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 : 나면 죽고, 죽으면 태어난다 - 송지영 역
돼지와 자기 - 달생
축종인*이 의관을 갖추고 돼지우리에 가서 돼지에게 말했다. "너는 어찌하여 죽기를 싫어하느냐? 나는 석 달 동안 네게 맛있는 것을 주고, 열흘을 재계하고, 사흘을 삼갈 것이다. 흰 띠풀로 엮은 자리를 깔고 조각된 도마 위에 너의 어깨와 엉덩이살을 올려 제사를 지내려는데, 너는 어떠냐?" 돼지를 위해서는 누구나 말할 것이다. "강조를 먹고 우리 속에서 사는 것만 못하다." 그러나 자신을 위해서는 누구나, 살아서 헌면*의 귀함을 얻고 죽어서 아름답게 장식된 좋은 영구차에 올려진다면, 생을 희생할 것이다. 돼지를 위해서는 버리고 자기를 위해서는 취한다면 돼지와 다를 게 무엇이겠는가?
* 축종인 : 제사 의식을 주관하는 사람. * 헌면 : 큰 수레와 면류관. 높은 신분이 되는 것을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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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종인이 제복을 입고 돼지우리에 다가가 돼지에게 말했다.
"너는 무엇 때문에 죽기를 싫어하느냐? 나는 너를 위해 석 달간 맛있는 음식을 주고, 또 열흘 동안 내 몸을 깨끗이하며 사흘간 몸을 삼갈 것이다. 그리고 흰 띠풀로 엮은 자리를 깔고, 너를 잡아 무늬 있는 제기 위에 차려 신에게 제사 지내려 한다. 너는 어떻게 생각하느냐?"
누구라도 이런 돼지를 생각할 때는 겨나 술지게미를 먹고 좁은 우리 속에 살지언정 오래 사는 편이 낫다고 생각하게 마련이다. 그러나 자기 자신을 놓고 생각할 경우에는 어떤가? 만일 살아서 고귀한 자리에 오르고, 죽어서는 훌륭한 관과 영구차에 뉘어져 성대히 묻힐 수 있다면 목숨 따위는 얼마든지 희생하려 든다. 돼지를 위해서는 목숨이 희생하는 것을 반대하면서도 자기를 위해서는 찬성하는 것이다. 이런 차이는 과연 무엇 때문이겠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