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 : 나면 죽고, 죽으면 태어난다 - 송지영 역
선비가 사는 방식 - 각의
뜻을 닦고 행동을 고상하게 하며, 세상을 떠나 세속과는 달리 처신하고, 높은 이론과 원망, 비방으로 잘난 체하는 사람은 산골의 선비이지 이 세상 사람이 아니다. 마른 몸으로 못에 뛰어드는 것을 좋아하는 자들이다. 인의와 충신을 말하고, 공손하고 검소하며, 겸양하여 몸을 닦는 것은 평범한 세속의 선비이다. 남을 선한 곳으로 이끌려는 사람이며, 유세하거나 머물면서 배우는 것을 좋아하는 자들이다. 큰 공을 말하고 큰 이름을 내세우며, 군신의 예를 지키고 상하를 바르게 하여 다스리려는 것은 조정의 선비이다. 임금을 존중하고 나라를 강하게 하는 사람이며, 공을 세우고 남의 나라를 삼키는 것을 좋아하는 자들이다.
숲이나 진펄을 헤치고 광야에 거처하며, 고요한 곳에서 낚시를 드리우고 무위를 즐기는 사람은 강해*의 선비이다. 세상을 피하는 사람이다. 한가한 것을 좋아하여 심호흡으로 썩은 것을 토하고 새것을 마시며, 곰처럼 매달리고 새처럼 펴며 장수를 위하는 사람은 도인*의 선비이다. 형체를 기르는 사람이며, 팽조처럼 사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다.
만약에 갈지 않고도 높고 인의가 없이도 닦아지며, 공명이 없이도 다스려지고 강해가 없이도 한가하며, 도인하지 않고도 장수한다면 일체를 망각할 수도 있고 일체를 소유할 수도 있을 것이다. 또한 마음은 한 극단에 서지 않고 뭇 아름다움이 그를 따를 것이다. 이것이 천지의 도며 성인의 덕이다. 그래서 '비고 적막하고 허무한 가운데 무위하는 것이 천지의 고른 것이며, 도덕의 근본이다. '라고 하는 것이며, 또 '성인은 여기서 쉰다.'고 하는 것이다. 쉬면 평이해지고, 평이하면 염담하게 된다. 평이하고 염담하면 우환이 들어오지 못하고, 사기가 내습할 수 없다. 이렇게 하면 그 덕이 온전하게 되고 정신은 이지러지지 않게 된다.
* 강해 : 강호를 일컫는다. * 도인 : 정좌하여 호흡을 조절하는 도가 양생법의 일종.
************************************************************************************
고상한 행동과 고답적인 담론으로 세상을 비방하고 사람을 원망하는, 혼자 잘난 체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른바 산골의 선비들이다. 그들은 불평하거나 괴로운 나머지 물에 빠져 죽기 일쑤다. 인의와 충신을 말하고 공손하고 겸양하며, 오로지 자기 몸을 닦는 사람들이 있다. 이른바 세속의 선비들이다. 이들은 세상을 평화롭게 만드는 동시에 남을 착하게 이끌고자 하며, 천하를 유세하거나 교육에 종사하고 있다. 반면에 큰 공업을 말하고 큰 이름을 세우며, 군신간의 예의와 상하 관계를 바로잡는 것을 중시하는 사람들이 있다. 즉 조정의 관리들이다. 그들은 임금을 받들어 나라를 강하게 하고자 하며, 혹은 공을 세워 남의 나라 땅을 병탄하려 든다.
또 시골로 돌아가 무위를 즐기는 강해의 선비들은 세상을 피하거나 한가하게 지낸다. 심호흡을 해서 묵은 공기를 토하고 새 공기를 들이마시며, 곰처럼 거꾸로 나무에 매달리고, 새처럼 몸을 펴서 장수하려는 사람들도 있다. 이른바 도인의 선비들이다. 이들은 신선술로 양생하고자 하며, 팽조처럼 장수하려 든다. 하지만 뜻을 갈지 않아도 행동이 고상하고 인의가 없이도 몸을 닦으며, 공명이 없이도 나라를 다스리고 강해가 없이도 한가하며, 도를 끌어들이지 않고도 오래 살 수 있다면, 모든 것을 잊어버리고도 어느 것 하나 없는 것이 없고, 마음이 텅 비어 모든 아름다움이 스스로 따를 것이다. 이것이 곧 천지의 도이며 성인의 덕이다.
그러기에 옛사람들은 '허심하여 고요하며, 허무 속에서 무위의 덕을 지키는 것이 천지에서 가장 평화로운 생활 방식이며 도덕의 본질'이며, '성인은 허심, 고요, 허무, 무위의 경지에 쉰다.'고 말했다. 무위에 쉬면 마음이 고요하고, 마음이 고요하면 곧 편안할 것이다. 또 마음이 고요하고 편안하면 근심 걱정이 깃들지 않고, 나쁜 기운도 그를 덮칠 수가 없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그의 덕이 온전할 수 있고, 정신도 손상되는 일이 없게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