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 : 나면 죽고, 죽으면 태어난다 - 송지영 역
추녀의 흉내 - 천운
"저 길고*를 당신 혼자만이 못 보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당기면 내려가고, 놓으면 올라오지요. 그것은 사람이 끄는 대로일 뿐, 그것이 사람을 끄는 것은 아닙니다. 그래서 내려가거나 올라오거나 사람에게 책을 잡히지 않지요. 저 삼황 오제의 예의 법도도 같다고 해서 좋은 것이 아니라, 다스리는 데에서 좋았던 것입니다. 그래서 삼황 오제의 예의 법도도 아가위, 배, 귤, 유자와 같이 그 맛은 서로 다르지만 입에 맞는 점에서는 모두가 좋았던 것에 비할 수 있습니다. 그 때문에 예의법도란 것은 때에 따라 변하는 것입니다. 지금 원숭이를 잡아다가 주공*의 옷을 입힌다면 그놈은 반드시 물어뜯어 벗은 후에야 성이 찰 것입니다. 고금의 차이를 보면 원숭이와 주공의 차이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전에 서시가 가슴이 아파 마을에서 눈살을 찌푸리고 있자 그 마을의 추녀가 그 아름다움을 보고 돌아와, 가슴에 손을 얹고 눈살을 찌푸리고 있었다 합니다. 마을의 부자들은 이를 보자 문을 닫은 채 나오지 않고, 가난한 자들은 이를 보자 처자를 거느리고 도망갔습니다. 그 추녀는 눈살을 찌푸리고 있는 아름다움은 알았지만, 눈살을 찌푸리고도 아름답게 보이는 그 점은 몰랐던 겁니다."
* 길고: 한 끝에는 두레박, 한 끝에는 돌을 매달아 물을 퍼내는 틀. 두레박틀. * 주공: 주나라 무왕의 아우로서, 무왕이 죽자 어린 성왕을 도와 주나라의 기틀을 세웠다.
************************************************************************************
사금은 계속해서 안연에게 말했다.
"당신은 두레박틀을 알 거요. 당기면 내려가고 손을 놓으면 올라옵니다. 용두레란 사람의 힘에 따라 움직일 뿐, 그것이 삶을 움직이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기에 그것이 올라가건 내려가건 사람들이 말하지 않습니다. 마찬가지로 태고의 삼황 오제가 만든 제도의 가치를 인정하는 것은 그것이 서로 같아서가 아닙니다. 아가위, 배, 귤, 유자와 같이 맛은 각기 다르지만 어느 것이나 입에 맞기 때문입니다. 그러기에 제도는 시대에 따라 변하게 마련입니다. 지금 원숭이를 데려다가 주공이 입던 옷을 걸쳐준다면 반드시 물어뜯거나 찢어 버리고 말 것입니다. 고금의 차이를 보건대 바로 원숭이와 주공 정도의 차이가 아니겠습니다? 전에 미인인 서시가 병이 있어 가슴에 손을 대고 눈살을 찌푸렸더니 그 마을의 추녀가 그것을 어여쁘게 여겨, 자기도 가슴에 손을 대고 눈살을 찌푸리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 때문에 같은 마을의 부자들은 차마 못 보겠다 해서 문을 잠그고 밖에 나오지 않았으며, 가난뱅이들은 아예 처자를 이끌고 마을을 등졌다고 합니다. 그 추녀는 눈살 찌푸린 서시의 아름다움만 알았지, 왜 아름다운가는 몰랐던 것입니다. 성인이 한 일이라고 해서 무작정 흉내를 내는 일은 그 추녀가 서시를 흉내낸 것이나 다를 바 없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