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 : 나면 죽고, 죽으면 태어난다 - 송지영 역
거북의 출세 - 추수
장자가 복수에서 낚시를 했다. 초왕*이 두 사람의 대부를 보내 이렇게 말하게 했다. "바라건대 나라의 일로 번거로움을 끼치고 싶습니다." 장자는 낚싯대를 손에 쥔 채 돌아보지도 않고 말했다. "내가 들으니 초나라에는 신귀*가 있는데, 죽은 지 이미 3천 년이나 되었으며, 왕이 이를 비단보에 싸서 상자에 담아 묘당 위에 간직해두었다고 하오. 이 거북은 죽어서 껍질을 남기는 편이 귀하겠소, 아니면 꼬리를 진흙 속에 끌며 사는 게 편하겠소?" 두 대부가 대답했다. "차라리 살아서 꼬리를 진흙 속에 끄는 게 낫지요." 장자가 말했다. "가시오. 나도 진흙 속에 꼬리를 끌겠소."
* 초왕 : 초나라 위왕을 가리킨다. * 신귀 : 그대로 풀이하면 '신령스러운 거북'이지만 옛날 중국에서는 거북의 등껍질로 점을 쳤기에 여기서는 '점을 치기 위해 말려둔 거북 껍데기'를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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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가 언제나처럼 복수에서 낚시를 즐기고 있는데, 초나라의 두 중신이 왕의 명령을 받고 찾아왔다. 사자는 말했다.
"초나라의 재상이 되어주십시오. 우리 임금님의 원이옵니다." 장자는 낚싯줄을 드리운 채 뒤도 돌아보지 않고 말했다. "귀국에는 죽은 지 3천 년이 된 영험한 거북의 등껍질이 있다고 들었소. 임금께선 그것을 비단보로 싸서 상자에 넣어두고 소중히 제사를 드린다고 합디다. 그런데 그 거북을 보시오. 죽은 뒤에 제사를 받는 편과, 살아서 흙탕물 속에 꼬리를 끌고 다니는 편을 생각해보면 어느 게 더 낫겠소?" "그야 살아 있는 편이 더 좋겠지요." 그러자 장자는 말했다. "자, 그만 돌아가 주시오. 나도 진흙 속에 꼬리를 끌며 살고 싶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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