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 : 나면 죽고, 죽으면 태어난다 - 송지영 역
혜자의 묘 앞에서 - 서무귀
장자가 장의 행렬을 뒤따르다가 혜자의 묘를 지나게 되자 제자들을 돌아보고 말했다. "영* 사람이 악*을 파리 날개처럼 코끝에 바르고, 장석에게 깎아내리게 했다. 장석이 도끼로 바람이 일도록 내리쳤는데도 그는 가만히 있었다. 악이 다 떨어졌는데도 코가 상하지 않았고, 영 사람은 얼굴빛도 변치 않고 서 있었다. 송원군이 이를 듣고 장석을 불러 말했다. '과인을 위해 시험 삼아 그 재주를 보여 주게나.' 그러자 장석은 '신은 예전에는 할 수 있었으나 이미 그 상대가 죽은 지 오래입니다.'라고 대답했다. 나도 혜자가 죽은 후로는 상대가 없어졌으니, 함께 말할 사람이 없구나."
* 영 : 초나라의 수도. * 악 : 흰 찰흙. 백토.
************************************************************************************
장자는 행렬을 따라가다가 우연히 혜자의 묘 앞을 지나게 되었다. 장자는 그곳에 우두커니 서있더니 뒤따르던 제자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영에 장석이라고 하는 유명한 대목이 있었다. 어느 날, 한 사람이 찾아와 자기 코에 찰흙을 파리 날개처럼 얇게 바른 다음 장석에게 깎아내리게 했다. 장석이 도끼를 휘둘러 그것을 내리치는데, 바람소리가 윙윙거릴 정도로 맹렬했으나 그 사람은 움쩍도 하지 않았다. 보니 찰흙은 떨어졌으나 코에는 상처 하나 생기지 않았다. 이 이야기를 들은 송원군이 이렇게 말할 뿐이었다. '저는 전에는 그 재주를 부릴 수 있었지만, 상대가 이미 죽고 없으니 다시는 할 수가 없습니다.' 나 역시 혜자가 죽은 뒤로는 상대가 없어졌다. 논하고자 해도 그럴 만한 상대가 없구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