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 : 나면 죽고, 죽으면 태어난다 - 송지영 역
크게 이기다 - 추수
기*는 그리마*를 부러워하고, 그리마는 뱀을 부러워하며, 뱀은 바람을 부러워했다. 바람은 눈을 부러워하고, 눈은 마음을 부러워했다. 기가 그리마를 보고 말했다.
"나는 한 발로 껑충껑충 뛰어가는 것조차 쉽지 않은데, 자네는 여러 개의 발을 움직여 가느라고 얼마나 노고가 많겠나?" 그리마가 대답했다. "그렇지 않네. 자네는 저 침 뱉는 사람을 보지 못했나? 뱉으면 큰 것은 구슬 같고, 작은 것은 안개 같네. 섞여 나오는 것이 수를 셀 수가 없네. 지금 내가 움직이는 것도 나의 천기일 뿐, 왜 그런지를 모르네." 그리마가 뱀에게 말했다. "나는 여러 발로 가는데도 자네의 발 없는 것에 미치지 못하네. 왜 그런가?" 뱀이 말했다. "저 천기가 움직이는 것이 어찌 쉽겠나? 내가 어떻게 발을 사용하겠는가?" 뱀이 바람에게 물었다. "나는 등과 갈비뼈를 움직여서 가는데, 아직도 발로 가는 것과 흡사하네. 지금 자네는 휭하고 북해에서 일어나 휭하고 남해로 가네. 형제도 없는 것 같은데, 어떻게 그렇게 하는가?" 바람이 말했다. "그렇지, 나는 휭하고 북해에서 일어나 휭하고 남해로 들어가네. 그러나 손가락으로 막아도 나를 이기고, 발길로 차도 나를 이기네. 반면 큰 나무를 꺾고 큰 집을 날리는 일은 나만이 할 수 있으니, 작은 것에 짐으로써 큰 것에 이기는 것이네. 큰 것에 이기는 것은 오직 성인만이 가능하네."
* 기 : 발이 하나밖에 없다는 동물의 이름. * 그리마 : 음습한 곳에 사는 작은 동물로, 15쌍의 다리를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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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이 하나밖에 없는 기는 발이 많은 그리마를 부러워하고, 그리마는 발이 없어도 자유로운 뱀을 부러워했다. 뱀은 형태가 없는 바람을 부러워하고, 바람은 움직이지 않고도 멀리 볼 수 있는 눈을 부러워했다. 또 눈은 보지 않고도 많은 것을 알 수 있는 마음을 부러워했다. 한번은 기가 그리마에게 물었다.
"나는 한 발로 껑충껑충 뛰면서 가지만 그 한 개의 발조차 마음대로 움직여지지 않는다네. 그런데 자네는 그렇게 많은 발을 어떻게 일일이 움직일 수 있는가?" "별 것 아닐세. 사람들이 침을 뱉는 것을 본 적이 있는가? 힘차게 침을 뱉으면 큰 것은 구슬처럼 크고, 작은 것은 안개처럼 뿜어나오지 않던가? 그렇다고 사람이 일부러 그렇게 침을 뱉는 것은 아닐세. 나 역시 타고난 대로 움직일 뿐, 어떻게 해서 그렇게 되는지는 모르네."
그리마가 뱀에게 물었다.
"나는 여러 개의 발로 가는데도 발이 없는 자네를 따라갈 수 없네. 그 이유가 무엇인지 아는가?" "천기를 말할 수는 없네. 내가 어떻게 그것을 바꿀 수 있겠나?"
뱀이 바람에게 물었다.
"나는 몸을 비틀어 움직이는 만큼 발을 갖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네. 하지만 자네는 형태도 없이 어떻게 북해에서 일어나 남해로 갈 수 있는가?" "자네의 말이 옳네. 나는 북해에서 일어나 남해로 갈 수는 있으나, 누가 손가락 하나로 막아도 그것을 꺾지 못하네. 또 나를 발길로 차도 어쩔 수 없네. 그러면서도 큰 나무를 꺾고 큰 집을 부숴버릴 수 있네. 작은 것에 짐으로써 큰 것에 이기는 게 아닐까? 성인들은 그렇게 크게 이긴다고 들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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