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 : 나면 죽고, 죽으면 태어난다 - 송지영 역
구락의 일 - 천운
"하늘을 스스로 돌고 땅은 스스로 처해 있는가? 일월은 스스로 서로 다투고 있는가? 누가 이를 주장하는 것인가? 누가 이를 뒷받침하는 것인가? 누가 편히 앉아 이를 추진하는 것인가? 기관을 닫는 이가 있어 부득이하게 되는 것인가? 운전하는 근원이 있어 스스로는 멈출 수가 없는 것인가? 구름은 스스로 비를 내리고, 비는 스스로 구름을 만드는가? 누가 이를 구름고 비로 만드는 것인가? 누가 편안히 앉아 일없이 장난으로 이를 권하는 것인가? 바람은 북방에서 빨아들이는 것인가? 누가 할 일이 없어 편히 앉아 이를 흩고 모으고 하는 것인가? 감히 그 이유를 묻겠소." 무당 함소가 대답했다.
"오너라. 내 너를 위해 말하겠다. 하늘에는 육극*과 오상*이 있다. 제왕이 이를 따르면 다스려지고, 이를 거스르면 흉해진다. 구락의 일*에서 다스림이 이루어지고 덕이 갖추어져 하토를 비추고 천하가 떠받드니, 이것을 가리켜 상황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 육극 : 일찍 죽는 것, 병, 걱정, 가난, 악함, 약함의 여섯 가지 또는 사방과 위아래라고도 한다. * 오상 : 금, 목, 수, 화, 토를 가리킨다. * 구락의 일 : 하의 우가 치수할 때 낙수에서 나왔다고 하는 마흔다섯 자를 낙서라 한다. <서전>의 홍범구주는 이 낙서의 이치에 의하여 만든 것이라 하며, 팔괘의 법도 여기서 나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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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은 스스로 돌아가고 땅은 스스로 머무는 것인가? 해와 달은 스스로 서로 좇아 갈 길을 가는 것인가? 그렇지 않다면 누가 있어 이를 주관하는 것인가? 누가 있어 이를 통할하는 것인가? 누가 편안히 앉아서 이를 추진시키는 것인가? 혹은 어떤 근원이 있어 할 수 없이 움직여지는 것인가? 혹은 제 힘으로 움직이기는 했으나 제 힘으로 그치지 못하는 것인가? 구름은 스스로 풀려 비가 되는가, 아니면 비가 스스로 올라가 구름이 되는가? 그렇지 않으면 누가 구름을 일으키고 비를 내리게 하는 것인가? 누가 편안히 앉아서 장난으로 이렇게 하는 것인가? 바람은 북에서 생겨 동서로 불고, 혹은 그냔 하늘에 맴돌기도 하는데, 그것은 과연 무엇이 뿜고 빨아들이는 것인가? 누가 편안히 앉아서 그렇게 주재하는 것인가?"
내가 무당 함소에게 물었더니,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이리 오너라. 내가 너를 위해 대답해주겠다. 하늘에는 육극과 오상이 있는데, 제왕이 그것에 따라 다스리면 천하가 잘 다스려질 것이고, 그것에 역행하면 천하가 어지러워질 것이다. 구락의 일에서 다스림이 이루어지고 덕이 갖추어져서 천하를 두루 비추게 되면 천하가 모두 이를 떠받들게 될 것이니, 그런 분을 가리켜 상황이라고 하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