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 : 나면 죽고, 죽으면 태어난다 - 송지영 역
해골과의 대화 - 지락
장자가 초나라에 가서 빈 촉루*를 보았는데, 형태가 있었다. 그는 말채찍으로 치며 원인을 물었다. "그대는 삶을 탐하여 이치를 잃고 이렇게 되었는가, 아니면 망국의 일고 중형을 받아 이렇게 되었는가? 그것도 아니면 그대는 행실이 좋지 못해 처자에게 누를 끼칠 것이 부끄러워 이렇게 되었는가, 혹은 춥고 배고픈 나머지 이렇게 되었는가? 혹은 나이를 다하고 이렇게 되었는가?" 말을 마치고는 촉루를 당겨 베고 누웠는데, 밤중에 촉루가 꿈에 나타나 말했다. "그대가 말하는 것은 변사를 닮았군. 말하는 것을 지켜보니 모두 산 사람의 누다. 죽으면 이런 것이 없네. 그대는 죽음의 이야기를 듣고 싶은가?" 장자가 말했다. "그렇소." 촉루가 말했다. "죽음에는 위로 임금이 없고 아래로 신하가 없으며, 또 사계의 변화도 없네. 으레 천지로써 춘추를 삼으니, 비록 남면한 왕의 즐거움이라 해도 더 나을 수 없네." 장자가 믿지 않고 말했다. "내가 사명*으로 하여금 다시 그대의 얼굴과 뼈와 살과 피부를 만들어 그대의 부모 처자며 마을 친지들에게 돌려준다면 그대는 이를 원하겠소?" 촉루가 깊이 눈살을 찌푸리고 이마를 찡그리며 말했다. "내가 어찌 남면한 왕의 즐거움을 버리고 인간의 노고로 돌아가겠나!"
* 촉루 : 해골을 말한다. * 사명 : 사람들의 목숨을 주관하는 신, 또는 저승의 신이라고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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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가 초나라에 여행을 갔을 때의 일이다. 앙상한 해골 하나가 들판에 뒹굴고 있는 것을 본 장자는 말에서 내려 들고 있던 채찍으로 이를 두들기며 말을 걸었다.
"이 무슨 꼴인가? 그대는 방탕한 짓을 하다가 이 꼴이 되었는가, 나라를 망치려다가 죄를 받아 목이 잘렸는가? 부모와 처자에게 얼굴을 들지 못할 짓을 하고 자살이라도 했단 말인가? 아니면 헐벗고 굶주린 끝에 이 꼴이 되었는가? 그것도 아니면 천수를 다하고서 이 꼴이 되었는가?"
말을 마친 장자는 해골을 끌어당겨서 베고 잠이 들었다. 한밤중에 해골이 나타나 말했다.
"그대도 제법 언변이 있군그래. 하지만 그대가 한 말은 모두 뜬세상의 번거로운 이야기뿐, 죽은 사람의 세계에는 그런 게 없지. 어때, 죽은 자의 세계에는 흥미가 없나?" "제발 좀 들려주구려." "죽은 자의 세계에는 임금이니 신하니 하는 구별이 일절 없네. 과거도 미래도 없고, 하늘과 땅도 마찬가지로 영원한 세계지. 비록 이 세상의 왕이나 제후의 생활인들 이 죽음의 세계처럼 즐겁지는 못할 걸세." 장자는 해골의 말을 그대로는 믿지 않았다. "내가 사명에게 말해서 임자를 다시 옛날 그대로의 모습으로 되돌려 부모 처자와 친지들이 있는 곳으로 보내줄 수 있는데, 그렇게 해 볼 생각은 없소?" 그러자 해골은 얼굴을 찡그리며 이렇게 말했다. "왕과 제후도 누릴 수 없는 즐거움을 버리고 괴로움이 많은 인간 세상으로 되돌아가라니. 그걸 말이라고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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