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 : 나면 죽고, 죽으면 태어난다 - 송지영 역
불길은 대길 - 인간세
송나라 형지에 노나무와 잣나무, 뽕나무가 잘 자랐다. 한 주먹이 넘는 것은 저후*가 베고, 서너 뼘이 되는 것은 아름다운 들보를 찾는 사람이 베며, 일고여덟 뼘이 되는 것은 귀인과 거부 집안의 널을 찾는 사람이 베었다. 그러므로 하늘이 준 나이를 마치지 못하고 중도에 도끼에게 죽게 되었다. 이것이 재목의 근심이다. 말하자면 이마 흰 소와 코가 휜 돼지와 치질 앓는 사람은 하신에게 맞지 않음을 무축*이 이미 아는 것과 같다. 이렇듯 상서롭지 못한 것을 신인은 커다란 상서로 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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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나라의 형지 땅에서는 노나무와 잣나무, 뽕나무가 잘 자랐다. 그런데 이들 나무가 자라서 주먹만큼 굵어지면 저후가 원숭이의 몽치(몽둥이)로 쓰려고 베어냈다. 세 주먹이나 네 주먹쯤 되면 목수가 베어다가 들보로 써버렸다. 또 일고 여덟 주먹쯤 되면 부자들이 베어다가 널감으로 썼다. 그러므로 어느 한 그루도 천수를 다하는 일이 없이 모두 중도에 넘어졌다. 왜냐하면 세상 사람들에게 쓸모가 있기 때문이다. 이마가 흰 소, 코가 휜 돼지, 치질을 앓는 사람, 이 셋은 절대로 하신에게 바치지 않는다. 이들은 불길해서 신에게 바쳐서는 안 된다는 것을 무축이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렇기 때문에 생명을 보존할 수 있다. 세상에서 불길하다고 보는 것이 신인에게는 대길이 되는 것이다.
* 저후: 원숭이를 놀리는 사람. * 무축: 신사를 맡은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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