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 : 나면 죽고, 죽으면 태어난다 - 송지영 역
순의 반전로 - 제물론
예전에 요가 순에게 물었다.
"나는 종과 회와 서오를 치고자 한다. 천자의 자리에 있으면서* 석연치 못하니 그 까닭이 무엇이겠느냐?" 순이 대답했다. "저들 셋은 아직도 쑥대 사이에서 살고 있습니다. 석연치 못하신 것은 어째서입니까? 옛날엔 열 개의 해가 함께 떠서야 만물을 다 비추었다 합니다. 하물며 그 해보다도 덕이 뛰어나신데 말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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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요임금이 순에게 상의했다.
"나는 종, 회, 서오의 세 나라를 치고 싶다. 어쩐지 즉위한 뒤로 이 세나라가 마음에 걸려 견딜 수 없다." "그 세 나라는 미개한 야만국입니다. 그러나 우리와 풍속이나 습관이 다르다고 해서 공연히 그들을 못마땅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지 않겠습니까? 그들은 그들 나름대로 현상태에 만족해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옛날엔 해가 하늘에 열 개나 떠서야 만물을 비출 수가 있었다고 합니다. 그 태양도 미치지 못할 만큼 위대한 덕을 갖추신 임금께서 구태여 무력을 쓰려 하십니까?"
* 천자의 자리에 있으면서(남면): 옛날의 임금은 남쪽을 향해 앉아 정사를 논했기에 남면은 '임금 노릇을 한다'는 뜻으로 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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