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 : 나면 죽고, 죽으면 태어난다 - 송지영 역
망량과 경 - 제물론
망량*이 경*에게 말했다.
"당신은 가다가도 곧 멈추고, 앉아 있다가는 곧 일어서는군. 어째서 그렇게 지조가 없소?"
경이 대답했다.
"내가 무엇에 의지하기 때문에 그렇게 되겠소? 또한 내가 의지하고 있는 것은 무엇에 의지하여 그렇게 움직이겠소? 내가 의지하고 있는 것은 뱀의 배 비늘이나 매미의 날개 정도에 불과한데, 어떻게 그렇고 그렇지 않은 까닭을 알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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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량이 경에게 말했다.
"당신은 걸어가는가 하면 금방 멈추고, 앉아 있는가 하면 금세 일어서는구려, 어째서 그렇게 지조가 없소?"
그러자 경이 대답했다.
"당신은 형체가 움직이는 대로 따라 움직인다고 나를 비난하고 있소. 그러나 나의 형체가 과연 내 뜻대로 움직이고 있는 것이겠소? 내가 따르고 있는 형체도 다른 그 무엇에 의해 움직이고 있는 것이니, 형체란 빈 껍데기와 다름이 없을 것이오. 나는 내가 왜 움직이는지 알려 하지 않소."
* 망량: 그림자의 엷은 그림자. 즉 그림자 밖에 있는 희미한 그림자를 말한다. * 경: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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