영 역
달팽이 뿔 위의 싸움-측양
위영*이 전후모*와 화약을 맺었으나 전후모가 이를 배반했다. 위영이 노하여 사람을 시켜 그를 살해하려 하자 서수*가 이를 듣고 부끄러워하며 말했다. "임금은 만승의 임금*이십니다. 어찌 필부같이 원수를 갚으려 하십니까? 청컨대 저에게 20만을 주신다면 임금을 위해 공격하여 그 백성을 사로잡고, 그 마소를 끌어오고, 그 임금으로 하여금 내열이 등 밖으로까지 나오게 한 다음 그 나라를 뽑아 버리겠습니다. 전기가 달아난다면 그 등을 치고 등뼈를 꺾어 버리겠습니다." 계자가 이를 듣고 부끄러워하며 말했다. "열 길 성을 쌓아가는 중 이미 일곱 길을 쌓았는데, 그것을 곧 허물어버린다면 백성들이 심히 괴로워할 것입니다. 이제 군사를 일으키지 않은 지도 어언 일곱 해로서, 이는 왕업의 기초가 되는 것입니다. 연은 난인이니 그 말을 들어선 안 됩니다." 화자가 다시 이 말을 듣고 추하게 여겨 말했다. "제를 치자고 말하는 사람은 난인입니다. 그러나 치지 말라고 하는 사람도 난인입니다. 치자고 하는 자와 치지 말자고 하는 자를 난인이라고 하는 사람 또한 난인입니다. 임금이 말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오?" "임금은 도를 구할 뿐입니다." 혜자가 이말을 듣고 대진인을 만나게 했다. 대진인이 말했다. "임금께서는 달팽이란 것을 아십니까?" "아오." "그 달팽이의 왼쪽 뿔에 나라를 가진 사람을 촉씨라 하고, 오른쪽 뿔에 나라를 가진 사람을 만씨라 불렀습니다. 그들은 가끔 서로 땅을 차지하려고 싸웠습니다. 쓰러진 시체가 수만이었는데, 도망치는 것을 보름 동안이나 쫓고 나서야 돌아오기도 했습니다." "허어, 거짓말이겠지...." 대진인이 말했다. "신은 임금을 위해 이를 증명하겠습니다. 임금께선 상하 사방에 끝이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무궁하오." "마음이 무궁에 노닐 줄 아는 사람이 나라에 생각이 미치면 있는 것과 없는 것이 다 같은 것이 됩니다." "과연 그렇겠소." "그 생각이 미치는 곳에 위나라가 있고, 위나라 안에 양이 있고, 양 안에 다시 왕이 계십니다. 그렇다면 왕과 만씨가 구별이 있겠습니까?" "다름이 없겠구려." 대진인이 나가자 임금은 창연히 넋을 잃고 있었다. 혜자가 들어오자 임금이 말했다. "그는 과연 큰 사람이오. 성인도 아마 그를 당하지 못할 것이오." 혜자가 말했다. "피리를 불면 큰 소리가 나나 칼구멍을 불면 휙 하는 소리가 날 뿐입니다. 사람들이 요순을 칭송하나 대진인 앞에서 요순을 말하는 것은 한 번 휙 하는 소리에 지나지 않는 것입니다."
* 위영 : 위나라의 혜왕. 여은 그의 이름이다. * 전후모 : 제나라의 위왕. 모는 그의 이름이며, 전기라고도 한다. * 서수 : 벼슬 이름으로, 여기서는 공손연이 서수의 직을 맡고 있다. * 만승의 임금 : 만승지국의 임금, 곧 천자나 황제. 만승은 1만 채의 수레, 또는 그것을 가진 천자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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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영이 전후모와 서로 화친을 맺었으나 제나라가 일방적으로 이를 깨뜨렸다. 격노한 혜왕은 제나라에 자객을 보내 위왕을 암살하여 했다. 그때 장군 공손연이 이를 반대하고 나섰다.
"대국의 임금은 그런 야비한 보복 수단을 취해서는 안 됩니다. 그 보다는 신에게 군사 20만을 빌려주십시오. 신이 임금을 대신해서 제나라로 쳐들어가 백성들을 노예로 만들고 재산을 약탈하여, 제나라 왕이 분을 못 이겨 항복을 하면 모르되 만일 도망치는 일이 있으면 끝까지 추격하여 여지없이 쳐부수고 말겠습니다."
어진 신하로 알려진 계자가 이 말을 듣고 반대했다.
"높이 열 길이 되는 성을 쌓는데, 일곱 길을 쌓고 허물어버린다면 인부들의 고생이 얼마나 크겠습니까? 지금 우리 나라는 전쟁을 그친지 일곱 해나 되는데, 이야말로 왕업의 기초가 되는 것입니다. 무력에 호소하려는 공손연은 질서를 파괴하는 자입니다. 그의 의견을 받아들이지 마십시오."
덕이 높기로 이름이 있는 화자가 다시 이를 비판했다.
"전쟁을 주장하는 공손연과 같은 사람은 원래부터 질서를 파괴하는 무리임에 틀림없지만, 부전의 이를 주장하는 계자와 같은 사람 역시 이해에 사로잡혀 자연의 질서를 파괴하는 사람에 불과합니다. 실은 그들을 비판하고 있는 저 자신부터가 시비에 사로잡혀 질서를 파괴하는 사람입니다만...." "그럼 어떻게 하면 좋겠소?" 임금의 질문에 화자는 대답했다. "도를 닦는 사람 하나면 족합니다." 임금의 질문에 화자는 대답했다. "도를 닦는 사람 하나면 족합니다."
임금이 잘 이해하지 못하자 혜자는 대진인을 추천했다. 임금을 만나게 된 대진인이 물었다.
"달팽이란 것을 알고 계십니까?" "알고 있소." "그 달팽이의 왼쪽 뿔에는 촉씨라는 사람의 나라가 있고, 오른쪽 뿔에는 만씨라는 사람의 나라가 있어서 계속 영토 분쟁을 되풀이했습니다. 한번은 보름 동안이나 격전을 벌인 끝에 쌍방 모두 전사자를 수만 명씩이나 내고서야 겨우 군사를 거두었다고 합니다." "농담도 이만저만이 아니구려." "결코 농담이 아닙니다. 그 증거를 말씀드리겠으니 잘 들어주십시오. 대왕께서는 이 우주에 끝이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끝이 없겠지." "그러면 마음이 그 무궁한 세계에 놀고 있는 사람이 땅 위의 나라들을 내려다본다면 거의 있는 듯한 작은 존재라고 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바로 그러한 나라들 속에 위나라가 있으며, 위나라 속에 양이란 도읍이 있고, 또 그 도읍 안에 대왕이 계십니다. 그러고 보면 대왕과 만씨간에 무슨 차이가 있겠습니까?" "으음, 별차이가 없겠군."
대진인은 물러갔다. 임금이 멍청히 넋 나간 사람처럼 앉아 있는데, 혜자가 들어왔다.
"정말 큰 인물이오. 성인도 그에 미치지 못하겠소." "피리를 불면 높은 소리가 울려퍼지지만, 칼자루의 구멍을 불면 휙 하고 입김 소리만 날 뿐입니다. 요순에 대한 사람들의 칭찬 소리도 대진인 앞에서는 휙 소리로밖에는 들리지 않을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