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 : 나면 죽고, 죽으면 태어난다 - 송지영 역
하늘의 무리와 사람의 무리 - 대종사
자상호*, 맹자반, 자금장 세 사람이 함께 모여 벗하여 말했다.
"누가 능히 서로 벗함이 없이 서로 벗하며, 서로 위함이 없이 서로 위할 수 있겠는가? 누가 능히 하늘에 올라 안개 속에서 놀며, 무극에 함께 어울려서 삶을 잊고 다함이 없을 수 있을까?"
세 사람이 서로 보고 웃으며 마음에 거슬림이 없는지라 함께 벗하였다. 얼마 뒤 자상호가 죽었다. 장사를 치르지 않았음을 듣고, 공자는 자공에게 가서 일을 돕게 하였다. 그들은 혹은 발을 엮고 혹은 금을 타고 노래하고 있었다.
"아아 상호여, 아아 상호여! 너는 이미 참으로 돌아갔는데, 우리는 아직도 사람으로 있구나. 아....!" 자공이 뛰어들었다. "감히 묻겠는데, 시체 앞에서 노래하는 것도 예에 속하오?" 두 사람이 서로 마주 보고 웃으면서 말했다. "이 사람이 어찌 예의 본뜻을 알겠나!" 자공이 돌아가 공자에게 고했다. "그들은 어떤 사람입니까? 아무런 수행도 없이 예를 잊고, 시체 앞에서 노래하면서도 안색이 변치 않으니, 대체 뭐라고 이름할 수 있겠습니까? 그들은 어떤 사람입니까?"
공자가 대답했다.
"그들은 세상 밖에서 노는 사람이요, 나는 세상 안에서 노는 사람이다. 밖과 안이 서로 미치지 않는데도 내가 너에게 가서 조상케 하였으니, 내가 곧 잘못이다. 저들은 또 조물자와 벗이 되어 천지의 첫기운*에 놀려 한다. 저들은 삶을 군살을 붙이거나 혹을 붙인 정도로 생각하고, 죽음은 혹을 끊고 종기를 터뜨리는 정도로 생각한다. 그런데 그 같은 사람들이 어찌 죽음과 삶의 앞뒤를 구별하겠느냐? 다른 물질로 인해 같은 몸을 받았다고 생각하여 간담과 이목을 잊고, 반복되는 시작과 끝을 알려 함이 없이 멍하게 세속의 밖에서 방황하며, 무위의 일에 소요한다. 그러니 어찌 수다스럽게 세속의 예를 닦아 뭇사람의 이목을 살피겠는가?" "그러면 선생님은 어째서 세속에서 사십니까?" "나는 하늘에게 벌받은 사람이다. 그러나 나는 너와 함께 이 길을 계속 가리라." "그 방법이 무엇입니까?" "고기는 물에서 서로 자라고, 사람은 도에서 서로 자란다. 물에서 자라는 고기는 못을 팜으로써 양분을 얻고, 도에서 자라는 사람은 일이 없으면 안정되는 것이다. 그래서 '고기는 강호에서 서로 잊고, 사람은 도술에서 서로 잊는다.'고 했다. 자공이 다시 물었다. "기인*은 무엇입니까?" "기인은 사람에게서 떨어져 나와 하늘과 같이한다. 그러므로 '하늘의 소인은 사람의 군자요, 사람의 군자는 하늘의 소인'이라고 했다."
* 자상호: 맹자반, 자금장과 함께 가공의 인물. * 첫 기운: 원문은 일기. 만물의 생성 변화시키기 이전의 기운으로, 음양 이전의 태극과 같다. * 기인: 성질이나 언행이 특이한 사람. 기인과 같은 뜻으로 쓰인다.
*************************************************************************************
자상호, 맹자반, 자금장 세 사람이 이런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무심히 서로 사귀고, 무심히 행동하는 사람은 없을까? 세속을 떠나 하늘 높이 노닐며, 생사를 잊고 영원의 세계에서 사는 사람은 없을까?"
세 사람은 뜻이 통하여 웃고는 함께 친구가 되었다. 세월은 흘러 이윽고 자상호가 죽게 되었는데, 장례식도 치르지 않고 시체를 버려두었다는 소식을 들은 공자가 제자인 자공을 보내 장례식을 치르게 했다. 자공이 자상호의 집에 와보니 맹자반은 봉당에서 거적을 엮고, 자금장은 금을 타면서 노래하고 있었다.
"아아, 자상호여! 그대는 벌써 고향에 돌아갔는데, 우리는 아직도 이 세상을 방황하노라!" 자공은 이에 그들을 나무랐다. "시신을 앞에 놓고 노래를 하다니, 죽은 사람에 대한 예의가 아니잖소!" 두 사람은 얼굴을 마주보고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이 사람은 예의 근본이 무엇인지를 모르는 모양이군." 기가 막힌 자공은 돌아와 공자에게 사실을 이야기했다. "대관절 그들은 어떤 사람들입니까? 교양이라고는 털끝만큼도 없이 예의를 송두리째 무시해버리고, 죽은 사람 옆에서 노래를 부르고도 태연한 모습이었습니다. 정말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대체 어떤 사람들입니까?" 공자는 대답했다. "글쎄다. 그들은 세상의 테두리 밖에서 살고 있고, 나는 그 테두리 안에 있는 사람이다. 사는 세계가 전혀 틀리는 것은 생각지 않고 조상을 보낸 내가 생각이 모자랐다. 그들은 조물자와 벗하여 우주의 근원에서 놀려 하는 인간이다. 삶을 혹이나 사마귀가 난 정도로 생각하고, 죽음을 종기가 터지는 정도로 생각한다. 따라서 삶을 기뻐하지 않고,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육체를 빚은 물건으로 생각하기에 간과 쓸개, 귀와 눈을 다 잊고 생멸의 무한한 순환 속에 몸을 맡긴다. 이리하여 속세를 떠나 무위 자연의 경지에서 소요하는 것이다. 그들이 애써 세속의 예법을 지켜 세상 사람들의 비위를 맞추려고 할 리가 없다." 그들이 칭찬하는 공자의 말이 자공에게는 이상했다. "그렇다면 선생님께서는 왜 규범에 따르고 계십니까?" "나는 천형을 받은 사람이다. 인간 사회 밖으로 나가고 싶어도 나갈 수 없는 운명을 지녔다. 그래서 아쉬운 대로 너희들과 함께 덜 구애받는 삶을 살도록 애쓰는 것이다." "그 방법이 무엇입니까?" "고기는 강에서 서로 잊고, 사람은 도 안에서 서로 잊는다는 말을 알고 있느냐? 고기를 살리는 것이 물이듯 인간을 참으로 살리는 것은 도밖에 없음을 알아야 한다. 고기는 못 속에 있으면 절로 자라나고, 도로 나아가는 사람은 무위 속에 있어야만 그 천수를 다할 수 있는 것이다." 자공은 다시 질문을 계속했다. "그렇다면 기인이란 무엇입니까?" "세속적인 눈으로 보면 이들이 이상할 게 틀림없다. 그것은 그들이 세속에 사로잡히지 않고 자연 그대로 있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하늘의 소인은 사람에게 군자이고, 사람의 군자는 하늘에 대해 소인이다.'라는 말도 있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