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 : 나면 죽고, 죽으면 태어난다 - 송지영 역
벼슬길을 구하는 법 - 측양
측양*이 초에 머물렀다. 이절*이 왕에게 말했으나. 왕이 보려 하지 않으므로 이절은 돌아왔다. 팽양*은 왕과를 보고 말했다. "선생께서 저를 왕에게 천거해주시지 않겠습니까?" 왕과가 대답했다. "나는 공열휴*에 미치지 못하오." 팽양이 물었다. "공열휴란 어떤 사람입니까?" "겨울에는 강에서 자라를 잡고, 여름에는 산속에서 쉬오. 지나가던 자가 물으니 대답하기를, '이것이 내 집이다.'라고 했소. 이절이 못한 일을 내가 어떻게 할 수 있겠소? 나는 이절을 당할 수 없소. 무릇 이절의 사람됨은 덕은 없지만 지혜는 있소. 스스로 잘난 체하지 않으며, 그 교제를 귀신처럼 해치우고 있소. 원래 부귀에 눈이 멀어버린 자라 서로 도와서 덕을 키우지는 못하고, 서로 도와서 덕을 없앨 인물이오. 무릇 언 사람은 봄이 되어도 옷을 빌리고, 더위를 먹은 자는 겨울에도 찬바람을 쐬려 하오. 저 초와의 사람됨은 엄하고 존대하여 범죄에 대해서는 호랑이처럼 용서가 없소. 아주 간사한 사람이거나 올바른 덕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면 어떻게 그를 굴복시킬 수 있겠소? 성인은 빈궁해도 가족이 그 가난함을 잊게 하고, 영달해서는 왕공으로 하여금 그 작록을 잊고 비천으로 돌아가게 하는 것이오. 사물에 있어서는 함께 즐기게 하고, 사람에 있어서는 통하여 즐기지만 자기를 보존하오. 그래서 혹 말이 없더라도 사람으로 하여금 화평을 만끽하게 하고, 사람과 더불어 살면서 사람을 화하게 한다오. 아비는 아비, 자식은 자식으로서 있어야 할 모습을 갖게 하고, 그것을 베푸는 데 있어서도 숨어서 나오지 않소. 성인의 마음은 이처럼 고매하기에 나는 공열휴를 좇으라는 것이오."
* 측양 : 성은 팽, 이름이 측양이다. * 이절 : 초나라 대신의 이름. * 팽양 : 측양을 가리킨다. * 공열휴 : 초나라 은자의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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측양이라는 자가 벼슬을 얻기 위해 초나라에 왔다. 우선 왕의 측근인 이절을 통해보았으나 왕이 만나주지를 않자 이번에는 왕과를 찾아가 부탁했다. 그러나 왕과는 한마디로 거절하며, 공열휴에게 찾아가 보라는 것이었다. 측양이 그의 사람됨에 대해 묻자 왕과는 이렇게 대답했다.
"그 사람은 겨울이면 강에서 자라를 잡고, 여름이면 산속에서 일월을 벗삼아 놀고 있소. 누군가 그에게 집이 어디냐고 물었더니 강가와 산속이라고 대답했다더군요. 아무튼 나로서는 저 지혜로운 이절이 못하는 일을 떠맡아 해낼 수가 없소. 이절은 비록 덕은 없지만 굉장히 지혜로워서 늘 겸손한 척, 남과의 교제를 귀신처럼 해나가는 사람이오. 하지만 부귀에 눈이 먼 사람이라 서로 돕고 지낼수록 덕을 향상시키기는 커녕 덕을 손상시키기 일쑤인 인물이오. 이런 속담을 들은 적 있소? '몸이 언 사람은 봄이 되어도 옷을 빌리며, 더위를 먹은 사람은 겨울이 되어도 찬바람을 쐬고자 한다.' 초나라 임금은 그 사람됨이 존대하고 엄격하며, 범죄자에 대해서는 호랑이처럼 조금도 용서가 없소. 간사한 악당이 달라붙어 그의 마음을 녹이든가, 고상한 인격자가 그 미친 것 같은 마음을 식혀주지 않는 한 방법이 없소. 반면에 성인은 가난하여도 가족이 가난함을 잊고 도를 즐기게 하며, 영달하면 왕공으로 하여금 자신의 존귀함을 잊고 백성들과 동화하도록 만드는 사람이오. 어떤 사물이나 적응해 즐기고, 어떤 인물과도 교제해 즐기지만 결코 자기를 잊는 일이 없소. 그러기에 굳이 말하지 않더라도 주위 사람을 평화롭게 하고 함께 사는 사람들을 감화시켜나가오. 아버지와 자식이 있어야 할 모습으로 돌아가게 하고, 그 덕을 순수한 마음으로 베푸니 마치 천지의 덕과 같소. 그러기에 공열휴를 찾아가서 부탁하라는 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