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 : 나면 죽고, 죽으면 태어난다 - 송지영 역
시비 세계 - 응제왕
설결이 왕예에게 물어보았더니, 네 번 물어도 네 번 모두 모른다고 했다. 설결이 이에 뛰어오를 듯이 기뻐하며 포의자*에게 쫓아가 말했다. 포의자는 듣고 나서 이렇게 말했다.
"너는 이제야 알겠느냐? 유우씨*는 태시*에 미치지 못한다. 유우씨는 비록 사람들에게 인을 지니라고 권하여 얻게 했으나 처음부터 비인에 지나지 않았다. 태씨는 그 잠자리에서도 느긋할 뿐 아니라 깨어서도 서두르지 않았다. 누가 자기를 말로 여기건 소로 여기건 개의치 않았다. 그의 앎이야말로 믿을 수 있는 것이며 그의 덕이야말로 참된 것이니, 처음부터 비인의 무리에 끼지 않았다."
* 표의자 : 왕예의 스승. * 유우씨 : 순임금을 말한다. * 태씨 : 태고적의 제왕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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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결이 스승인 왕예에게 네 번을 여쭈어보았으나 거듭해서 모른다는 대답뿐이었다. 설결은 문득 깨달은 바가 있어서 껑충껑충 뛰며 기뻐하다가 한달음에 포의자에게 달려가 고했다. 그 이야기를 들은 포의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야 그것을 깨달았느냐? 성천자라고 불리는 유우씨도 옛 제왕인 태씨에게는 미치지 못한다. 물론 유우씨는 인덕으로써 사람들을 감화시키려 했고, 성과도 있었다. 하지만 그것이야 말로 바로 그가 잘잘못을 가리키고 있다는 증거다. 그에 비해 태씨는 누가 자기를 말이니 소니 해도 개의치 않았기 때문에 잠을 잘 때는 느긋하고, 깨어나서는 단잠을 잤다는 기색뿐이었다. 무지의 지, 무위의 덕을 갖추었기에 인위적인 세계에 휩쓸려 들어가는 일이 없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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