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 : 나면 죽고, 죽으면 태어난다 - 송지영 역
만물의 생육법 - 재유
운장*이 동쪽을 유력하던 중에 부요*의 가지 옆을 자나다가 홍몽*을 만났다. 마침 홍몽은 넓적다리를 두드리면서 새처럼 신나게 뛰어놀고 있었다. 운장이 보고 갑자기 멈추더니 꼼짝도 않고 섰다가 물었다.
"노인은 어떤 분이십니까? 무얼 하고 계십니까?"
홍몽은 넓적다리를 두드리며 새처럼 뛰는 것을 멈추지 않고 운장에게 말했다.
"놀고 있다." 운장이 말했다. "저는 여쭈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홍몽이 운장을 쳐다보며 말했다. "허!" "천기가 합하지 않고 자기가 펴지지 못하니, 육기가 조회하지 않고 사시는 차례가 없습니다. 지금 저는 육기의 정을 합하고 군생을 기르고자 합니다. 어떻게 해야 합니까?"
홍몽은 넓적다리를 두드리고 머리를 저으면서 새처럼 뛰며 말했다.
"나는 모른다, 나는 몰라."
운장은 대답을 듣지 못했다. 3년이 지난 후, 동쪽을 유력중에 송나라의 들판을 지나다가 때마침 홍몽을 만난 운장은 크게 기뻐하며 달려가 말했다.
"하늘 같은 분이여, 저를 잊으셨습니까? 하늘 같은 분이여, 저를 잊으셨습니까?"
두 번 절하고 머리를 조아려 홍몽에게 들으려 하니 홍몽이 말했다.
"떠돌아다니지만 구하는 바가 없다. 멋대로 가면서도 그 가는 곳을 모른다. 무망을 보며 집착 없는 세계에 노는 내가 또 무엇을 알겠느냐?" 운장이 말했다. "저 역시 멋대로 떠돌아다니는 몸입니다. 그러나 백성이 제가 가는 곳을 따르니 제가 부득이 백성에게 속하는 것입니다. 지금 백성을 위해 한말씀 듣고 싶습니다." 홍몽이 말했다. "하늘의 법을 어지럽히고 사물의 실정을 거스르면 자연의 활동은 그치고 만다. 짐승의 무리는 흩어지고, 새들은 모두 밤에만 운다. 재화가 초목과 벌레에까지 미치게 된다. 이것이 치인의 허물이다." 운장이 물었다. "그러면 저는 어찌해야 합니까?" "아, 귀찮구나. 빨리 돌아가거라." 운장이 말했다. "저는 하늘 같은 분을 만나기가 어렵습니다. 한 말씀만 듣고 싶습니다." 홍몽이 말했다. "아! 마음을 길러라. 네가 만약 무위에 처한다면 만물이 저절로 화하리라. 네 형체를 떨어뜨리고 네 총명을 떨쳐버려서 자신과 만물을 잊는다면 자연의 기와 한 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마음을 풀고 정신에서 벗어나 막연히 혼이 없도록 해라. 그러면 만물이 그 근본을 회복한다. 그 근본으로 돌아간 것조차 모르면 혼돈스러운 무차별의 세계에서 영원히 떠나지 않는다. 그러나 그를 알게 되면 그것을 떠나가 버린다. 그 이름을 묻지 않고, 그 실정을 엿보지 않아야 한다. 이렇게 하면 만물은 스스로 생리를 얻는다."
운장은 말했다.
"하늘 같은 분께서 저에게 덕을 내리고 침묵을 보여주셨습니다. 오랫동안 구하던 것을 이제 얻었습니다." 운장은 두 번 절하고 일어나 인사하고 떠났다.
* 운장 : 가공의 인물로, '구름의 신'이라는 뜻이다. * 부요 : 신목을 일컫는다. * 홍몽 : 가공의 신인으로, 원래는 '자연의 원기'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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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장이 동쪽을 돌아다니며 노닐던 중에 부요의 가지 아래를 지나다가 홍몽을 만나게 되었다. 때마침 홍몽은 신이 나서 넓적다리(혹은 볼기)를 두드리며 새처럼 깡충깡충 뛰어놀고 있었다. 그 모습을 정신없이 바라보던 운장은 이윽고 그 까닭을 물어보았다.
"노인장께선 어떤 분이시며, 또 무엇을 하고 계시는 겁니까?" "이렇게 노는 거지, 뭐!" "제가 무얼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허어!" "천기는 조화를 잃고 지기는 펼쳐지지 못했으며, 육기는 고르지 못하고 사시는 차례가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육기의 정수를 모아 만물을 키우고자 하는데, 무슨 방법이 없겠습니까?"
홍몽은 그래도 여전히 깡충깡충 뛰놀면서 이렇게 대답할 뿐이었다.
"나는 몰라, 모른다." 운장은 더 이상 물을 수 없었다.
그 뒤 3년이 지나서, 이번에는 송나라의 어느 들을 지나다가 홍몽을 다시 만나게 되었다. 운장은 크게 기뻐하며 달려가 말을 걸었다.
"하늘 같으신 분이여, 저를 잊으셨습니까? 저를 잊으셨습니까?"
운장은 머리를 두 번 조아리고 문답을 시작하려 했다. 그러나 홍몽은 이렇게 말할 뿐이었다.
"나는 세상을 방황하지만 바라는 것이 없으며, 내가 어디로 가는지조차 알지 못한다. 집착하는 것이 없으므로 무엇이 부족하지도 않으며, 다만 참된 움직임을 볼뿐이다. 그런 내가 무엇을 더 알겠느냐?" "사실은 저 역시 자유인으로 행동해 왔습니다만, 백성들이 언제나 뒤를 따라다니고 있어서 어쩔 수 없이 그들과 같이 지냅니다. 부디 한말씀 해주시기를 바랍니다." "천지의 법칙을 어지럽히고 만물의 실정을 거스르면 자연의 활동은 끊어지고 만다. 그 결과 짐승들이 무리를 흩고, 새들은 밤에 울며, 초목이며 벌레에까지 재앙이 미치게 된다. 이 모든 것이 다스리고자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저는 어떻게 처신해야 됩니까?" "정말 귀찮구나. 빨리 돌아가라." "저는 하늘 같으신 분을 좀처럼 만날 수 없습니다. 부디 이 자리에서 한말씀 해주십시오."
홍몽은 마지못해 대답했다.
"먼저 마음을 잘 길러라. 네가 만일 무위 속에 몸을 둔다면 만물은 저절로 생육된다. 네 몸을 잊고 정신을 떨쳐버려서 자신과 사물을 아울러 망각한다면 자연의 근원과 더불어 한몸이 될 것이다. 마음의 집착을 풀어버리고 정신의 속박을 벗어나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가 되어라. 그렇게 되면 만물을 스스로 알지 못한 채 근원으로 돌아갈 것이다. 그것들은 또한 혼돈 속에서 다시는 근원을 떠나는 일이 없을 것이다. 만일 그것들이 근원으로 돌아온 것을 깨닫는다면 그 순간부터 그것들은 다시 근원에서 떨어지게 될 것이다. 그런 만큼 그 근원이 무엇이냐고 물어서도 안 되며, 그 모습을 알고자 해도 안 된다. 그래야만 만물은 저절로 나고 키워질 것이다."
"하늘 같으신 분께서 저에게 진정한 덕이 무엇인지 가르쳐주셨습니다. 그리고 침묵이 무엇인지도 가르쳐주셨습니다. 오래도록 찾아 헤매던 것을 이제 비로소 얻었습니다."
운장은 비로소 두 번 절하고 일어나 작별 인사를 한 다음 어디론가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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