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 : 나면 죽고, 죽으면 태어난다 - 송지영 역
자연에 맡겨라 - 재유
천하를 자연에 맡긴다*는 말은 들었으나, 천하를 다스린다는 말은 듣지 못했다. 있는 대로 두는 것은 천하가 그 본성을 어지럽힐까봐 두려워서이며, 너그럽게 하는 것은 천하가 그 덕을 고치는 것을 두려워해서이다. 천하의 본성을 어지럽히지 않고, 그 덕을 고치지 않는 것이 바로 천하를 다스리는 것이다. 옛날 요가 천하를 다스린 것은 천하를 기쁘게 한 것이니, 사람들은 그 본성을 즐겨야 했다. 이것은 고요한 것이 아니었다. 걸이 천하를 다스린 것은 천하를 괴롭게 한 것이니, 사람들은 그 본성을 괴롭혀야 했다. 이것은 즐거움이 못 되었다. 무릇 고요하지도 즐겁지도 않은 것은 덕이 아니며, 덕이 아니면서도 오래 갈 수 있는 것은 천하에 없다.
* 천하를 자연에 맡긴다 : 원문은 재유천하로서, '있는 그대로 내버려둔다'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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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를 자연에 맡겨둔다는 말은 들었어도 천하를 다스려야 한다는 말은 들어보지 못했다. 있는 대로 두는 것은 천하 사람들이 그 본성을 어지럽힐까 두려워서이며, 너그럽게 하는 것은 타고난 덕이 변질될까 걱정해서이다. 그리하여 천하 사람들이 자기의 본성을 지키고 덕을 그대로 지닐 수 있다면 구태여 천하를 다스릴 필요가 없을 것이다. 옛날 요가 천하를 다스릴 때에는 사람들로 하여금 기쁘게 살도록 했기 때문에 사람들은 굳이 기쁘게 살려고 힘써야 했다. 또 걸이 천하를 다스릴 때에는 비참하게 살도록 하였기에 사람들은 산다는 것을 짐스럽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억지로 기뻐해야 하거나 괴로워하는 것은 덕을 깨뜨리는 일이며, 그렇듯 덕을 깨뜨리고도 오랫동안 집권한 예는 고금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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