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 : 나면 죽고, 죽으면 태어난다 - 송지영 역
도를 배우다 - 대종사
남백자규*가 여우에게 물었다.
"당신은 나이가 많은데도 얼굴빛이 젖먹이 같으니 무슨 까닭이오?" "도를 들었기 때문이오." 남백자규가 물었다. "도는 배울 수 있는 것이오?" "안 되오. 그대는 배울 사람이 못 되오. 저 복양의는 성인의 재질은 있으나 성인의 도가 없고, 나는 성인의 도는 있으나 성인의 재질이 없었소. 내가 가르치고자 했으나 그가 과연 성인이 될 수 있을지 걱정이 되었소. 그러나 성인의 도를 성인의 재질을 가진 사람에게 일러주는 것은 쉬운 일이오. 내가 기다렸다가 도를 일러주었더니 사흘 뒤에는 능히 천하를 밖으로 했고, 이미 천하를 밖으로 한 뒤에도 계속 지켜보았더니 이레 뒤에는 능히 만물을 밖으로 했소. 만물을 밖으로 한 뒤에도 내가 계속 지켜보았더니 아흐레 뒤에는 능히 삶을 밖으로 했고, 삶을 밖으로 한 뒤에는 능히 조철의 경지에 들어섰소. 조철의 경지를 깨달은 뒤에는 도를 볼 수 있었고, 도를 본 뒤에는 능히 고금을 초월하였소. 고금을 초월한 뒤에는 능히 죽음도 삶도 없는 세계에 들어갈 수 있었소. 삶을 죽이는 자는 죽을 수 없고, 삶을 낳는 자는 태어날 수 없소. 이 성인의 도는 보내지 않는 것이 없고, 맞이하지 않는 것도 없으며, 헐지 않는 것이 없고, 이룩하지 않는 것이 없소. 그 이름을 영녕*이라 하는데, 영녕이라 함은 얽어맨 뒤에 이룬다는 뜻이오."
남백자규가 물었다. "당신은 어디서 도를 들었소?" "부묵의 아들*에게서 들었소. 부묵의 아들은 낙송의 손자*에게서 들었으며, 낙송의 손자는 첨명에게서 들었소. 첨명은 섭허에게서 듣고, 섭허는 수역에게서 들었으며, 수역은 오구에게서 들었소. 또 오구는 현명에게서 듣고, 현명은 참료에게서 들었으며, 참료는 의시에게서 들었소."
* 남백자규: 남곽자기(남백자기)로 추측된다. * 여우: 도를 닦은 어진 사람. * 영녕: 만물을 얽히게 한 뒤에 본성에 따라 편안히 해주다. * 부묵의 아들: '부묵'은 '서적'을 말한다. '아들'이라 함은 도를 아비로 보았기 때문이다. * 낙송의 손자: '낙송'은 '책을 읽는 것'을 말한다. '손자'라 함은 서적이 아들이라면 그것을 읽는 것은 손자가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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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백자규가 여우에게 물었다.
"당신은 나이가 상당히 많은데 얼굴은 어린아이같이 윤기를 띠고 있으니 어찌 된 일이오?' "도를 배웠기 때문이오." "당신은 도를 배울 그릇이 못 되오. 당신은 복양의라는 사람을 알고 있소? 그는 성인이 될 소질은 가지고 있으나 도를 닦는 방법을 몰랐으며, 나는 성인이 될 소질은 없지만 도를 닦는 방법을 알고 있었소. 나는 그에게 도를 가르치고자 하였으나 그가 과연 도를 체득하여 성인이 될 수 있을지 의문이었소, 그러나 성인의 재질을 갖춘 사람에게 성인의 도를 가르치는 것은 쉬울 것이라 생각하여 신중을 기한 끝에 도를 일러주었소. 그랬더니 그는 사흘이 되자 먼저 인간 세상을 잊게 되었소. 계속 지켜보았더니 이레 뒤에는 바깥 사물을 잊게 되었고, 아흐레 뒤에는 자기의 존재를 망각하게 되었소. 자기의 삶조차 잊은 뒤에는 모든 것을 아침 햇살처럼 비추는 경지에 들어갔소. 그리하여 그는 일체의 대립을 초월한 도를 느꼈고, 도를 감득한 뒤에는 시간을 초월하게 되었고, 드디어는 생사의 구별마저 의식하지 않게끔 되었소. 무릇 사물의 사멸을 관장하는 것은 죽는 것이 될 수 없고, 생성을 관장하는 것은 태어나는 것이 될 수 없소. 생사를 초월한 도의 존재는 변화하는 삼라만상의 근원이면서도 모든 것을 변화에 내맡길 뿐이오. 복양의는 마침내 이러한 영녕의 경지에 도달했던 것이오."
남백자규는 경탄하여 물었다.
"그러면 당신은 누구에게서 그 도를 배웠소?" "나는 부묵의 아들에게서 배웠소. 부묵의 아들은 낙송의 손자에게 배웠고, 낙송의 손자는 첨명(밝게 보는 것)에게서 배웠소. 첨명은 섭허(깨달음)에게서 배웠고, 섭허는 수역(실천)에게서 배웠고, 수역은 오구(실천으이 기쁨)에게서 배웠소. 오구는 현명(유현한 경지)에게서 배웠고, 현명은 참료(허무의 경지)에게서 배웠으며, 참료는 의시(도의 근원)에게서 배웠던 것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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