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고전 200선 해제 2 - 반덕진
제2부. 고전 해제
제1장 서양문학
오만과 편견(Pride and Prejudice) - 오스틴(Jane Austin, 1775-1817)
영국 최초의 위대한 여성작가 오스틴이 19세기 초의 영국 중류사회의 풍자적 단면을 보여주는 작품. 소설이 진행되는 동안 4쌍의 결혼이 이루어지는 것으로 알 수 있듯이, 이 소설은 19세기를 전후한 영국 중산층의 결혼관과 가치관을 보여준다. 이 작품은 엘리자베스와 다시라는 두 주인공이 오만과 편견 의 줄다리기를 하는 동안 인간성이 완성되어간다는 이야기로, 가정과 여성의 삶, 그리고 결혼을 통해 시대적반향과 내면의 성찰을 함께 드러낸 오스틴 문학의 정수다.
생애와 작품활동
영국 근대문학을 대표하는 여류 소설가인 오스틴은 햄프셔 주의 스티븐턴에서 신앙심이 깊고 온화한 아버지와 유머가 풍부한 어머니의 둘째딸로 태어났다. 학교교육은 거의 받지 않고 주로 가정에서 교육을 받았는데, 문학적 성향이 뛰어난 가족들의 영향으로 처음으로 풍자적인 습작을 쓰다가, 점차 본격적인 소설을 시도하기에 이르렀다. 어머니는 재치있는 여성으로 시와 이야기를 즉흥적으로 지어내는 재주로 유명했다. 이 대가족이 즐긴 오락은 연극이었는데, 오스틴 일가와 이웃들은 스티븐턴 극단을 만들어 여름휴가 때는 목사관 헛간을 소극장으로 개조해 연극을 공연하기도 했다. 활기차고 애정이 넘치는 집안 분위기는 그녀의 창작을 자극했는데, 부친의 은퇴와 죽음으로 인한 충격에 한동안 방황했으나. 제2의 고향인 초턴에서 작품활동을 재개하여 경이적인 활동을 한다.
이전의 원고를 고쳐 출판한 분별과 다감(1811)에서 이성과 낭만적 감성 사이의 갈등을 풍자했고, 젊어서부터 첫인상으로 구상해두었던 소설을 다듬어서 오만과 편견 (1813)으로 출판했다. 그뒤 맨스필드 공원(1814), 에머(1815)를 연속 출판했다. 그러나 1816년부터 건강이 악화되어 1817년 5월 눈을 감았다. 사후에 출간된 노생거 사원 은 18세기 후반에 유행하여 낭만주의를 선도한 중세를 배경으로 한 괴기소설인 고딕소설의 과잉을 풍자했다. 평생을 독신으로 지낸 오스틴은 주로 18세기 후반의 중류계급에서 일어나는 일상생활 중, 특히 남녀의 결혼을 둘러싼 문제를 극적이고 사실적으로 다루었다. 그녀는 방어적이고 풍자적인 문체는 소재의 빈약함과 작품공간의 협소함을 극복함으로써 많은 독자층을 확보했다. 특히 오만과 편견 은 두 남녀 주인공의 오만과 편견으로 인한 미묘한 심리적 갈등을 섬세하게 묘사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녀의 작품에서는 시골의 여러 가족을 중심으로 한 중상류층 남녀의 연애와 결혼 이야기를 통하여 마침내는 여주인공이 많은 과오를 깨닫게 되는 과정이 밀도있게 다루어지고 있다. 소재도 좁은 편이고 동시대의 스콧과 같은 화려한 표현도 없지만, 18세기 특유의 도덕의식을 바탕에 둔 인생비평, 제한된 세계를 묘사하면서 날카로운 비판을 포함한 우수한 인물의 창조, 이야기를 극적으로 전개하는 절묘한 서술방법으로 영국 소설사상 독자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이와 같은 오스틴에 대해 19세기의 마코레나 테니슨은 셰익스피어와 견주기도 했고, 20세기를 대표하는 여류작가인 버지니어 울프도 셰익스피어라는 사람 그 자체는 그 작품에서 종잡을 수 없는데, 오스틴의 경우에도 그와 흡사하다. 고 평가하기도 했다. 그녀의 인물됨이 아무리 정겹고 허물이 없었다고 하더라도 성격상 종잡을 수 없는 면도 있었던 듯하다. 그러나 그녀의 문학은 현대에 들어오면서 신선하고 예술 심리적인 문학으로 그 예술성이 인정받기 시작하고 있다.
시대적 상황과 작품세계
오스틴이 살았던 18세기 말에서 19세기 초는 영문학사상 고전주의에서 낭만주의 문학으로 옮겨가는 과도기였다. 따라서 이 시대에는 자연의 풍경을 묘사하거나 감상적인 탐미주의에 흐르고 있었는데, 오스틴은 그러한 낭만주의와는 거리를 두고 18세기의 고전적 정서를 강하게 지닌 그녀만의 독특한 문학세계를 구축해나갔다. 그는 풍경의 묘사보다는 짜임새 있는 구성과 정교한 인물묘사를 통하여 무조건 중세를 동경하거나 병적인 감상에 흐르던 당시의 젊은 여성들의 심리를 비웃었다. 이 시기는 정치적으로는 프랑스 대혁명과 나폴레옹 전쟁, 경제적으로는 산업혁명이 있었으며 이에 따른 각 분야의 급격한 증가가 있었다. 문학사적으로는 낭만주의라는 새로운 문학관과 인생관이 일기 시작했다. 이성이 모든 것을 지배하고 전통의식과 더불어 질서와 상식, 보편타당한 합리성이 인생에 있어서나 문학에 있어서 목표가 되었던 18세기의 고전주의에 비해, 이 새로운 움직임은 개인의 감정과 상상력이 모든 판단의 기본임을 천명하고 콜리지와 워즈워스의 서정적인 발라드를 발판으로 차츰 시대를 풍미하게 된다.
초기 낭만주의의 기수들은 대부분 시인들로서 이들의 낭만정신은 자연에 심취한 워즈워스, 시간적으로나 공간적으로 먼 이국정서를 동경한 콜리지, 아득한 이상사회를 건설하려는 혁명정신을 강조한 셸리, 미를 추구한 키츠 등으로 특징지을 수 있다. 이와 같은 문학운동은 기존의 고전주의와는 정반대의 문학적 특징을 추구한 것이다. 이러한 시대적. 문학적 조류 속에서 작가생활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오스틴은 그러한 영향을 별로 받지 않은 이색적인 작가였다. 그녀는 오히려 18세기 초의 고전주의로 회귀하는 듯한 문학세계를 펼쳤다. 그녀는 당시 유럽을 뒤흔들었던 역사적인 사건의 의미 해석이나 서술보다는 평범한 일상의 삶의 묘사에 주력하였으며, 과거에 대한 동경, 꿈과 관념의 감상주의적 경향보다는 이성적인 현실의 세계를 지향했다. 이처럼 오스틴의 생애와 작품세계는 그녀가 살았던 19세기 초 영국의 정치상황이나 사회 제반문제와는 무관한 것 같다. 현대 비평가들은 오스틴의 소설이 지닌 빈틈없는 짜임새에 매료되고, 겉보기에 평범하고 제한된 사건과 배경을 가진 이야기를 통해 존재의 희비극을 드러낼 수 있게 한 기법상의 성취에 높은 평가를 한다.
주요 등장인물
인간의 진실한 사랑이 무엇인가를 생각케 하는 소설로, 사람을 재산과 신분으로 평가하는 사회적 통념에 반대하는 여주인공 엘리자베스는 다시의 오만에 편견을 보이다가 사회의 편견에 편견을 가졌음을 깨닫게 되고, 재산이나 신분과 무관하게 한 사람의 가치를 평가하는 법을 배우게 된다. 작가의 아이러니컬한 서술이 재미를 더해주는 작품으로, 주요 등장인물은 다음과 같다.
제인 : 장녀로서 솔직성과 조심성, 포용력을 가진 정적인 인물. 엘리자베스 : 둘째딸로 생기발랄하고 재기가 넘치며 인습에 맹종하지 않는 동적인 미인으로, 후에 편견 을 버리고 참된 사랑을 얻는 검은 눈동자의 소유자. 다시 : 명문집안의 남자로 약간은 오만 하나, 정직하고 자상한 인물. 리디아 : 단순한 성격의 소유자로 꿈과 동경에 싸여 있으며, 심성이 착하고 정열적인 인물. 베네트 부인 : 즉흥적이고 부드러우며 사소한 일에도 마음을 두는 인물. 베네트 : 과묵하면서도 사색적이며 자식에 대한 따뜻한 애정을 지니고 있는 인물. 빙글리 : 원만한 성격의 소유자로 자신의 주관이 강한 인물. 위컴 : 남을 공모하지만 진실된 사랑 앞에서 참회하는 인물.
작품의 주요내용
상당한 재산을 가진 남자에겐 틀림없이 아내가 필요할 것이라는 것은 보편적인 사실이다. 이 소설은 이런 말로 시작된다. 어느 작은 마을의 베네트 가에는 베네트 씨 부부와 다섯 딸이 함께 살고 있다. 베네트 씨는 냉소적이며 농담을 즐겨 하는 편이지만, 바탕은 온화한 사람이다. 어머니 베네트 부인은 삶의 의미를 딸들의 결혼에 두고 있는 여자다. 장녀인 제인과 둘째인 엘리자베스는 혼기가 되었기 때문에 어머니는 자나깨나 그들의 결혼 문제만을 생각한다. 마침 근처의 네더필드라는 곳에 독신청년 빙글리가 찾아든다. 그의 수입이 4~5천 파운드나 된다는 이야기를 들은 베네트 부인과 가족은 이에 솔깃한다. 이윽고 빙글리를 환영하는 마을 무도회가 열리고 베네트 부인은 딸들을 데리고 여기에 참석한다. 드디어 여기서 빙글리의 친구인 다시와 엘리자베스가 운명적인 만남을 한다. 용모가 훤칠하고 부유한 미남청년인 다시는 뭇사람의 시선을 받는다. 그러나 엘리자베스는 그의 오만 한 태도에 화를 낸다. 그리고 다시에게서 예쁘지 않기 때문에 같이 춤을 출 수 없다는 말을 듣고 자존심이 상해, 두 사람의 관계는 더욱 악화된다. 그후부터 엘리자베스는 다시와 관련된 모든 것에 우선적으로 편견 을 갖고 적대감을 키우게 된다. 반면 다시는 그녀에 대해 처음에는 무관심했다가 차츰 그녀에게 감탄하게 되고, 그녀의 재치와 기지에 끌려 마침내 그녀를 사랑하게 된다.
자존심과 진실된 자아실현의 의지를 지닌 엘리자베스는 어머니나 세상사람들이 품고 있는 돈 많은 청년이 제일이라는 편견에 동조하지 않는다. 대신 특유의 독립성과 지성으로 진실한 삶과 사랑을 이루려 한다. 이러한 그녀의 성격은 네더필드의 빙글리의 집으로 언니 제인을 데리러 가는 장면에서 잘 나타난다.어느 날 네더필드에서 제인에게 놀러오라는 초대장이 온다. 본인보다 어머니가 더 좋아한다. 그리고 제인이 네더필드로 간 뒤 비가 와서 하룻밤이라도 더 묵게 되기를 바란다. 실제로 제인이 비를 맞아 감기가 들었다는 소식이 온다. 이대 엘리자베스는 어머니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비를 맞으며 언니를 데리러 간다. 엘리자베스의 이러한 행동에 빙글리의 여동생인 캐롤라인을 비롯한 주위 사람들은 괜한 짓이라고 냉소적인 반응을 보인다. 다시 역시 그녀의 행동에 놀라면서 무모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한편 캐롤라인은 다시에게 호의를 품고, 다시와 오빠인 빙글리가 베네트 집의 딸들과 가까이하는 것을 방해한다. 그러나 차츰 엘리자베스의 보이지 않는 아름다움에 끌려가고 있던 다시는 캐롤라인에 대해서는 냉정한 태도를 보인다. 다시는 런던의 재산가의 아들로서 귀족으로 자랐기 때문에 오만한 태도가 남아있다. 그래서 그는 엘리자베스에게는 호의를 가지면서도, 그녀의 부모나 마을여자들을 경멸한다. 그런 다시에게 엘리자베스는 계속해서 반감을 갖는다.
이즈음 베네트 가의 먼 친척이 되는 콜린스라는 젊은 목사가 찾아온다. 그는 아들이 없는 베네트 가의 재산을 상속할 사람이다. 그는 캐서린 영부인의 알선으로 조그만 교회의 목사직을 갖고 있으며 아내 될 사람을 고르기 위해서 이곳에 온 것이다. 이 청년은 몹시 경박한 인물이어서 큰 선심이나 쓰는 것처럼 베네트 가의 딸들 중 하나와 결혼해주겠다고 의기양양하게 말을 한다. 베네트 부인은 그 제의를 맞장구를 치고 엘리자베스를 설득시키려고 한다. 어느 날 콜린스는 엘리자베스에게 구혼을 하나, 그녀는 일언지하에 거절한다. 이에 콜린스는 기대했던 것이 어긋나자 엘리자베스의 친구인 샬로트 루카스와 결혼해버린다.엘리자베스의 동생들은 근방에 주둔하고 있는 군인들에게 내왕하고 있었는데, 그 군인 중에는 위컴이라는 청년이 있었다. 위컴은 명랑한 성격인데다 호감을 가질 수 있는 인물이기도 해서, 엘리자베스는 다소 호의를 갖게 된다. 그녀는 위컴으로부터 다시와 가까운 사람이며, 다시의 냉대로 불행하게 되었다는 말을 듣게 된다. 원래 의협심이 있는 엘리자베스는 더욱 다시를 미워하게 되고, 위컴을 동정한다. 그러나 이것은 위컴의 모함으로, 후에 위컴은 엘리자베스의 동생인 리디아와 도망을 간다. 이즈음 다시는 뜻밖에도 엘리자베스에게 청혼을 한다. 그는 자기의 자존심이 꺾이는 것은 억울하지만, 사랑은 막을 도리가 없으므로 당연히 엘리자베스의 동의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의 주위에서 그를 흠모하는 다른 여자들처럼, 그녀도 자신의 사랑과 거기에 그의 부유함을 기꺼이 받아들일 것이라고 생각해버린 것이다. 엘리자베스는 그의 오만함을 알고는 거절해버린다. 동시에 제인으로부터 빙글리를 갈라놓은 일과 위컴을 냉대한 일에 대해 비난한다. 두 사람이 서로 길러온 오만과 편견이 절정에 이르게 된 것이다.
결국 다시는 자신의 잘못된 생각을 뉘우치고 겸허한 마음으로 엘리자베스에게 편지를 쓴다. 거기에는 위컴에 대한 상세한 비리와 그동안의 오해에 대한 솔직한 마음이 담겨 있다. 이 편지를 받고 엘리자베스 역시 마음의 변화를 느낀다. 또한 샬로트와 콜린스가 결혼하여 행복하게 사는 모습을 보고 엘리자베스는 다소 놀라면서 깨닫는 것이 있다. 즉 그것은 지금까지 스스로 타인의 기분을 측정하고 타인의 특성과 개성을 판단하는 데 일가견이 있다고 자부심을 가졌던 것에 대한 부끄러움인 것이다. 이 점은 그녀가 다시의 편지를 읽으면서, 자신의 편견을 깨닫게 되는 것과 상통한다. 결국 그녀는 이 순간까지 나는 나 자신을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고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게 되면서 자아발견의 성숙한 단계에 들어서는 것이다. 다시의 타고난 오만도, 엘리자베스의 편견도, 참된 사랑에 의해 극복되고 두 사람은 비로소 진실한 사랑을 맺게 된다.
감상 및 문학사적 의의
이 소설은 엘리자베스와 다시가 오만과 편견의 줄다리기를 하는 동안 두 사람의 인간성이 완성되어간다는 이야기를 주된 흐름으로 하고 있다. 즉 다시가 오만 이라면, 엘리자베스는 편견 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것은 서로 교차되는 두 인물이 어느 한 가지만 지니고 있는 것이 아니라 양자를 모두 지니고 있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아마 이러한 뜻이 복잡하고 미묘하게 얽혀 있는 등장인물들의 심리상태가 이 작품을 이끄는 요소가 아닌가 생각된다. 그들을 중심으로 5명의 딸들을 결혼시키는 것이 평생과업인 베네트 부인, 아첨꾼 목사 콜린스, 그리고 위풍당당한 귀부인 캐서린 등등의 인물군상을 등장시킴으로써, 생생한 중류사회의 드라마를 보여준다. 동시에 이 작품은 조용한 환경에서 작가의 경험을 주요 토대로 한 것들이며, 작품의 무대나 등장인물도 그녀의 삶 속에서 비롯된 것들이다. 그녀의 소설무대는 18세기 말 그녀가 태어난 영국 남부의 고요한 시골마을이고 등장인물도 대부분이 그 작은 시골마을에 사는 귀족과 목사. 군인 등이다. 그들이 빚어내는 평범한 생활상이 작품의 주요 줄거리를 이룬다. 이러한 소설의 일상성은 그녀가 시골마을의 서너 집안 일이 바로 작품소재다 라고 조카에게 쓴 편지에서도 잘 나타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그녀의 소설을 가정소설 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영국 최초의 여성작가인 그녀의 소설의 중심에는 언제나 가정이 있다. 그녀는 등장인물의 행동 자체보다도 그러한 행동을 유발한 동기라든가, 인생에서 일어나는 일들, 즉 가정생활. 사랑. 결혼 등을 경험하는 동안에 이루어지는 내적 성장을 섬세하게 그렸는데, 이것은 오스틴 작품의 내면적 탁월성을 말해준다.
그녀의 소설의 저변에 면면히 흐르는 회의적이고 냉소적인 아이러니는 발전과 영광이라는 화려한 전면에 의해 감추어진 영국 중류계급의 퇴폐적인 치부를 풍자적으로 형상화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이 작품에는 오스틴의 문학세계가 가장 잘 반영된 것으로 상업적으로도 성공한, 질적. 양적인 면에서 그녀의 천재적인 작가역량이 발휘된 작품이다. 특히 이 소설은 가정과 여성의 삶, 그리고 결혼을 통해 시대적 반향과 내면의 자아성찰을 함께 드러낸 오스틴 문학의 특성이 가장 잘 집약되어 있다. 이른바 오스틴 문학의 정수요. 세계문학의 보석인 것이다. 이 소설에서 작가는 지극히 일상적이고 평범한 가정사와 결혼, 사랑의 과정을 풍자와 아이러니 수법을 통해 전달하고 있다. 오만과 편견 이라는 제목이 의미하듯이 소설을 결국 외양과 실제 차이를 두 주인공이 미처 깨닫지 못하고, 오만과 편견의 줄다리기를 하는 과정을 아이러니와 풍자적 방법으로 보여줌으로써 독자로 하여금 두 주인공의 자기발견의 과정을 꿰뚫어보게 하는 것이다. 엘리자베스가 다시를 외모로만 판단하여 오만한 사람이라는 편견을 가짐으로써 갈등이 생겼던 것처럼, 다시도 큰딸인 제인을 빙글리에게 시집보내려고 애쓰는 베네트 부인의 저속함을 보고, 다른 딸들도 저속하리라는 편견을 가짐으로써 엘리자베스에게 오만한 태도를 보였던 것이다. 이러한 두 사람의 관계를 통해 작가는 사물의 실체나 진실이 무엇인가를 독자에게 깨우쳐주고 있는 것이다. 작품 전체에 흐르는 오스틴의 명랑하고도 위트 있는 유머와 풍자 속에서 우리는 삶의 실체와 진실을, 그리고 당시 영국사회의 인간상과 시대상을 감지할 수 있다. 특히 작가가 지니고 있는 재질은 평범한 사건의 뒤에 숨어 있는 심리적 깊이를 파헤치는 재능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작품의 배경이 극히 국한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스토리를 이끄는 원동력은 바로 이러한 심리적 상태를 관찰하는 힘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작가가 담담한 필체로 인생의 깊이를 포착하고 은근한 유머를 담은 작품으로 승화시킬 수 있었기 때문에, 영국의 한 여류작가에만 머물러 있지 않고 세계문학의 대표적인 작가로 평가받을 수 있었던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