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 : 나면 죽고, 죽으면 태어난다 - 송지영 역
불구자의 이점 - 인간세
지리소*는 턱이 배꼽에 숨어 있고, 어깨가 정수리보다 높았다. 상투는 하늘을 가리키고, 오관은 위에 가 있으며, 두 허벅지는 갈비뼈처럼 되어 있었다. 그는 바느질과 빨래를 하는 것으로 넉넉히 입에 풀칠을 했으며, 고책 파정*으로 넉넉히 열 사람을 먹였다. 위에서 무사를 징집해도 지리소는 그 사이로 팔을 휘두르고 다녔으며, 위에서 큰 역사가 있어도 지리소는 불구자라하여 일을 받지 않았다. 그러나 위에서 병자에게 곡식을 줄 때는 삼종을 받고도 열 다발의 장작을 더 받았다. 지리소와 같은 형용을 한 사람도 오히려 족히 그 몸을 길러 하늘에서 준 나이를 마치는데, 하물며 그 덕이 지리소와 같은 사람이야 말할 게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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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소라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등뼈가 어찌나 꼬부라졌는지 턱이 배꼽에까지 파고들어 갔으며, 어깨는 머리보다 위로 솟아 있고, 상투는 똑바로 하늘을 가리키고 있었다. 두 다리는 옆구리 밑에서 갈라져 있고, 찾자는 머리보다 위에 자리잡았다. 그는 이런 부자유스런 몸으로도 바느질감과 빨랫감을 맡아 일하면서 충분히 먹고 살 수 있었다. 게다가 방아까지 찧어주면 열 명은 충분히 부양할 수 있었다. 설사 전쟁이 일어나서 징병이 실시되어도 불구자인 그는 아무 걱정 없이 태평스러웠다. 또 큰 공사가 시작돼도 부역에 끌려가는 일이 없었으므로 징집되어 가는 사람들 속으로 팔을 휘두르며 걸어다녀도 그만이었다. 게다가 정부에서 불구자에 대한 구호라도 실시하면 곡식과 장작을 듬뿍 얻게 되는 것이었다. 이와 같이 몸뚱이가 쓸모없다는 것만으로도 편안한 생애를 보낼 수가 있다. 그러니 재주와 덕에 있어서 쓸모가 없는 사람이라도 천수를 온전히 마치지 못할 리가 없을 것이다.
* 지리소 : 지리는 지리멸렬과 같은 뜻으로서, 사지가 제멋대로 붙은 불구자를 뜻하고, 소는 두뇌 작용이 둔한 것을 뜻한다. 이는 장자가 창작해낸 인물이다. * 고책 파정 : 고는 고동한다는 뜻이고, 책은 '점을 치는 대'를 가리킨다. 글자 뜻대로 풀이하면 점치는 대나무 가지를 흔들거나 세어 잡는다는 뜻이 된다. 파는 '흔든다', 정은 '곡식을 고른다'는 말이다. '고책'은 '점을 친다'는 뜻이 되겠으나 여기서는 '함께 꾀하다'로 해석, 즉 '살 찧는 일을 거드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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