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 : 나면 죽고, 죽으면 태어난다 - 송지영 역
혼돈의 죽음 - 응제왕
남해의 임금을 숙*이라 하고, 북해의 임금을 홀*, 중앙의 임금을 혼돈*이라 했다. 숙과 홀은 가끔씩 더불어 혼돈의 땅에서 만났다. 혼돈이 대접을 매우 잘했으므로 숙과 홀은 혼돈의 덕을 갚기로 하였다.
"사람은 다 일곱 개의 구멍이 있어 보고 듣고 먹고 숨쉬고 하는데, 혼돈만이 갖지 않았다. 시험 삼아 그것을 뚫어주자."
하루에 하나씩 구멍을 뚫었는데, 이레가 되자 혼돈은 죽고 말았다.
* 숙 : 어떤 현상이 갑자기 나타나는 것, 즉 유를 상징한다. * 홀 : 어떤 현상이 갑자기 사라지는 것, 즉 무를 상징한다. * 혼돈 : 만물이 채 나누어지기 전의 상태, 즉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상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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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의 제왕은 숙, 북해의 제왕은 홀, 중앙의 제왕은 혼돈이었다. 숙과 홀은 가끔씩 혼돈의 땅에서 만났는데, 그때마다 후대를 받았다. 혼돈의 후대에 감사한 두 사람은 뭔가 보답을 하려고 상의를 했다.
"이렇게 하는 것이 어떨까? 인간은 누구나 눈과 귀와 입과 코의 일곱 구멍으로 보고 듣고 먹고 숨쉰다. 그런데 혼돈에게만 구멍이 없으니 뚫어주는 게 어떨까?"
그래서 숙과 홀은 혼돈의 몸에 매일 하나씩 구멍을 뚫었고, 그 결과 혼돈은 7일을 넘기지 못하고 죽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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