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 : 나면 죽고, 죽으면 태어난다 - 송지영 역
짚으로 만든 개 - 천운
공자가 서쪽 위나라로 유세를 떠난 후 안연이 사금* 에게 물었다.
"선생님의 이번 여행이 어떻겠소?' 사금이 말했다. "애석하오. 선생은 궁지에 몰릴 것입니다." 안연이 물었다. "왜 그렇소?" 사금이 말했다. "아직 진상되지 않은 추구* 는 대바구니에 넣고 수놓은 보자기로 싸서 재계한 시축이 다룹니다. 그러나 진상이 끝나면 행인이 목이나 등을 밟고, 풀 베는 자가 주워 땝니다. 이것을 다시 주워다가 대바구니에 넣어 수놓은 보자기로 싸서 잠자리에 두로 같이 지낸다면, 편한 꿈을 얻지 못하고 반드시 수차 헛소리를 지를 것입니다. 지금 당신의 선생도 선왕이 이미 진상한 추구를 주워다가 그 밑에서 제자와 자고 놀지 않습니까?"
* 사금 : 사는 노나라의 태사를 말하며, 금은 그의 이름이다. * 추구 : 짚으로 만든 개. 액막이를 할 때 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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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가 서쪽 위나라로 유세를 떠나고 난 뒤, 본국에 남아 있던 안연은 사금에게 물었다.
"우리 선생님의 이번 길에 대해 그대는 어떻게 생각하시오?" "유감이지만 곤경에 빠질 것입니다." "그 까닭은 무엇이오?" "제사 때에 쓰는 추구를 아실 겁니다. 그것은 상에 올리기 전만 해도 대바구니에 넣어 수놓은 보자기로 싸고, 목욕 재계한 시축이 손수 다루게 마련입니다. 하지만 제사가 끝나는 대로 길가에 내버려 행인이 짓밟고 지나가게 합니다. 나무꾼이 주우면 가져다가 군불을 땝니다. 만일 그것을 다시 주워다가 바구니에 넣고 보자기로 소중하게 싸서 모셔둔 채 그 곁에서 잠을 잔다면 악몽에 시달려 몇 번이고 가위 눌린 헛소리를 지르게 될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 당신의 선생님도 옛성왕들이 쓰다 버린 추구를 어디선가 주워다가 제자들과 함께 놀기도 하고 잠을 자기도 하지 않습니까? 그러니 곤경에 빠질 게 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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