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 : 나면 죽고, 죽으면 태어난다 - 송지영 역
노나라의 유생 - 전자방
장자가 노애공을 만나자 애공이 말했다. "노나라에는 유생이 많아 선생의 도를 배울 사람이 적소." 장자가 말했다. "노나라에는 유생이 적습니다." 애공이 물었다. "노나라 어디에서나 유복을 입는데, 어째서 적다고 하시오?" 장자가 말했다. "저는 '유생이 둥근 관을 쓰는 것은 천시를 아는 것이요, 모난 신을 신는 것은 땅의 모양을 아는 것이요, 느슨히 결* 을 차는 것은 일이 닥치면 결단을 내리는 것'이라고 들었습니다. 도가 있는 군자라고 해서 반드시 그 옷을 입는 것은 아니며, 그 옷은 입은 사람이라고 해서 반드시 그 도를 아는 것도 아닙니다. 임금께서 정말로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신다면 어째서 나라 안에, '그 도가 없으면서도 유복을 입은 자는 그 죄로 죽는다.'는 호령을 하지 않으십니까?" 이에 애공이 포고령을 내리자 닷새 만에 노나라에는 감히 유복을 입는 사람이 없었으나 오직 한 사나이가 유복 차림으로 공문*에 서 있었다. 애공이 곧 불러들여 나라의 일을 물으니 천전 만변*하여 궁함이 없었다. 장자가 말했다. "노나라를 통틀어 유생은 오직 한 사람뿐인데, 어떻게 많다고 할 수 있겠습니까?"
* 결 : 유생들이 오색 실로 꿰어 허리에 차는 구슬. * 공문 : 궁궐의 문. * 천전 만변 : 천 가지로 바뀌고 만 가지로 변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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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가 노애공을 만났다. 애공이 말했다.
"노나라에는 유생이 많소. 모처럼 오셨지만 선생의 도를 들을 사람이 아마 거의 없을 게요."
그러자 장자는 말했다.
"아닙니다. 노나라에 유생이 많다고는 할 수 없을 겁니다." "무슨 말씀을 하십니까? 노나라의 모든 백성이 유복을 입고 있다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런 말씀을 하시는 까닭이 무엇입니까?" "유생이 쓰는 둥근 관은 하늘의 이치를 나타내고, 네모난 신은 땅의 법칙을, 허리에 차고 있는 결은 결단력을 나타낸 것이라 들었습니다. 그러나 그런 것들은 하나의 상징에 지나지 않을 뿐, 그것이 곧 그 자체가 될 수는 없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군자의 도를 닦고 있는 사람이라고 해서 반드시 유복을 입는 것을 아니며, 유복을 입고 있다해서 또 반드시 군자의 도를 닦는다고 할 수도 없습니다. 제 말이 믿기지 않으시면 전국에, '군자의 도를 닦지 않았으면서 유복을 입은 자는 사형에 처한다.'는 포고령을 내려보십시오."
애공은 그의 말대로 포고령을 내렸다. 닷새가 지나자 노나라에는 유복을 입은 자가 거의 없어졌는데, 단 한 사람이 유복을 입고 공문 앞에 서 있었다. 애공이 그를 불러들여 국정에 대해 물어보자 그는 막힘없이 묻는 말에 척척 대답을 했다. 장자는 애공에게 말했다.
"전국에 유생은 한 사람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그러니 어떻게 유생이 많다고 하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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