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 : 나면 죽고, 죽으면 태어난다 - 송지영 역
달인 - 달생
생의 뜻에 통달한 사람은 생의 어쩔 수 없는 일에 힘쓰지 않는다. 명의 뜻에 통달한 사람은 지혜가 어쩔 수 없는 일에 힘쓰지 않는다. 생명의 진실을 밝게 꿰뚫은 사람은 생명의 본질로써 어떻게 할 수 없는 일은 처음부터 체념하고, 노력을 기울이려 하지 않는다. 천명의 진실을 환히 꿰뚫은 사람은 사람의 지혜로써 어떻게 할 수 없는 일은 처음부터 알려 하지도 않는다.
선표와 장의 - 달생
노나라에 선표란 자가 있었다. 바위굴에 살면서 물을 마시고, 남들과 함께 이를 꾀하지 않았으므로 나이 일흔에도 갓난아기의 얼굴색과 같았다. 그러다가 불행히도 굶주린 호랑이를 만나 잡아먹혔다. 장의란 자는 고문 현박*을 가리지 않고 뛰어다녔으나 나이 마흔에 열병으로 죽었다. 선표는 그 안을 길렀으나 호랑이가 그 밖을 먹어버렸고, 장의는 그 밖을 길렀으나 병이 그 안을 공격하였다. 이 두 사람은 모두 그 뒤지는 것을 채찍질하지 않은 자들이다.
* 고문 현박 : '고문'은 '높은 집의 문'으로 부잣집을 가리키고, '현박'은 발을 쳐서 문을 대신하는 가난한 집을 가리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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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나라에 선표라는 자가 있었다. 그는 바위굴에 숨어 물이나 마시고 살면서 세속의 이익을 꾀하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나이 일흔이 되어서도 얼굴빛이 어린애와 같았으나 불행하게도 굶주린 호랑이를 만나 잡아먹히고 말았다. 또 장의라는 자가 있었다. 그는 부잣집이건 가난뱅이의 집이건 가리지 않고 분주히 다니면서 이익을 꾀했다. 그러나 나이 마흔이 되어 열병을 앓다가 죽었다. 선표는 그 속마음을 잘 길렀으나 호랑이에게 육체를 먹혀버렸고, 장의는 바깥쪽인 육신은 잘 닦았으나 안에서 병이 생긴 것이다. 둘 다 그 모자라는 쪽을 채우기 위해 노력하지 않았으므로 목숨을 잃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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