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 : 나면 죽고, 죽으면 태어난다 - 송지영 역
재능은 몸을 망친다 - 응제왕
양자거*가 노담에게 말했다. "여기서 빠르고 굳세며, 사물을 명철하게 알고, 도를 배우기 싫어하지 않는 사람이 있다면 가히 명왕*에 비할 수 있겠습니까?" 노담이 말했다. "성인에게 있어 그런 사람은 오히려 하급 관리나 기술자처럼 몸을 괴롭히고 마음을 두렵게 하는 자에 불과하네. 범과 표범의 무늬는 사냥꾼을 부르고, 원숭이의 재빠름과 살쾡이를 잡는 개는 사슬을 부른다네. 이 같은 사람을 명왕에 비할 수 있겠는가?" 양자거가 움찔하며 물었다. "감히 명왕의 다스림에 대해 묻겠습니다." 노담이 말했다. "명왕의 다스림은 공이 천하를 덮어도 자기에서 비롯된 것인 양하지 않고, 교화가 만물에 미쳐도 백성은 그것을 모른다네. 하는 일이 있어도 이름을 붙일 수 없고, 만물로 하여금 스스로 기쁘게 하며, 자신은 헤아릴 수 없는 데 서서 무유에 노는 사람이라네."
* 양자거 : 양주라고 하나 확실치 않다. * 명왕 : 밝은 정치를 펼친 어진 왕. 성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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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자거가 노담에게 물었다.
"민첩하고 과감한 행동력과 투철한 통찰력을 겸비하고서 도를 배우기를 잠시도 게을리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옛 성왕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노담은 고개를 옆으로 저었다. "성왕에 비교가 된다고? 그런 자는 고작 말단 관리에 지나지 않네. 하찮은 재주에 사로잡혀 몸과 마음을 괴롭히는 가련한 사람이라네. 그런 서툰 재주는 도리어 몸을 망치는 것이니, 범과 표범은 아름다운 털가죽 때문에 사냥꾼에게 죽게 되고, 원숭이와 사냥개는 날쌔기 때문에 쇠사슬에 얽매이게 되네. 그런 사람을 어떻게 태고의 성왕에 비할 수 있겠나?" "그러면 옛 성왕의 다스림은 어떤 것이었습니까?" "성왕의 공덕은 천하를 온통 뒤덮고 있지만 사람들의 눈에는 그와 천하와는 아무 관계도 없는 것처럼 보이며, 그 교화가 만물에 비치나 백성들은 전혀 그것을 느끼지 못하네. 천하를 다스리고도 그 흔적을 남기지 않네. 그러고도 만물로 하여금 자신의 자리를 찾아 기쁘게 하며, 자신은 인간의 지혜가 짐작조차 할 수 없는 허무의 세계에서 노니네. 이것이 태고의 성왕들의 정치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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