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 : 나면 죽고, 죽으면 태어난다 - 송지영 역
범을 길들이는 법 - 인간세
안합*이 장차 위영공의 태자*의 스승이 되려 할 때, 거백옥*에게 물었다.
"여기에 사람이 있는데, 그는 태어나면서부터 덕이 없소. 함께 모나지 않게 일하면 나라를 위태롭게 할 것이며, 모나게 하면 나의 몸을 위태롭게 할 것이오. 그의 지혜는 남의 잘못은 족히 알면서 자신의 잘못은 알지 못하오. 그러한 사람을 내가 어떻게 하겠소?"
거백옥이 대답했다.
"좋은 질문이오. 그대는 경계하고 조심하여 몸을 바르게 하시오. 몸은 따르는 것만한 것이 없고, 마음은 화하는 것만한 것이 없소. 비록 그대로 행한다 해도 이 둘에는 조심할 점이 있소. 따르면서도 끌려들지 말고, 화합하면서도 드러나지 않게 하시오. 몸이 따르고 끌려들면 엎어지고 망하고 무너지고 미끄러지며, 마음이 화해 드러나게 되면 곧 시끄러운 말이 되고 명예가 되고 요괴한 재앙이 되오. 그가 어린아이짓을 하면 더불어 어린아이가 되고, 그가 정휴 없는 짓을 하면 또한 더불어 정휴 없는 짓을 하시오. 그가 방종한 짓을 하면 또한 더불어 방종한 짓을 하시오. 여기에 통달하여 티가 나지 않는 정도에까지 이르러야 하오. 그대는 저 당랑을 알지 못하오? 당랑은 자신의 힘을 뽐내어 수레바퀴에 부딪치는데, 자신 힘이 이겨내지 못할 것은 알지 못한 채 힘만을 자랑하기 때문이오. 경계하고 조심하시오. 그대의 능력만을 자랑하여 이를 범하게 되면 위험하오. 그대는 범 기르는 사람을 알지 못하오? 범에게 산 것을 주지 않는 것은 이를 범이 이를 죽이려 성을 내기 때문이며, 또한 온전한 전체를 주지 않는 것은 이를 찢으려 성을 내기 때문이오. 배가 부르거나 고프면 범은 성을 내게 되오. 범이 사람과는 종류가 다르면서도 저를 기르는 사람에게 잘 보이려 하는 것은 사람이 범을 따르게 했기 때문이오. 즉 범이 죽이는 것은 그를 거슬렸기 때문이오. 말을 사랑하는 사람은 광주리에 말의 똥을 담고, 큰 그릇*에 오줌을 받기도 하오. 모기와 등에가 달라붙는다고 qf시에 이를 치면 말은 재갈을 끊고, 머리를 깨고 가슴을 다치게 되오. 뜻이 지극한 바가 있어도 사랑을 잃을 수 있으니 조심하지 않을 수 있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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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나라의 현자 안합은 위영공의 태자의 스승으로 부임하게 되자 위나라 대부 거백옥을 찾아갔다.
"나는 어떤 사람의 교육을 맡게 되었는데, 그는 손을 댈 수 없이 혹독하고 경박한 성품의 소유자로서, 남의 잘못은 무엇 하나 놓치지 않으면서 자신은 어떠한 악행을 되풀이해도 괜찮은 줄로 생각하고 있소. 그대로 두면 나라를 망치는 장본인이 될 것이며, 그렇다고 무리하게 바로잡으려 하면 내가 죽게 될 처지요. 내가 어떻게 처신하면 좋겠소?"
거백옥은 대답했다.
"그거 매우 흥미 있는 문제요. 먼저 계속 행실을 조심하여 잘못을 범하지 않도록 노력해야만 하오. 그런 다음 상대방에게 공손히 행동하면서 융화를 꾀하는 것이 좋소. 그러나 여기에 함정이 있소. 상대에게 공손하다 보면 자칫 상대방의 나쁜 짓에 말려들게 되고, 융화를 꾀하다 보면 자칫 감화시키려는 의도가 드러나게 되오. 상대방의 악행에 끌려들면 스스로 몸을 망치는 결과가 되고, 상대방을 감화시키려는 의도가 드러나면 당장 화가 미치게 되오. 상대방이 어린아이처럼 장난하거든 함께 어린아이처럼 행동하는 것이 좋고, 상대가 버릇없이 행동하거든 함께 버릇없이 행동하는 것이 좋소. 또한 상대가 무모한 행동을 하거든 함께 무모하게 행동하는 것이 좋소. 어디까지나 공손하게 행동하면서 내 덕으로 상대를 감싸고, 나와 동화시키는 것이오. 사마귀의 예를 들기로 하겠소. 사마귀는 물건이 근접해오면, 비록 수레바퀴라 하더라도 앞발을 쳐들고 맞서려 하오. 결국은 당해내지도 못하면서 자신의 능력을 과신하는 것이오. 능력을 과신하여 태자에게 자기 주장만을 내세우면 마침내는 사마귀와 같은 운명에 처할 테니 백 번 조심해야 할거요. 범을 기르는 사람을 예로 들어봅시다. 범을 기르는 사람은 절대로 범에게 살아 있는 먹이를 주지 않소. 그것을 죽이려고 범이 살기를 띠기 때문이오. 또한 절대로 먹이를 통째로 주지 않소. 찢어 먹으려고 살기를 띠기 때문이오. 범을 기르는 사람은 범의 식욕에 따라 먹이를 조절하면서 어느 사이엔가 범의 살기를 없애버려, 마침내는 사나운 범을 완전히 길들이게 되오. 범의 성질에 따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오. 그와 반대로 범에 잡아먹히는 것은 범의 성질을 거슬렀기 때문이오. 아무튼 말을 좋아하는 사람은 좋은 그릇을 말의 변기로 쓸 정도요. 그러나 이토록 소중히 길러주어도 등에 때문에 갑자기 때리기라도 하면, 말은 재갈을 물어 끊고 미쳐 날뛰어 큰 상처를 압게 되오. 사랑이 원수로 변하는 것이오. 이런 일을 저지르지 않도록 당신도 십분 조심해야 하오."
* 안합: 노나라의 현인. * 태자: 괴외. 계모 남자를 죽이려다가 실패하고 외국으로 망명했다. 아버지인 영공이 죽은 뒤 자신의 아들이 즉위하자 위나라로 몰래 들어와 반란을 일으킨 끝에 아들 출공을 내쫓고 위나라 왕이 되었다. 이가 장공이다. * 거백옥: 성은 거, 이름은 원. 위의 대부. * 큰 그릇: 원문의 신은 '큰 조개'로, 자개를 박은 좋은 그릇을 뜻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