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 : 나면 죽고, 죽으면 태어난다 - 송지영 역
제지현해 - 양생주
노담*이 죽자 진실은 세 번 우는 것으로 조상을 끝냈다. 노담의 제자가 물었다.
"선생께선 선생님의 벗이 아닙니까?" 진실이 대답했다. "그렇지." "그런데 조상을 이렇게 하셔도 괜찮습니까?" "괜찮다. 나는 그 사람을 달리 생각했는데 그렇지 못했다. 아까 내가 조상을 할 때 보니 늙은 사람은 그 아들이 죽은 듯이, 내 젊은 사람은 그 어미를 여읜 듯 울고 있었다. 이렇게 많은 조상꾼이 몰려든 것은, 선생이 평소에 그렇게 하라고 하지는 않았겠지만, 말하지 않은 가운데 은연중 조문하고 울게끔 만들었기 때문일 것이다. 이것은 하늘의 이치를 벗어나고, 인간의 본분을 망각한 것이다. 옛사람은 이것을 일러 천리를 피하려 하는 죄라고 했다. 선생이 태어나게 된 것은 그때가 되어서라고, 돌아가시게 된 것은 그 운명에 따르는 것이다. 때를 편안히 생각하고 그것에 따르면 슬프고 즐거운 것이 감히 개입하지 못한다. 옛사람들은 이것을 가리켜 '제지현해'*라고 하였다. 장작이 모자란 곳에 장작을 밀어 넣어주면 불이 옮겨져 그것이 꺼지는 일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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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은 노담(노자)이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조상을 갔으나 영전에서 세 번 곡하고 그대로 나와버렸다. 그것을 본 노담의 제자가 진실을 힐책했다.
"선생께서는 우리 선생님과 오랜 친구 사이가 아니십니까?" "그렇지." "그렇다면 친구인 선생님께서 그런 식으로 조상을 하셔서야 되겠습니까?" "괜찮다. 평소에 나는 선생을 존경할 만한 분이라고 생각해왔으나 이제 그 생각이 달라졌다. 아까 안방에서 조상을 하면서 보니, 늙은이 젊은이 할 것 없이 모두가 육친이라도 잃은 것처럼 울고 있었다. 이렇게 조상꾼이 몰려든 것은 죽은 이가 평소 그렇게 하게끔 자네들에게 말과 행동을 해왔기 때문이 아니겠나? 물론 선생은 슬퍼해 달라거나 울어달라고 하지는 않았을 것이나, 말이 없는 가운데 그렇게 해주기를 원하고 있었던 거겠지. 선생은 하늘의 이치에서 벗어나고, 인간 본래의 진실을 외면한 것이다. 즉 하늘에서 받은 인간의 본분을 잊어버린 것인, 옛사람들은 이것을 하늘의 이치에 어긋나는 죄라고 했다. 선생이 이 세상에 태어난 것은 태어날 때를 만났기 때문이며, 세상을 떠난 것은 떠나야 할 때가 되었기 때문이다. 하늘이 정해준 때를 편히 여겨 운명에 순응하면 슬픔과 즐거움이 끼여들 수 없게 된다. 이렇게 경지를 가리켜 옛사람들은 천제가 준 생사의 고에서 벗어난다고 하였다. 하나하나의 장작개비는 타서 없어져 버리지만 불은 영원히 타고 있는 것이다."
* 노담: 성은 이, 이름은 이. 노는 존경을 표시하기 위해 붙인 것이다. 초나라 사람으로, 철학자이며 도가의 시조이다. * 제지현해: 제는 '하늘'을, 현은 '속박'을 뜻한다. 즉 하늘로부터 받은 속박에서 벗어난다는 의미이다. * 장작이.... 없다: 흔히 후세에 첨가된 문장으로 해석할 만큼 애매한 구절이다. 따라서 여러 가지로 해석될 수 있으나 정확한 뜻은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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