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 : 나면 죽고, 죽으면 태어난다 - 송지영 역
잡편
<잡편> 역시 <외편>과 동일하게 각 장의 제목이 서두의 두세 자를 따서 명명되어 있다. '경상초', '서무귀', '측양', '외물', '우언', '양왕', '도척', '설검', '어보', '열어구', '천하' 등 11장으로서, 사람 이름으로 된 제목이 5장이나 도어 주목을 끈다. 소식은 이 중 '양왕', '설검', '어보' 3장은 천박하여 도에 미치지 못하므로 명백한 위작이라고 단정하기도 한다. 또한 '우언'과 '천하'는 발문 같은 성격을 띠어 장자 사상의 본질을 요약, 논찬하고는 있지만, 전체적으로 <내편>과 <외편>보다는 문장의 품격이 치졸하고 논리의 전개가 단순한 점도 없지 않다.
경상초의 번민 - 경상초
노담의 제자에 경상초란 자가 있었는데, 노담의 도의 한 조각을 얻어 북쪽의 외루산에서 살았다. 그 하인 중 똑똑한 자는 내보내고, 그 계집종 중 고분고분하고 어진 자는 멀리 하여, 추한 자들과 함께 살고 열심히 일하는 자들만을 부렸다. 3년이 지나자 외루산은 풍족해졌다. 외루산 사람들이 서로 모여 말했다. "경상자가 처음 왔을 때, 우리는 놀라고 이상하게 여겼다. 지금 우리가 하루하루를 계산하면 부족하지만, 1년을 통해 계산하면 남는다, 그분은 성인이 아닌가? 우리 그분을 시축과 사직으로 모셔보지 않겠나?" 경상자가 이 말을 듣고 남면하여 석연치 않게 여기자 제자들이 이상하게 생각했다. 경상자는 말했다. "너희들은 왜 나를 이상하게 여기느냐? 무릇 봄기운이 나면 온갖 풀이 생기고, 가을이 되면 온갖 곡식이 영근다. 봄과 가을이라 할지라도 그 이치를 얻지 않고는 그렇게 될 수 없다. 천도가 이미 행한 것이다. 내가 듣기로는 '지인은 작은 방에서 조용히 살지만, 백성들은 마음대로 날뛰어 오가는 바를 모른다.'고 했다. 지금 외루산의 하찮은 백성들이 쓸데없이 수군대며 나를 현인으로 받들려 하는데, 그러면 내가 사람의 표적*이 되지 않느냐? 내가 노자의 가르침에 면목이 없게 되기에 이러는 것이다."
* 사직 : 한 왕조의 기초, 또는 토지와 곡식의 신. * 표적 : 원문은 표로서, 자신을 남 앞에 드러내는 것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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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자의 제자 중에 경상초라는 사람의 있었다. 그는 얼마 동안 노자의 도를 체득한 다음 북쪽으로 가서 외루산에 머물러 살았다. 그는 하인 중에서 똑똑하고 분별력이 있거나 고분고분하며 마음이 착한 사람은 모두 내보냈다. 그리하여 경상초와 같이 사는 자들은 대개 무뚝뚝하거나 순박한 사람뿐이었다. 경상초가 외루산에 머문 지 3년, 그 일대 사람들은 생활이 풍족함을 깨닫고는 서로 놀라서 이야기를 주고 받았다.
"저 경상 선생님이 처음 이사해왔을 때, 우리는 놀라고 수상히 여겼었다. 그런데 그후 우리들의 살림을 돌아보면 하루하루는 부족해도 1년을 두고 계산해보면 수입이 남아돌아 간다. 이것은 아무래도 경상 선생님 덕택일 것이다. 그분이 성인이 아니라면 이런 일이 있을 수 있겠는가? 그러니 그분을 시축처럼 받들고, 사직으로 모시자."
이 말을 전해들은 경상초는 남쪽을 보고 앉은 채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제자들이 그 까닭을 물어보았더니 경상초는 이렇게 대답했다.
"너희들에겐 내가 이상하게 보이느냐? 무릇 봄기운이 돌면 온갖 초목이 싹트고, 가을이 되면 모든 열매가 영근다. 그러나 봄이나 가을 역시 자연의 법칙에 의거하지 않으면 그런 능력을 발휘할 수 없을 뿐, 나 때문이 아니다. 나는 선생님으로부터 '지인은 조그만 방에서 고요히 살뿐, 남의 일에 간섭하지 않으며, 백성들은 마음대로 행동하여 무엇이 도인지 모른다.'는 말씀을 들었다. 그런데 이제 내가 삶들의 표본이 되지 않겠느냐? 그렇게 되면 나는 가르침을 따르지 못한 것이므로 스승님께 면목이 없다. 그 때문에 언짢아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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