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 : 나면 죽고, 죽으면 태어난다 - 송지영 역
외편
<외편>은 후세의 장자 학파가 만들어낸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있지만, 대부분 <내편>의 논리를 충실히 전개, 확대시키고 있다. 각 장의 제목은 처음의 두세 글자로 지어졌다. 즉 '변무', '마제', '거협', '재유', '천지', '천도', '천운', '각의', '선성', '추수', '지락', '달생', '산목', '전자방', '지북유'의 15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여기에는 엄격한 의미에서 장자보다는 노자에 가까운 내용이 많으며, 유가와 법가에 동조함으로써 장자 사상의 파탄을 보이는 부분도 간혹 있다.
천하의 법도 - 변무
붙은 발가락과 육손은 나면서부터 있는 것이나 덕에서 볼 때는 덧붙은 것이다. 사마귀나 혹은 형체가 생긴 후에 붙은 것이나 성에서 볼 때는 역시 덧붙은 것이다. 인의를 과다하게 쓰려 하는 것은, 그것이 오장에서 짜낸 것이라 해도 도덕의 본연은 아니다. 그래서 발가락이 붙은 것은 소용이 없는 군살을 덧붙인 것이고, 손에 가지가 난 것은 쓸데없는 손가락이 돋은 것이며, 오장의 장에 여러 가지로 붙고 돋은 것은 인의를 빗나가게 하여 총명한 척해 보이는 것일 뿐이다. 그러므로 빛에 빠지는 자는 오색에 어지럽고 무늬에 넋을 잃는다. 청황색 옷의 휘황함이 이 때문이 아닌가? 이주*가 이와 같았다. 여러 가지로 귀를 사용하는 자는 오성에 어지러워지고, 육률에 빠져든다. 금석 사죽*, 황종, 대려의 소리가 이 때문이 아닌가? 사광*이 이와 같았다. 어진 것이 지나친 자는 덕을 뽑고 성을 막아서 명성을 얻으려 한다. 피리나 북을 가지고 천하로 하여금 도달하지 못할 것을 받들게 하려는 법이 아니겠는가? 증삼이나 사추*가 이와 같았다. 변설에 빠진 자는 기와와 기화를 끈으로 묶는 것처럼 쓸데없이 옛말을 훔쳐서 견백 동이의 사이에서 논다. 아무 쓸모가 없는 말을 찬미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양자*나 묵자*가 이와 같았다. 이러한 것은 모두 동에 군살을 붙인 것일 뿐, 천하의 지정이 아니다.
* 이주: 멀리서 털끝을 분별하는 눈을 가졌다는 전설상의 인물. * 금석 사죽: 모두 악기의 이름으로, 금은 종, 석은 경, 사는 금슬, 죽은 생황을 말한다. * 사광: 진나라 평공 때의 이름난 음악가. * 사추: 위나라의 대부로서, 의에 뛰어난 인물이었다. * 양자: 양주. 전국 시대의 철학자로서, 염세주의와 쾌락주의를 주장하였다. * 묵자: 이름은 적. 노나라의 철학자로서 묵가의 시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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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발가락과 육손은 태어나면서부터 선천적인 것이지만, 정상인과 비교한다면 군더더기일 뿐이다. 사마귀나 혹 또한 후천적인 군더더기에 불과하다. 마찬가지로 인의를 지나치게 세상에 결부시키는 것은, 비록 그것이 사람의 오장에서 짜낸 지혜일지라도 진정한 도덕에 어긋나는 것이다. 다시 말해 발가락이 붙은 것은 군살이 덧붙은 것이고, 육손은 소용도 없는 손가락 하나를 더 갖고 있는 것이며, 오장의 진실함 속에서 다시 인의를 쳐드는 것은 불필요한 의미를 덧붙여 쓸데없이 총명한 척해 보이는 것에 불과하다.
그러므로 과도하게 눈을 사용하는 자는 색채를 보기만 해도 마음이 들떠서 갖가지 무늬를 대하면 정신을 잃을 만큼 빠져든다. 청색과 황색 무늬를 휘황하게 수놓은 예복 따위를 만드는 것은 그런 까닭에서다. 그런 사람 중 하나로 이주를 들 수 있다. 과도하게 귀를 사용하는 자는 오음을 듣기만 해도 마음이 들뜨고, 육률에 이르러서는 정신을 잃을 정도로 빠져든다. 금석 사죽이며 황종, 대려 따위는 그래서 만들어진 것이다. 사광이 바로 그런 사람중의 하나이다. 또 과도하게 인에 치우친 자는 성정을 거슬러서라도 명성을 얻고자 한다. 천하의 이목을 모아놓고 그들에게 불가능한 일을 강요하려 드는 것이 좋은 증거이다. 그런 사람으로는 증삼이나 사추를 들 수 있다. 또한 과도하게 변론에 치우친 자는 기왓장을 노끈으로 매듭지으려는 듯 쓸데없이 옛사람의 글귀를 훔쳐다가 견백 동이의 궤변을 장식하느라 기운을 탕진한다. 그런 사람들로는 양자와 묵자를 들 수 있다.
이와 같은 것들은 모두 본질에서 벗어난 무가치한 도리일 뿐, 천하의 법도라 할 만한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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