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 : 나면 죽고, 죽으면 태어난다 - 송지영 역
노자의 탄식 - 경상초
남영추*가 양식을 지고 이레 만에 노자의 거처에 이르렀다. 노자가 물었다. "자네는 경상초가 있는 곳에서 왔는가?" 남영추가 대답했다. "네." "자네는 어찌하여 저렇게 많은 사람과 함께 왔는가?" 남영추는 깜짝 놀라 뒤를 돌아보았다. 노자가 말했다. "자네는 내가 말하는 것을 모르는군." 남영추가 고개를 숙이고 부끄러워하며 탄식했다. "저는 지금 대답할 말을 잊었으며, 그로 인해 여쭈어볼 것마저 잊었습니다. 노자가 물었다. "그것이 무엇인가?" "알지 못하면 남들이 저를 어리석다 하고, 알면 도리어 제 몸을 근심케 합니다. 어질지 못하면 남을 상하게 하고, 의로우면 도리어 저를 근심하게 합니다. 제가 어떻게 해야 이런 데서 벗어날 수 있겠습니까? 이 세 가지가 저의 고민입니다. 그래서 경상 선생께 여쭈어 선생님을 찾아왔습니다." 노자가 말했다. "나는 아까 자네의 미간을 보고 자네가 어떤 사람인지 알았네. 이제 자네의 말을 듣고 그것을 확신하게 되었네. 그것은 마치 부모를 잃은 자가 바다에서 장대로 찾는 것과 같네. 지네는 돌아갈 집이 없는 자처럼 망망하기만 하네. 자네는 자네의 성정으로 돌아가려 하나 돌아갈 곳을 모르니 가련하구먼."
* 남영추 : 경상초의 제자. * "자네는 어찌하여.... 왔는가?" : 원문은 자하여인개래지중야로서, 마음속에 생각이 많고 복잡하다는 것을 비유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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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영추는 길을 떠난 지 이레 만에 노자의 거처에 이르렀다. 노자가 물었다.
"자네는 경상초가 보내서 왔는가?" 남영추는 공손히 대답했다. "네." "그런데 자네는 웬 사람들을 그렇게 많이 데리고 왔나?"
남영추는 노자의 말에 깜짝 놀라서 뒤를 돌아보았으나. 물론 뒤에 사람이 있을 리 없었다. 그러자 노자가 한탄했다.
"자네는 내 말뜻을 모르는군."
남영추는 얼굴을 숙이고 부끄러워하다가, 이윽고 노자를 우러러보며 이렇게 말했다.
"이제 저는 무슨 말씀을 올려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여기 오면서 여쭈어보고자 했던 말까지도 다 잊어버리고 말았습니다." "그래, 무슨 일인데? 잘 생각해보게나." 남영추는 한참 만에 겨우 생각해냈다.
"무지하면 어리석다고 비웃는 사람들이 있으며, 지혜가 있으면 자기의 몸을 괴롭힐 뿐이라 생각합니다. 또, 인자하지 않으면 남을 해치게 되고, 인자하면 자기 몸을 괴롭히게 될 뿐입니다. 의롭지 않으면 남을 상하게 하고, 의로우면 자기를 괴롭히게 됩니다. 이러한 지혜와 인, 그리고 의로움이 바로 저의 고민거리입니다. 그래서 선생님께 여쭤보고자 찾아온 것입니다."
노자가 대답했다.
"나는 아까 자네 얼굴을 보고서 자네가 어떤 사람인지 대강 눈치를 챘네. 이제 자네 말을 듣고 보니 내가 짐작했던 대로군. 자네는 꽤 여러 모로 마음을 쓰고 있지만, 마치 부모 잃은 아이가 장대를 들고 바닷 속을 휘젓는 거나 마찬가지일세. 자네는 돌아 갈 집을 잃은 사람처럼 어쩔 줄 몰라하며 자기의 본성을 찾으려 하지만 그 방법을 모르고 있네. 참으로 불쌍한 일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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